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나라는 과연 법치국가인가?
황제의 출현을 바라보면서
어제 카메라 앞에 나타난 그를 보았다. 수많은 취재진들이 그를 에워싼 채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얼마 만에 나타난 그인가. 그는 대중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한둘이 아니다. 그 중에 하나가, 황제라는 칭호다.
어떻게 보면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보다 더 끗발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권불 십 년이라고 했다. 어떤 권력도 십 년 이상 가는 것이 없다. 하물며 지금의 한국은 권불 십 년이 아니라 오 년이다. 오 년만 지나면 지나가는 개도 안 쳐다본다.
전직 두 대통령을 보자. 국민들의 웃음꺼리가 되어 있다. 권력을 이용해 도둑질한 돈으로 호위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전 씨와 노 씨. 그들은 지금 외출을 삼간 채 집안에서 그 옛날의 권력을 회상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은 불알 밑이 탕탕 부어 거동조차 불편하고, 양심이라는 게 아예 달려 있지 않은 또 한 사람은 집 안에서 그 옛날의 영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나는 어제 텔레비전에서 황제를 보았다. 특검의 부름을 받고 나타난 그는 당당했다. 그리고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황제의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죄가 될 게 없다. 물을 죄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화가 날 만도. 그 생각을 하면 분노가 치밀 것이다. 그가 황제로 있는 그룹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라에 바치는 세금은 또 얼마인가.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다르다. 어쨌든 그는 법을 어긴 사람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한 때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휘두른 철권들도 권좌에서 물러나자마자 그 죄 값을 치렀다. 하지만 국가와 법 아래에 있는 황제는 죄를 짓고도 그 죄 값을 받지 않았다. 그는 법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그를 대신해 그의 집사를 보냈고, 그리고 집사가 그를 대신해 감옥을 다녀오곤 했다. 그때마다 우리 국민들의 가슴은 휑하니 비어나가곤 했다.
지금까지 황제가 지은 죄를 나열해보면
첫째, 비자금
둘째, 전방위 로비
셋째, 지배구조
비자금은 물론 자신의 성을 지키기 위해 사용되었다. 지금이야 우리 정치가 어느 정도 맑아졌지만, 그 옛날 3공과 5공, 그리고 6공 때만 해도 대통령의 권력은 철권이었다. 대통령이 법이었다. 해서 대통령에게 잘못 보이면 그날로 몰락의 비운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 불행을 막기 위해 비자금이 필요했다.
그 비자금은 그리고 대통령은 물론이고 권력기관 요소요소에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이 뿌려지곤 했다. 그래서 그들을 든든한 방패막이이자 삼성맨으로 만들었다.
생략하고, 그 날 조사를 받고 나오는 황제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들어갈 때의 그 얼굴이 아니었다. 그의 몰골이 초라했다. 그리고 불쌍했다. 우리나라의 최고 부자인 황제가 내 눈에는 초라한 가난뱅이로 보였다. 정말이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주고 싶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건희 형님, 맹세코 당신은 부자가 아닙니다
건희 형님, 인간은 안타깝게 한번밖에 못 삽니다
건희 형님,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까
건희 형님, 당신은 정말 작은 사람이고, 그리고 가난한 사람입니다
건희 형님, 삼성의 내장을 보여주십시오. 내장을 씻지 않고는 건강하게, 그리고 오래오래 살 수가 없습니다
건희 형님, 이번에는 감옥으로 들어가십시오. 들어가 콩밥을 먹으면서 인문사회학을 공부하고 나오십시오.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전 대통령 전 씨 사건을 접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전 대통령이었던 전 씨의 재산이 얼마인 줄을. 대충 49만 원이다. 전직 대통령치고 너무 가난하다. 우리 국민들이 못난 탓이다. 49만 원. 이 돈으로는 월세 방도 못 얻는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도와주어야 한다. 해서 전직 대통령 예우에 맞게 아방궁 같은 집을 하나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가 진정 동방예의지국이다.
그러나 49만 원을 쭉 따라가다 보면 연천의 한탄강 언덕 위에 허브공원을 만나게 된다. 대지가 일만 사천 평이라고 한다. 테마공원이다. 일요일에는 1천 명 정도 입장을 하고, 평일에는 7백 명 정도 입장을 한다고 한다. 그 허브공원 여기저기에 포클레인이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테마공원에 맞게 콘도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한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허브공원의 주인이 누구인가. 전 씨라고 한다. 이럴 수가……. 49만 원밖에 없는 알거지인 그가 어디서 돈이 나와 허브공원을 짓고 있단 말인가. 아니다. 진짜 주인은 전 씨 맏아들이라고 한다.
전 씨. 과연 그는 용가리통뼈다. 도대체 돈을 어디에 숨겨 놓았을까? 그의 옆집에 살고 있는 노 씨는 돈을 어디에 감추어 놓았기에 팠다 하면 줄줄이 사탕처럼 나오고 있다. 얼마나 잘 나왔으면 추징금의 86프로를 징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숨겨놓은 노 씨 돈은 그렇게 잘 찾는 검찰이 전 씨 금고는 왜 파악조차 못하고 있을까. 귀신이 곡을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노 씨는 억울하다.
전 씨, 당신은 전생과 금생, 그리고 내세를 믿습니까?
전 씨, 아비가 도둑인 그 후손들이 정녕 세세생생 잘 산다고 믿습니까?
