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009년 기축년 아침

오주관 2009. 1. 2. 14:24

  

  

2009년 기축년 새해 아침.

우리 두 사람은 삼각산을 오르기로 했다.

삼각산에서 새해의 새로운 기를 받자.

 

도선사로 오르는 버스는 만원이었다.

새해에 새 소망을 담은 마음을 가지고 아마 버스에 올랐으리라.

기축년 새해에는 소망들이 넘쳐날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첫째, 건강이다.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다. 건강.

저도요.

그러니까, 길을 걸을 때나 지하철을 탈 때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 다시 한번 좌우를 살피고 난 다음 걸어라.

통과

이 사람아, 그게 아니다.

하하하.

나에게 당신은 스타트라인이다.  당신도 알제.

알아요.

둘째, 새해에 나와 세상과의 만남이다.

아마 만날 거예요.

셋째, 그 사람이 건강해야 한다. 앞으로 15년 동안은.

맞아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둘째, 셋째가 성공을 하려면 당신이 건강해야 해.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맞다. 라인강도 거슬러 올라가면 조그마한 샘에서 출발한다.

라고 말하며 나는 옆지기의 손을 잡았다.

 

우리 두 사람은 목적지인 인수봉의 중간지점에서 돌아섰다.

음지에 잔설이 얼어붙어 있어 이만저만 미끄럽지 않았다.

돌아가자.

인수봉을 오르려다 전체를 다 잃을지도 모른다.

그래요, 내려갑시다.

보통 미끄러운 게 아니었다.

삼각산 계곡의 바람도 칼바람이었다.

작전상 후퇴다!

올라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후퇴도 전진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록 정상은 올라가지 못했지만 삼각산의 기는 받았다.

새해 기축년.

평생 안과 밖에서 소용돌이쳤던 나의 분신들이 세상과 만나 악수를 하는 기축년이기를 바라면서

삼각산을 천천히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