복실이를 못 본지 한 달
집에 어머니는 개를 싫어하신다.
갈 때마다 복실이 동영상을 보여드려도 싫어하신다.
장모님도 마찬가지다.
장모님도 개를 싫어하신다.
지금 장모님 집에 있는 복실이,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많다.
하루종일 파리채을 들고 사시는 장모님.
똥 산다고 맞고,
오줌 싼다고 맞고,
방에 들어온다고 맞고,
소파에 올라온다고 맞고,
거실에 돌아다니면서 집히는 대로 물어뜯는다고,
맞는다.
옆지기와 헤어질 때
어쩌다가 옆지기가 일원에 가면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발란스가 무너진다.
옆지기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시간부터 옆지기 옆에
붙어 껌딱지가 된 채 날밤을 새운다고 한다.
원래 옆지기는 천식이 있고, 알레르기가 있다.
개털 때문에 하루만 있다 오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는 것은, 복실이 때문이다.
복실이를 좋아하고, 복실이도 옆지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복실이는 안다,
누가 자신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를.
아침에 집을 나올 때의 복실이
따라나오려고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복실이를 저렇게 몪어놓는다.
그런데 줄에 묶인 복실이가 뭐라고 중얼거린다.
가만히 들어보니까, 나를 찾고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
나는 아저씨가 보고 싶어!
성탄절날 복실이에게 가다
한 달 만이었다.
몸 컨디션이 안 좋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갔다.
나를 발견한 복실이는 거의 실신상태였다.
몸을 바르르 떨면서 사람들이 오든 가든, 오줌을 내갈긴다.
그리고는 나에게 안겨붙어 볼과 입술에 키스세례를 퍼붓는다.
정말 죽이 맞는 사람을 이제 만난 것이다.
나와 옆지기를.
개는 원래 놓아 키워야 된다.
개는 늑대과다.
그들의 DNA 속에는 야성이 들어 있다.
집안에서 키우면 정신과 몸에 좋을 리 없다.
아파트가 반려견을 더 병들게 만든다.
아파트라는 환경이 반려견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그리고 마음껏 뛰어놀 수 없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나의 삶에 복실이가 미치는 영향은 몇 % 정도 될까?
반은 옆지기이고, 나머지 반은 나이고, 그리고 복실이가
그 틈사이에 들어와 있다.
같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놀이터에서 복실이는 달리기 선수가 되어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스케이트만 신겨주면 이번 2월에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나가면
안현수 선수 다음으로 은메달은 따지 않을까 할 정도로 잘 달린다.
나는 정말 복실이에게 묻고 싶다.
복실아,
너거 아부지 누고,
너거 엄마는 누고?
그리고 니는 어디서 태어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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