전 씨, 죄의 값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전 씨, 인간의 기본을 모르는 당신은 정말 가치가 없는 인간입니다.
전 씨, 정말이지 보는 눈이 없으면 당신을 화염방사기로 확……
초라한 박 씨의 몰골을 바라보면서
6공 때, 이 인자라고 한 박철언 전 장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청와대 안에서의 그의 권력은 나는 새도 툭 떨어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사인에 따라 권력의 자리가 낙착이 되고 불나방이 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니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그의 앞에 줄을 선 것은 당연지사. 아부와 돈이 넘쳐났다고 한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와 철철 파도가 칠 때, 그도 가정부도 몰랐다고 한다. 돈이 든 박스가 집안 곳곳에 뒹굴뒹굴 방치된 채 숨을 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돈을 얼마나 모았을까. 받은 인간도 나쁘지만, 갖다 바치는 인간들도 오십 보 백 보인 것이다.
왜, 돈을 줄까?
되로 주고 말로 받기 때문에, 권력과 돈은 계속 찰떡궁합이 되어 돌고 도는 것이다
이렇게 돈을 모은 떼 부자들이 또 얼마나 짠 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가난뱅이가 돈을 만지면 인간성이 변한다. 그날로 딱 움켜쥔다. 그리고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 없을 때는 축축하던 인간성이 떼돈을 만지게 되면 소태가 된다. 해서 자신과 가족밖에 모른다.
박 씨도 이하동문이었다. 자신의 돈을 관리해준 고교동창이 은행에서 몇 천만 원의 이자를 찾아주면 그 대가로 5만 원을 줄 때도 있고, 10만 원을 주곤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잡기장에 반드시 그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소인은 절대 큰 세상을 보지 못한다. 그렇게 떼돈을 모은 그는 자신의 돈을 관리해줄 인물을 수시로 바꾸었다고 한다. 믿음이 의심으로 변하면 가차 없이 금고지기를 바꾸었다.
시쳇말로, 눈 먼 돈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다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금고지기들은 알고 있었다. 천문학적인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를. 하지만 그의 고교 친구는 의리를 지켰다. 하지만 박 씨는 얼마 후 그 친구를 버리고 어느 대학교의 무용과 여교수에게 금고지기 역할을 맡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의 박 씨는 맡겼다. 결과는 그 고양이가 자신에게 맡긴 고기를 꿀꺽 한 입에 삼키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안 박 씨, 하늘이 무너졌을 것이다. 정당하게 번 돈이었으면 그 여교수 아마 작살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비밀의 돈은 비밀의 돈인 것이다. 해서 함부로 나발을 불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밀려드는 분노와 배반, 그리고 스트레스와 싸우다 마침내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하고 굳게 결심을 하고는 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부창부수라고, 그의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남동생과 그 동생의 사돈에 팔촌에까지 손을 뻗어 차명으로 검은 돈을 숨겨 놓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돈을 찾기 위해 소송까지 벌려가면서 그 더러운 돈을 되찾았다고 한다. 형제간에 돈이 개입되면 의가 망가진다. 금수가 되는 것이다. 남도 도와주는데, 땡전 한 푼 받지 못한 동생 가족들,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을까. 봐도 알고 안 봐도 안다. 해서 누님의 그 검은 돈에 대해 더러운 돈이라고 동시에 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박 씨가 벌어들인 그 돈, 정당한 돈인가?
한마디로 권력으로 도둑질한 돈이다
박 씨, 형제보다 돈이 더 믿음이 가제?
박 씨, 친구보다 돈이 더 의리가 있제?
박 씨, 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언덕은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최고제?
박 씨, 돈 귀신에게 정신과 몸이 잡혀 있는 그대는 쪼다 중에 상 쪼다다.
박 씨, 마, 보는 눈이 없으면 당신을 꽁꽁 묶어 이 한국 밖으로 에라이 휘익……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난 자들이 많다. 말도 못하게 많다. 그 난 자들이 우리의 삶을 황칠하고 있다. 그 난 자들이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균열을 만들고, 그리고 쓸쓸하게 만든다. 정녕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난 자가 아니라 된 자이다. 된 자가 우리 주위에 많아야 한다. 된 자가 그리고 정치권에 많이 진출을 해야 한다.
다시 한번 묻는다
우리나라는 정녕 법치국가인가?
뒷이야기- 나는 생각한다. 지금 한국은 선거철이다. 해서 나는 선거를 관장하는 선신에게 빌고 빈다. 선신이여, 이 땅에 선거혁명이 일어나게 도와주소서! 이번만큼은 경상도 땅에 선거혁명이 일어나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어중이떠중이도 당선이 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힘을 써주십시오. 이울러 전라도 땅에서도 통합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눈도 뜨지 않고 도장을 꾹 누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지도편달을 해주십시오. 지금 나라가 그 어느 때보다 어지럽습니다. 이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눈 푸른 인물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을 해야 합니다. 그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정말이지 은평에는 문 씨가, 노원에는 노 씨가, 고양에는 심 씨가, 창원에는 권 씨가, 대구에는 유 씨가, 그리고 사천에는 강 씨가 반드시 당선이 되게 도와주십시오. 그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소금과 빛입니다. 선신이여, 이 땅에 선거혁명이 일어나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당신, 선신의 이름으로 빌고 빕니다. 200846도노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