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2
어젯밤엔 3시간 잤나? 옆지기는 더 못 잤다. 어젯밤 우리 두 사람이 도킹한 시간이 밤 11시. 지금 마트에 와 있다고 무전이 날아왔다. 옷을 걸치고 나갔다. 전복죽은 이미 일만 원을 주고 확보해놓았다. 죽집에 가보니 손님들이 많았다. 얼핏 보아도 열 명 정도였다. 일만 원짜리 열이면 십만 원. 장사 잘 되네.
3년 전, 성균관대학교 후문에서 붕어빵을 팔았고, 닭을 튀겨 팔았다. 인기가 좋았지만 남는 게 없었다. 차라리 동네 구장 선거에 나갔으면 압도적인 표로 당선이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 동네 사람들이 우리 두 사람을 좋아했다. 어른도 대학생도 초중고등학생 모두 좋아했다. 천 원에 5마리. 내 붕어빵은 그냥 붕어빵이 아니었다. 생우유를 넣어 숙성을 시킨다. 그리고 정성이 한 말 정도 덤으로 들어간다. 맛의 고향은 정성이다. 밤에 일을 마치고 나면 셔터를 반 정도 내리고 돈주머니를 꺼내 침을 퉤퉤 묻혀가며 돈을 헤아린다.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고. 돈을 헤아린다. 싹, 싹, 싹. 3만, 4만, 5만…… 10만, 12만…… 얼씨구, 손가락이 떨린다. 하, 합이 15만 원이다. 가슴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다.
도곡동에서 학원을 마치고 온 옆지기는 청소를 하느라고 바쁘다. 돈주머니를 감추어 놓고 밖에 나가 포장을 꺼내 빵틀을 덮는다. 세탁소는 아직도 코를 박은 채 다림질에 정신이 없다. 옆집 간장 할머니는 이미 퇴근하고 없다. 붕사장도 고기를 집어넣고 있다. 손님이 없는 빵가게는 마지막 손님을 잡기 위해 네온사인을 끄지 않고 있다. 빵가게 앞을 지나온 추어탕 집의 추사장이 퇴근을 하는지 담배 연기를 폼 나게 휘날리며 지나간다. 추대감님, 이제 퇴청하십니까? 아 예, 거시기, 오늘도 많이 팔았지요? 예, 그럭저럭 일천오백만 원어치 팔았습니다. 배 아프지요. 하하하! 이 조시로 일 년만 지나면 이 동네 상가 다 사지 싶습니다. 하하하, 나는 오늘 10만 원도 못 건졌습니다. 추대감님,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소. 이자 없이 빌려줄게요. 하하하! 웃음소리를 남기고는 사라진다. 저 추사장이 가게 앞을 오며가며 내 붕어빵을 공짜로 얻어먹은 게 아마 칠천 개는 넘으리라.
연기 같은 소문.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 두 사람, 거시기, 거시기라고 하든마. 거시기, 나도 그 야기 들었어. 저 남자는 거시기, 도인이래. 그려,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은은하게 빛이 난당께. 그렁께, 무엇인가 곡절이 있는 사람들이여. 그러제. 나가 말이여, 요 며칠 전 이 앞을 지나가다 대학상들과 이야기하는 거 들어봤당께. 그래? 아 그란디, 거시기, 엄청 비싼 말을 써두구만. 아, 거시기, 그 여자도 거시기 하다더만. 암마.
포장을 치고, 그리고 바람막이 비닐포장을 걷어 올려 묶고 나면 마침내 하루 일이 끝난다. 가게 안 난로 가에 앉는다. 팔다 남은 오뎅을 데워서 반죽 통 위에 놓는다. 그리고 막걸리를 잔에 따른다. 수고했습니다. 당신도 수고했다. 자, 한잔하자. 건배를 하고 마신다. 속이 시원하면서 금방 괄약근이 약간 벌어진다. 아따, 맛있다! 정말 맛이 있네요. 꿀맛이다. 하하하. 기분인데 한잔 더 하자. 잔을 놓으면서 오늘 얼마 팔았어요. 에 또, 그러니까 일십만 원하고 5만 원. 아이고, 많이 팔았네요. 이런 식으로 나가면 우리 금방 부자 되겠다.
부자는커녕 쪽박을 차고 그곳을 물러나온 나는 마들역 부근에서 추어탕 포장판매에 나선다. 5개월 만에 문을 닫고 이번에는 우이동으로 가 정식으로 추어탕 장사에 나선다. 결론은 또 폭삭 망한다. 해서 그 후유증으로 장사치들을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으로 돈 계산을 하곤 한다.
생략하고. 옆지기 딸이 지난 번 K대와 Y대 수시 1차에 붙었다. 그리고 오늘 수능이다. 긴장이 되는지 무전으로 오가는 문자가 얼음 밭이다. 떨 것 없다. 그냥 평소대로 차분하게 하라 해라. 할아버지는 동경대 수학과 수석출신이고 할머니는 S대 출신인데 그 실력이 어디 가겠나. 떨 것 없음! 포항에도 내일 시험을 보는 조카가 있다. 무전을 보냈다. 떨지 말고 차분하게 볼 것. 아는 것은 야무지게 쓰고, 모르는 게 나오면 그냥 넘어가고. 알았지? 예스! 하고 무전이 날아왔다.
한국교육,
분명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 망할 교육이다.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사육해서 미래가 있다, 라고 생각하는 그 인간들의 대갈통을 오함마로 개박살을 내버려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 경쟁구도는 아니다. 짜부라진다. 백 년을 가야 할 아이들에게 천 리도 못가고 짜부라지게 만드는 게 지금 한국의 교육이다.
