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월가의 몰락

오주관 2008. 9. 23. 20:09

 

  

사회주의의 종주국인 구소련이 무너지는데 걸린 시간이 70년이다. 70년 만에 소련은 항복을 하고 세계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자본주의는 언제까지 버틸까. 머지않아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사회주의의 반쪽이 자본주의가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그 언젠가가 현실로 다가왔다.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 미국의 심장부인 월가가 지금 침몰하고 있다. 시장주의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정부가 개입을 하면 시장주의가 아니다. 그랬던 시장주의에 정부가 안절부절못하며 7천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 미국의 심장인 월가에 불어 닥친 강풍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미국의 침몰이다.

 

꼴좋다! 아이고, 꼬시해라!

그러게. 어떻게 저렇게 맥없이 무너질까?

출발부터 무너지는 드라마였다. 한마디로 돈 놓고 돈 먹는 투기가 주 종목이었기 때문에.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최첨단기법이 뒤를 받치고 있어도 무너지네.

하하하! 그 최첨단기술이라는 게 어리버리한 당달봉사들을 속여 먹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그 기법을 만든 장본인들이 결국 그 늪에 빠져 버렸다.

흐흐흐! 지거 꾀에 지들이 넘어간 거네.

그렇지. 세계를 상대로 그럴 듯하게 사기를 쳐 부를 이어가려다 결국 자신들이 파 놓은 함정의 늪에 빠져 아사 일보 직전이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평소에 미국에 대해 반감이 많은 나다. 도대체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나는 생각한다. 미국은 철학이 없는 나라다. 미국을 발전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평소에 입에 게거품을 문 자들을 향해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저 띨디리 하며 조소를 보내곤 했다. 미국은 세계의 모델이 될 수 없다. 왜?

 

미국은 첫째, 근본이 없는 나라다.

나도 동의를 한다.

그 말은 뿌리가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근본을 알 길 없는 악당들이 총으로 인디언들을 쫓아낸 종자들이다. 그러니까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쟁을 일으켜 빼앗은 나라다. 전쟁으로 일어난 나라의 끝은 역시 전쟁일 것이다.

태생이 고약하네.

고약하지. 둘째, 역사가 일천한 나라다. 역사와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식문화를 봐라. 얼마나 조잡하노. 나는 그들의 식문화를 보고 아, 언젠가는 망하겠구나 하고 확신을 한다.

그래?

당장 미국의 거리를 뒤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뚱보들을 한번 봐라. 문제 덩어리들이잖아.

걸어 다니는 고기 덩어리지.

그렇지. 미국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햄버거와 콜라. 햄버거 속에 든 내용물을 봐라. 씨뻘건 쇠고기 한 점과 그 내용물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 얼마나 조잡하노? 익힌 음식과 태운 음식은 그 질이 하늘과 땅이다. 미국인들에겐 햄버거와 콜라가 다다.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콜라로 입을 헹구고 위를 씻고, 그리고 몸과 정신을 세탁한다. 한마디로 기름에 불을 끼얹는 짓이다.

하지만 콜라 한잔이 주는 상쾌함은 크잖아!

물론 엄청나지. 중독성이 강하지. 미국이 세계로 진출할 때 한 손엔 성경, 다른 한 손엔 햄버거와 콜라라고 하잖아.

콜라가 주는 그 짜릿함과 시원함, 참으로 사람 죽이지.

그러나 알아야 한다. 물과 콜라의 차이점을. 물은 생명이고 콜라는 쾌락이다. 진리가 그렇듯이 물은 무색무취다. 물론 사람들은 콜라에 뿅 간다.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중국이 햄버거와 콜라에 뿅 가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우리나라는 예외잖아.

맞다. 햄버거와 콜라가 죽을 쑤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음식은 반만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게 무서운 거다. 반만 년 동안 이어져온 그 입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민의 주식이 원래 육식이 아니었다. 곡류와 채소였다.

그러고 보면 복 받은 민족이다.

암, 복 받은 민족이지. 그리고 우리 음식은 참으로 우수하다.

햄버거와 전주비빔밥. 콜라와 숭늉.

게임이 안 된다. 전주비빔밥은 그냥 보약 아이가.

튀김통닭과 삼계탕은?

그렇지. 삼계탕은 그냥 보약 한 재 아이가.

  

 

  

조잡한 것은 식문화뿐만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떠받들고 있는 시스템도 조잡하다. 미국은 한마디로 병 주고 약을 주는 나라다. 미국의 국내 정치와 세계를 상대로 펼치고 있는 외교를 보면, 나도 살고 너도 사는 게 아니라 나 살고 너 죽기인 것이다.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정치의 중심을 보면 방위산업체와 거대 투자회사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 미국이 왜 무너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인간을 근본으로 하는 발전이 아닌, 인간의 탐욕과 탐심에 그 근간을 둔 발전모델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해가 간다. 사회주의는 개인의 창의성을 무시하고 전체에 포커스를 맞추었기 때문에 생명이 길지 않았다.

그렇지. 상과 하가 있다면 사회주의는 그 중간에 최고의 선을 두었었다. 발전과 평등을 같은 라인에 두고 평행선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소수인 상에 포커스를 두고 브레이크 없는 욕망의 열차가 계속 한 방향으로 달려왔다.

