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영어공부하기

오주관 2009. 6. 10. 16:54

 

  

일요일 밤. 벽시계는 벌써 11시다. 눈 뜨고 있으면서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별일 없으면 자야 할 시간이다. 토요일 밤이면 절대 이 시간에 자지 않는다. 억울해서. 11시에 몸을 눕히면 이상하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요일 밤은 술을 한잔 마시는 날이고, 토요일은 일요일 전야이기 때문에 뭔가 값지게 보내야 된다. 어제 토요일은 그럼 값있게 보냈나.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나올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그 길로 냉면집에 들어가 물냉면을 먹었는데 뜨거운 몸에 얼음을 넣어서 그랬는지 오한이 덤벼 토요일 밤은 덜덜 떨다가 밤을 보냈다.

 

 

 

  

그냥 잘 수는 없잖아.

그러게요.

이대로 눈 감으면 억울할 것 같은데.

영어 공부할래요?

그럴까.

텔레비전을 켠다.

오늘은 노래 한번 배워볼까?

팝송?

응.

그럽시다.

 

 

 

  

그렇게 해서 고른 게 마이클잭슨이 14살 때 부른 Ben이었다. 오늘 영어공부를 가르쳐 줄 강사는 연기도 잘하고 노래실력도 뛰어난 문단열 씨. 그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늘 청춘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열정이다.

 

정치지도자든 교사든 그리고 어느 직업에 종사를 하던 열정이 있어야 한다. 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다 같다. 그 한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맥아리 없이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온몸에 땀이 흐를 정도로 열정적인 사람이 있다. 질문도 받지 않고 한 시간 내내 칠판에 글만 잔뜩 옮겨놓고 나가버리는 교사들을 보면 속에서 탄식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반대로 그 시간이 기다려지는 교사가 있다. 열정적이고 정열적인 교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길어졌나. 문단열 씨는 후자다. 열정적이고 정열적이다. 혼신을 다하는 그 몸짓이 보기가 좋다.

 

 

 

  

생략하고. 이제부터 마이클잭슨이 14살 때 부른 ben을 한번 들어보자.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14살의 흑인소년 마이클잭슨. 청순하다. 그 흑인소년이 나중에 얼마나 백인이 되고 싶었으면 자신의 얼굴을 백인으로 만들다 그 모양으로 추락하고 말았을까. 분명한 사실은 백인은 백인, 흑인은 영원히 흑인이라는 것이다. 뿌리를 바꿀 수는 없다.

 

Ben, The two of us need look no more

We both found What we were looking for

With a friend to call my own

I’ll never be alone

And you, my friend will see

You’ve got a friend in me (You’ve got a friend in me)

 

Ben

You’re always running here and there (Here and there)

You feel you’re not wanted anywhere (Anywhere)

If you ever look behind And don’t like what you find

There’s something you should know

You’ve got a place to go (You’ve got a place to go)

 

I used to say, I am 'me',

Now it's 'us', now it's 'we'.

 

Ben

Most people would turn you away (Turn you away)

I don’t listen To a word they say (A word they say)

 

They don’t see you as I do

I wish they would try to

I’m sure they’d think again

If they had a friend like Ben (A friend)

Like Ben (Like Ben)

Like Ben

 

감미롭다. 미성의 목소리에 때가 묻어 있지 않았다. 편안하게 들려왔다. 이제부터 문단열 씨가 부를 차례다. 그 옛날 초등학교 다닐 때 문 씨 성을 가진 여자 친구가 있었다. 어느 해 같은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향으로 전학을 갔는데 그곳에서 다시 만났다. 간호고등학교로 진학을 한 그녀는 훗날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린다. 문단열 씨와 내 여자 친구는 성이 같다.

 

Ben, The two of us need look no more

We both found What we were looking for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소절이 끝나자 등장을 한 뮤지컬배우. 그녀 역시 그 프로의 단골이다. 번갈아 두 사람이 노래를 부른다. 물론 우리 두 사람도 따라 부른다. 이상한 것은 노래가 별로 빠르지 않는데 오늘 밤에도 혀가 따라 가지 않는다. 혀를 탈탈 운동을 시켜보지만 금방 얼어붙으며 꼬이기 시작한다.

 

 

어쨌든 공통점은 열심히 따라 부른다는 것이다. 영어에 관한 한 나보다 도사인 옆지기도 혀가 꼬이기는 마찬가지다. 옆지기는 음치다. 나는 노래를 좀 부르는 편이고.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반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음치는 음치라 잘 따라가지지 않았고, 노래를 좀 불렀다는 나는 혀가 꼬여 입 안에서 난리굿이다.

 

문단열 씨와 뮤지컬배우는 이미 노래가 끝이 났는데, 우리 두 사람은 아직 반 정도밖에 못 가고 있었다. 허둥지둥~ 혀가 꼬이다 보니 건너뛰는 것은 기본이다.

 

Ben~ 까지는 확실하다. Ben~ 그 다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The two of us~ need~ look~ no more~ 까지 따라갔는데

두 사람은 이미 종점에 도착했는지 내리고 없었다.

나머지 이 부분부터 허급지급~ 혀가 춤을 춘다.

We both found~ What~ we were~ looking for~

 

 

 

 

 당신은 말더듬이고 나는 풍 맞은 사람이네.

하하하하.

그래도 내가 낫네, 반은 따라 가잖아.

하하하하.

어예 도사님이 그렇게 못 따라가노?

그럼 어떡해요, 안 되는 노래를.

당신은 멜로디만 고집하지만 나는 그래도 화음을 넣잖아.

하하하하.

내가 좀 단수가 높네. 문 씨가 우릴 보았으면 뭐라 할까?

하하하하.

오늘도 땀을 한바가지 흘렸네. 어쨌든 오늘 영어공부는 이것으로 끝~

 

한 시간 동안 우리는 그 두 사람을 따라가다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영어가 이렇게 어려운 것은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말이 아닌 영어를 쉽게 배우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말처럼 줄기차게 하는 수밖에 없다.

 

 

뒷이야기- 일주일에 한번씩 학원에 청소를 갈 때마다 내가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 당당하게 배우고 당당하게 말을 하라.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라. 영어는 한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다 어렵다. 그래서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모르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공부하지 않는 마음이다. 먹혀 들어갈까? 아니 이해를 할까? 2009610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