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의 문제점과 대책
그동안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한미 FTA협상이 마침내 지난 2일 타결되었다. 이제 정부간 협상은 끝이 났고 남은 문제는 양국의 의회가 비준을 하면 그 즉시 발효가 된다. 비준 역시 큰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일 야당인 한나라당이 지지를 하고 있고, 그동안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던 조중동 역시 지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팔부 능선은 넘어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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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치권 밖은 사정이 다르다. 찬성보다는 반대가 더 많다. 국회 안에서도 몇몇 의원들이 단식농성까지 하며 반대를 하고 있다. 심지어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까지 편이 갈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협상 과정에서 두 사람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북 영주인가 의성에 살고 있는, 분에 이기지 못한 한 낙농가가 발사한 공기총에 이웃 주민 한 사람이 어처구니없이 희생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분이 극에 달하면 공기총의 총구를 자신의 머리나 아니면 입 안에 넣고 방아쇠를 당길 일이지, 왜 자신과 무관한 이웃을 향해 발사를 하는가 말이다. 또 한 사람이 있다. 협상을 하고 있는 호텔 밖에서 시위를 하다 분신을 한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허세욱 씨. 전신에 화상을 입은 그가 어제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끝내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한미 FTA협상을 지켜보면서 내내 내 머릿속을 점령한 그림이 두 개 있었다. 중학교 때 배운 경제원리와, 지금 전국 시 지역에 들어 서 있고 또 소읍에까지 진출을 하고 있는 이마트이다. 경제 원리가 무엇인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 소비자 역시 최소의 비용으로 자신의 욕구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이 경제원리를 앞세워 이마트가 나라 곳곳에 진출을 하고 있다. 누가 막는단 말인가. 못 말린다. 이마트가 무서운 것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재래시장과 구멍가게들이 대항을 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는 데 있다. 속수무책이다. 그 결과 재래시장이 죽어가고 있다. 맞다. 재래시장이 무참하게 무너져 가고 있다. 5일장이 무너져 가고 있고, 그 지역의 재래시장이 무너져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세하기 짝이 없는 동네 구멍가게들 역시 맥을 추지 못한 채 파리를 날리고 있다. 십 수 년 전, 강원도 철암지역의 탄광이 폐쇄되면서 그 지역의 경제도 덩달아 몰락하고 말았다. 얼마나 타격이 컸으면, 중국집에서 하루에 짜장면을 다섯 그릇 이상 팔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라는 사람도 있었다.
인구가 5만 정도인 지역에 이마트가 들어서면 그 지역의 재래시장과 구멍가게는 융단폭격을 받은 것처럼 흐물흐물 허물어지고 만다. 왜 망할까. 소비자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냉정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곳으로 자리이동을 한다. 춥고 덥고 그리고 환경이 열악한 곳보다는 사시사철 따뜻하고 복날 폭염을 시원하게 씻겨주는 곳으로 너도 나도 몰려가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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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물건이 싸고 질이 좋으면 나라 안은 물론이고 나라 밖의 국적까지 가리지 않는다. 지금 당장 미국 쌀이 가마당 8만 원 정도의 값으로 시장에 나왔다고 치자. 그날로 게임은 끝난 것이다. 김 씨 쌀가게는 미안하지만 문을 닫아야 한다. 박 씨 쌀가게도 마찬가지다. 철원 쌀도 마찬가지고 옛날 임금님 밥상에 오른, 윤기가 차르르 도는 이천 쌀도 같은 운명으로 나락의 길로 떨어지고 만다.
쇠고기도 마찬가지다. 맛이 좋고 질도 좋고 가격까지 싸면, 우리 주부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장바구니에 반드시 넣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기 한 근에 20만 원이 넘는, 그래서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 특별한 사람들만 그 맛을 본다는 횡성 쇠고기도 결국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 한마디로 게임 아웃인 것이다.
총론은,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언제까지 문을 닫아 걸어놓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물건을 남의 나라에 팔듯이 남의 나라 물건도 우리나라에서 팔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각론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우선 덩치부터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질과 문화도 다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비록 역사는 일천하지만 경제는 말도 못하게 내공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대표주자이자 왕초이다. 경제에 있어서도 세계시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런 거대한 미국과 왜소한 우리나라가 피를 튀기는 싸움을 벌려야 한다. 한쪽이 완전히 깨자반이 될 때까지. 몇몇의 상품을 제외하고는 이길 승산은 지극히 적다. 산삼과 장어를 달여 먹어 체력을 키운다 하더라도.
결국 FTA 앞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은 소수다. 대기업과 중산층 이상이다. 대기업은 이제 숨통이 좀 터질 것이다. 높은 관세에서 해방이 되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위기 자체가 기회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대기업은 표정관리를 하면서 한판 싸움을 위해 손에 침을 퉤 하고 뱉으며 파이팅을 외칠 것이다. 그리고 중산층 이상의 그들도 마찬가지다. 돈이 전부인 그들은 집채만 한 거대한 파도와 쓰나미가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다. 막말로 휘발유 값이 1리터당 만 원이라고 해도 그들은 위풍당당 차를 몰고 와 휘발유를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8할을 차지하고 있는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은 대책이 무대책이다. 당해 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당장 1차 산업과 의약부분이 그럴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의 국운과 연결되어 있다. 사회단체에서 뿔 나발을 불며 반대의 깃발을 더 높이 드는 것도 그 소이가 여기에 있다. 8할의 생명과 생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나는 생각한다. 어떤 협상이든 예외조항은 있어야 한다. 급이 다르면, 싸움의 법칙도 달라야 하는 것이다. 덩치가 고릴라 같은 미국과 원숭이 덩치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링 위에 올라와 한쪽이 녹다운될 때까지 피를 튀기는 싸움을 벌일 수는 없는 것이다. 싸움은 제 삼자가 보아도 공정해야 한다.
답은, 우리 국민이 정신을 일도해서 하루빨리 중심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머리를 맞댄 채 당리당락을 떠나 국민의 이익을 쫓는데 혼신을 다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자국의 이익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두 나라 다 이익을 창출시킬 수 있는 그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인 것이다. 그 기회를 찾는데 우리 국민의 지혜가 모아져야 한다.
FTA가 무엇인가?
한마디로 너 죽고 나 살자, 라는 피 튀기는 싸움인 것이다.
프레시안에서
뒷이야기- 어제 가게를 청소하고 나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아차 싶어 아버님이 계시는 공원으로 갔다. 틀림없이 공원에 나와 계실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서 나는 걸음을 빨리 했다. 공원에 도착해 어른들이 계시는 벤치를 보자 아버님이 안 계셨다. 가셨나? 하고 주변을 살피는데 아버님이 공원의 화장실 앞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안에서 아슬아슬 나오고 계시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고, 아이고,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급하게 다가가 아버님을 부축해 휠체어에 태웠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아파트를 나오는데 길가 한쪽에 일일장이 서 있었다. 직거래 장터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 장소에서 만나는 직거래 장터가 활성화되면 우리 농산물의 수명이 길어지지 않을까. 문제는 농민들에게도 있다. 이제 될 수 있으면 농약을 적게 사용해야 한다. 소출을 생각할 게 아니라 생명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또 있다. 지역별로 농민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 뭉쳐서 유통과정을 최소화시켜 소비자와 이익을 나누어 가질 수 있게 윈윈 작전으로 나가야 한다. 중간상들의 배만 채워주는 전 근대적 상거래에서 탈피해야 한다. 야초가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홀로 생명을 잉태시키고 그리고 홀로 꽃을 피우기 때문인 것이다. 2007417북한산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