그렇다면 지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암을 왜 수술하려 들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엉터리지. 미국이 그나마 자랑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딱 하나다. 다양한 학문이 다양하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대학교. 그런데 미국의 우수한 대학교도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부패의 그 종양 덩어리를 그냥 바라보고만 있다.

 

작년부터 닥친 고유가. 이것 또한 월가의 거대 투자회사들의 농간 때문이었다. 상업은행이 아닌 투자회사들이 하는 일은 그야말로 투기다. 성공하면 한 건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게 되고, 실패하면 쓰러진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그들은 온갖 첨단기법을 동원하여 위험에 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파생 금융상품에 그들이 걸려들 줄이야. 그들은 한마디로 거대한 타짜다. 확률 50프로를 가지고 있는 탐욕과 탐심뿐인 노름꾼. 하지만 투기는 결국 나무 위의 원숭이를 떨어지게 만든다. 그게 투기다. 그리고 연봉 몇백 억을 자랑하는 수준급의 두뇌들이 전부 가짜라는 것이다. 그 가짜들이 짠 프로그램들도 또한 가짜이고. 

 

 

  

투자가 아닌 투기는 늘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잖아. 강남이 그 답 아이가.

맞다. 강남의 2프로들에게 부과한 종부세. 그들이 지난 세월 부동산 투기를 하여 얼마나 재미를 많이 보았나. 그러니 부동산이 잡힐 리가 없지. 해서 번만큼 세금으로 내라고 정부가 끼어든 게 아닌가. 그 종부세가 강남의 부동산을 어느 정도 잡는데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 2프로를 살리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지금 세제를 뜯어 고치고 있다. 말이 안 되제? 미국도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침몰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투기 때문이다. 투기의 중심이 뉴욕의 월가이고, 뉴욕 월가의 거대 투자회사들을 휘청 쓰러지게 한 일등공신은 거품이 낀 부동산이었다. 참 아이러니하제. 부동산은 투자의 대상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 부동산이 투기일 때 그 마지막은 몰락이라는 사실을 우리 인간들이 망각하고 있다.

정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네.

그렇지. 정부는 절대 국민들 편이 아니다. 가진 자들의 편이지. 해서 고급 정보는 늘 그들의 손에 의해 공유되고 놀아난다. 그래서 부는 계속 이어지는 것이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소수인 그들에게 국민들이 표를 몰아준다는 사실이다. 지난 총선 때, 뉴타운이 뭔지도 모른 채 뉴타운이라는 말에 놀라 몰표를 준 서울 시민들이 지금 땅을 치고 후회를 하고 있다. 간단하다. 가난한 자는 모름지기 가난한 자를 지지해야 한다. 가난한 자들이 부자인 그들을 지지하면 결국 자신의 쌈짓돈만 새가 빠지게 나가 개털이 되는 것이다.

 

생략하고, 다음에는 어떤 타자가 등장할까?

사회주의도 무대에서 사라져갔고, 자본주의도 지금 백척간두 그 끝에 서 있다. 이런 식으로는 자본주의도 살아남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중심이 아닌 물질중심이기 때문에. 해서 다음에 나타날 타자가 어떤 타자이든, 이념의 한가운데에 사람이 우뚝 서 있어야 한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라는 사상만 밑받침되면 된다. 문제와 답은 하나다. 참은 간단하고, 사기는 말도 못하게 복잡하다, 그 회로도가. 이제 진실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 중심이 아닌 세계가 중심인 그 체제로. 미국은 실패의 모델로 내세워야 한다. 모든 나라들이 타산지석을 삼을 수 있게. 

   

 

 

구렁텅에서 한국이 빠져 나갈 방법은?

힘이 센 인간과 힘이 약한 인간이 싸울 때, 힘이 약한 인간은 될 수 있으면 방어를 해야 한다. 힘이 센 놈이 휘두르는 주먹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세를 낮추고 쓸데없이 주먹을 뻗지 말고 기회를 기다리면서 방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방어다. 두 대 맞을 거 한 대로 줄이고, 세 대 맞을 걸 두 대로 줄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급소로 날아오는 핵주먹을 피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방에 골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방어와 체중조절이다. 군살인 몸의 비계를 빼 어쨌든 몸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비계를 빼야 할 이 정부는 지금 없는 비계를 만들어 붙이기 위해 혈안이다. 진짜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똥 오줌을 못 가리고 있다.

  

 

뒷이야기-세계는 하나다. 하지만 세계는 하나가 아니다. 그래서 문제의 답을 풀지 못하고 있다. 나라, 인종, 종교, 문화, 언어 등등이 하나라고 생각을 하면 의외로 우리는 쉽게 뭉칠 수 있고 쉽게 화합할 수 있고, 쉽게 평화롭게 살 수 있다. 힘이 최고가 아니다. 종교가 최고가 아니다. 힘이 최고이면 조폭이 세상의 두목이다. 종교가 최고이면 그 반대의 사람들은 전부 죄인들이다. 힘이 최고가 아니고 종교가 최고가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고 인간이 최고인 것이다. 인간이 중심이 될 때, 우리 인간의 몰락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중심이요 최고인 것이다. 2008923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