교육의 궁극은 다같이 웃으며 사는 것이다.
진실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꿈과 희망이다.
한국은 지금 낭떠러지 그 끝으로 가고 있다. 교육만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도 착실하게 그 지점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 오후 2시 헌재에서 종부세에 대해 판결이 나왔다. 무로 돌아갔다. 강만수가 원하는 대로 판결이 났다. 아니 만수 위에 있는 이대통령 생각대로 판결이 났다. 나는 그 판결을 보고 아, 이제 한국은 지리멸렬 갈지자로 가는구나.
미래를 보아야 한다.
바로 앞을 보아서는 안 된다.
힘이 들어도 먼 미래를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
미래는 꿈이요 희망이다.
우리 국민은 다이아몬드다.
상층
중상층
하층
어디를 살려야 나라가 튼튼할까? 제일 위 상층일까? 중상층일까. 아니면 하층일까? 소수인 상층을 살리면 나라가 튼튼할까?
하체가 부실한데 상층이 대 하면 견딜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상체가 아니라 허리와 다리다. 하체가 튼튼해야 허리가 살아나고 대가리가 바로 설 수 있다.
과분수는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걷는 게 힘이 든다. 위가 무겁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나가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뒤뚱뒤뚱 걸어갈 것이다.
문제는 하체다. 그리고 허리다. 하체가 튼튼해야 먼 길을 갈 수 있다. 허리가 튼튼해야 밤일도 잘하고, 그리고 먼 길을 갈 수 있다. 하체가 부실한 사람은 절대 장거리를 뛸 수 없다. 하체가 부실하면 지구력이 있을 수 없다. 허리도 마찬가지다. 허리가 부실하면 늘 주저앉으려 한다. 조금만 걸어도 몸이 지탱이 안 되어 도로 앉는다.
위기의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하체와 허리가 문제다.
지난 IMF 때 우리는 경험했다. 학습을 했다. 다리와 허리가 뭉청 내려앉은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IMF는 반면교사가 아닌가. 그때 그만큼 당했으면 이제는 그 불구덩이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때 그렇게 혹독하게 당했으면서 또 당한다는 것은 다시 한번 망하자는 것이다. 진실로 하체와 허리를 살려야 한다. 하체가 부실한데 상체가 행복할 수 있을까? 허리가 부실한데 상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없다. 행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얼마 못 가 더운 김을 내뿜으며 주저앉고 만다.
이명박 정부의 취약점은, 원칙과 철학의 부재다.
머리가 안 돌아가면 팀웍이라도 맞아야 되는데 당정은 계속 불이 난 호떡 집 모양 엇박자로 놀고 있다. 여당 안에서도 손발이 안 맞아 궁상을 떨고 있지만 어쨌든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하체와 허리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저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곳간에서 쌀이 나온다.
하체가 부실하면 허리도 내려앉는다.
하체와 허리가 부실하면 대가리 역시 얼마 못가 주저앉는다.
#1 탈출
어느 날, 이 땅의 사람들이 개나리봇짐을 싸듯 짐을 싸 한국을 떠나기 시작한다. 일본으로, 중국으로, 브라질로, 월남으로, 인도로, 더러는 열사의 나라 중동으로……. 서울의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든다. 천만에서 오백으로 오백에서 삼백으로…… 마침내 50만으로 줄어든다.
#2 탈출-2
지방도 마찬가지다. 약속이나 하듯 개나리봇짐을 둘러메고 이 나라를 떠난다. 어느 나라를 가든 이만만 못하랴. 탈출의 물결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경기도가 어느새 홀쭉해져 있다. 경상도도 빼빼로 변해 있다. 전라도도 텅텅 비어 있다. 강원도도. 충청도도. 그리고 제주도도.
#3 텅 빈 나라
비상이다. 강남 도곡동의 타워팰리스가 난리다. 똥 펄 사람이 없어 집집마다 똥물이 넘쳐나고 있다. 쓰레기를 치울 사람이 없어 집집마다 오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중국집에 배달원이 없어 짜장면을 먹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서울시청 과장들과 구청 과장들이 철밥통을 들고 배달에 나선다. 저녁에는 구청장들과 시장이 리어카를 끌고 거리를 청소한다.
#4 마지막 탈출
광화문이 캄캄하다. 명동도 캄캄하다. 종로도 을지로도 태평로도 부자들이 살고 있는 강남도 암흑이다. 해가 사라지고 밤이 되자 청와대에서 헬기 하나가 바람을 일으키며 상공을 날아오른다. 잠시 후 인천공항. 마침내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이 나라를 떠난다. 장관들도 떠난다. 만수도 떠난다. 종부세를 못 내겠다고 핏대를 올린 강남의 부자들도 하나둘 이 나라를 떠난다. 거리에는 버려진 개들과 고양이들이 사나운 야수로 변해 인간들을 공격한다. 폐허로 변한 도시.
뒷이야기- 문제는 전부 건강하게 사는 그 길이다. 어느 한쪽만 살길을 찾고 다른 한쪽을 내치면 얼마 안 가 내친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간단하다. 우리 집이 행복하려면 우리 옆집이 행복해야 한다. 사장이 행복하려면 운전수가 행복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행복하려면 이북이 행복해야 한다. 홀로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더불어 어깨동무하며 사는 그 길을 모색하고 고뇌해야 한다. 20081113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