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C 피디수첩은 정당하다

오주관 2009. 4. 23. 20:55

 

  

오늘 법원에서 아고라 논객 미네르바 박에게 무죄선고가 내려졌다. 그의 진위를 떠나 오늘 내린 선고는 너무 당연한 결과다. 검찰이 어디에 근거를 두고 그를 구속시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심각한 사건도 그 사건에서 반 보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바둑을 두다 묘수가 나오지 않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면 안 보이던 묘수가 눈에 들어온다. 그와 같은 이치다.

 

그때 검찰이 냉정한 시선으로 미네르바를 보았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죄가 될 성질이 어디에도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있다. 인터넷에 자신의 생각을 올리는 것이 죄가 된다면 이 땅에 죄 아닌 것이 없다. 그런 게 죄가 된다면 우리 한국은 죄인들로 넘쳐날 것이다.

 

생략하고. 며칠 전 MBC 피디수첩의 김보슬 피디가 결혼을 앞둔 자신의 남자 친구 집에 갔다 전격 체포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얼마나 미움이 극에 달했으면 그녀가 방송국을 나오자마자 미행을 했을까? 이명박 정부는 제 5공화국과 닮아가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눈에 띄게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겉으로는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는 것 같이 액션을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안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정부를 반대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빈다. 뿔난 조폭보다 더 감정 조절이 안 되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그리고 이 땅에 자유가 존재하고 있나? 생각해보면 지난 정권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식했고 너무 많은 자유를 누렸었다. 그 중에서 표현의 자유는 그 경계가 없었다. 언론들도 배가 터지도록 포식을 했었다. 언론의 자유가 무엇인지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지난해로 돌아가 보자.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놓고 우리 정부가 보인 그 조급함을. 그 협상은 정부와 정부 간의 협상이 아닌 굴욕 그 자체였다. 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MBC가 채워주기 시작했다.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보도한 MBC 피디수첩은 정당했다. 국민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언론은 누구의 편인가? 이 두 가지만 확실하게 알면 이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이 된다.

 

첫째,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감시와 비판이다. 누구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나? 권력과 자본이다. 권력과 자본이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언론은 국민의 편이지 권력의 편이 아니다. 언론이 국민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로 되돌아가 보자. 우리 국민의 보통의 눈으로 보았을 때 쓰레기보다 못한 조중동은 그때 미쳐 날뛰었다. 마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이 되면 우리 국민은 그 다음날부터 뇌에 구멍이 쑹쑹 뚫리고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그때의 조중동 기사를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MBC 피디수첩의 보도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언론은 당연히 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그런데 조중동은 약속이나 하듯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만다. 이상하지 않은가. 노무현 정부 때는 안 되고 이명박 정부 때는 되나? 바로 그것이다. 답은 거기에 있다. 조중동은 이명박 정부의 편인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지난 10년의 세월은 인고의 나날이었다. 끈 떨어진 갓이었다. 쓴 맛을 톡톡히 보았다. 그 끝에 잡은 정권. 하늘로부터 단비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 이제 우리 세상이다. 주먹을 소리가 나게 불끈 쥐었다.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권력의 그 깊은 맛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자본과 권력이 힘을 합하면 무소불위라는 것도. 그들은 결코 국민의 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국민의 편이 아닌 부자와 조중동의 편인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생각해보자. 미국산 쇠고기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나라에 수입이 되어 들어오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럴 수 없다. 우리나라의 주권과 국민의 건강주권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MBC가 보도를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뿔이 난 것이다. 국민이 뿔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잘못된 협상이었다. 우리 국민은 상식을 요구했다. 어떻게?

 

1. 일본처럼 20개월은 아니더라도,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을 하라

2. 위험부위는 절대 수입하지 마라

3. 검역을 실시하라

 

미국산 쇠고기 협상은 한마디로 잘못된 협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부시에게 선물을 주려고 하다 보니 미친년 늘 뛰듯 시간에 쫓겨 졸속협상을 해버렸다. 굴욕이었다. 나라의 주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정말 구속을 해야 할 인간들은 그때 졸속협상을 한 사람들이다. 나라와 나라가 협상을 할 때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협상에 임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일본을 보면 답이 나온다. 얼마나 냉정하고 치밀한가. 대만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처럼 번갯불에 콩을 튀기듯 그렇게 졸속으로 협상을 했단 말인가.

 

그리고 또 있다. 미국 사람들은 쇠고기만 먹지 뼈와 내장은 먹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니다. 고기는 물론이고 머리와 꼬리까지 다 먹는다. 심지어 창자까지도.

 

1. 살코기

2. 머리

3. 뼈

4. 창자

5. 꼬리

 

소름이 끼칠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고기를 즐겨 먹는다. 소머리국과 뼈를 푹 고아 만든 곰탕도 즐겨 먹는다. 그리고 저녁이면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소주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글지글 구은 곱창안주에 소주를 마시기 위해. 꼬리곰탕은 고급에 속한다. 만약 미국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면 뭐라고 할까? 아니 미국의 축산업자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어두운 곳에 모여 두 손을 높이 들고 만세 삼창을 부를 것이다. 이렇게 외치면서.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들을 보십시오!

살코기는 물론이고 내장, 소머리, 뼈, 그리고 꼬리까지 몽땅 먹습니다.

오! 할렐루야! 할렐루야!

하느님이 우리 축산업자들을 도와주시네!

한국의 장로 대통령이 우리를 도와주네!

 

생각해보자. 큰 댐을 무너지게 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구멍에서 시작한다. 오줌줄기 같은 작은 구멍에서 새어나온 물줄기가 큰 댐을 와르르 쾅쾅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99프로가 아닌 1프로가 우리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의 정신을 골병들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망하게 만드는 그것들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 정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 국민은 알고 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1. 우리나라의 주권을 지키지 못했다

2.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주권을 지키지 못했다

3. 졸속협상을 했다

 

고로 MBC 피디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보도는 정당하다. 정당하고 정당하다. 오히려 그 문제를 심층 보도한 그들에게 정부는 국민을 대표해서 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노고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검찰은 이성을 찾아야 한다. 원본이 아니다. 번역상의 오류가 아니다. 그러니 MBC의 압수수색은 그만 두고 졸속협상을 한 그들을 불러 죄를 물어야 한다.

 

 

뒷이야기- 이 모든 게 잘 못 끼운 단추 때문이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 못 끼웠기 때문에 계속해서 몸과 옷이 따로국밥처럼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해법은?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을 하고 다시 단추를 바르게 끼우는 것이다. 그 방법밖에 없다. 발전은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을 한다.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 계속 밀고 나가면 결국 그 끝은 백척간두 낭떠러지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원점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걷는 것이다. 아직도 이 정부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그 먼 길을 가장 확실하게 가는 방법은 더디지만 천천히 가는 것이다. 2009423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