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 선거- 한나라당 패 국민 승
아침에 선거를 마친 우리는 큰집으로 건너갔다. 어머니는 이미 선거를 하셨고, 아버님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님을 휠체어에 태우고 학교로 갔다. 한 표가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아니 바꾼다. 올해 여든 아홉이신 아버님. 휠체어에 타신 채로 기표소 포장을 들추고 들어간 나는 아버님의 뜻을 대신해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아버님, 서울시장에 한선생님 맞지요? 응. 서울시 교육감에 곽노현 선생님 맞지요? 응. 구청장에 야당맞지요? 그래. 서울시 의원에 야당. 구의원에 진보신당. 서울시 의원 비례대표에 국참당. 구의원 비례대표에 진보신당. 교육위원에 전교조 출신인 이 마무꺼시 맞지요? 응. 세 표가 한 곳에 집결했다.
아파트 야외 벤치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냉면을 시켜 먹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어머니를 모시고 밭에 갈 수가 없었다. 날이 더워서인지 아버님은 시원한 냉면을 전부 드셨다. 후식으로 커피 한잔.
오후에 우리는 밭에 갔다. 처음 씨를 심었을 때는 싹이 잘 나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채소들이 실해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원 없이 채소를 먹고 있다. 그래도 남아 있다. 상추, 쑥갓, 열무. 비료를 주지 않았는데도 얼마나 실하게 자라는지 갈 때마다 가슴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곤 한다. 이번 일요일에도 채소를 솎아야 한다. 풀을 뽑고 물을 주었다. 그리고 채소들을 한번씩 쓰다듬었다.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웃는다.’
저녁 6시. MBC에서 터져 나온 출구조사. 서울시장 오세훈, 경기지사 김문수, 경남지사 김두관, 부산시장 허남식, 인천시장 송영길, 충남지사 안희정, 충북지사 이시종, 강원지사 이광재, 경기도 교육감 김상곤,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손가락 7개는 정신없이 박수를 쳤고, 3개는 고개를 꺾고 있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부산시장 때문이었다. 역전을 기대하며 우리는 오랜만에 운동을 하러 나갔다. 오늘 주제는 걷기. 둔치길을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생각하고 걷자. 반환점에 도착하기 전에 배를 안고 허둥대기 시작했다. 옆지기는 둔치에 있는 화장실로, 나는 새로 지은 아파트 상가 화장실로. 설사는 인내심과 기다림의 미학이 없다. 즉흥연주를 좋아한다.
10시. 드디어 역전이었다. 한명숙 후보 1위. 박수! 11시에도 1위. 박수! 12시에도 1위. 박수! 12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4시. 오세훈 1위. 이런 낭패가 있나! 새벽 5시에도 1위.
6, 2지방선거는 끝났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야당이 선전을 했다. 비록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와 부산시장은 한나라당이 이겼지만 전체적으로 야당의 압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패배요, 대통령 통치에 꼭두각시가 된 한나라당의 참패다. 선거가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정부와 한나라당은 북풍으로 도배를 했다. 그리고 전국의 보수단체들을 전부 시청 앞 광장에 모아 다시 한 번 꼭두각시놀음을 했다. 그들의 특 메뉴는
천안함 사태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세력들을 전부 버스에 태워 이북으로 보내자.
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까부는 좌파들을 소제해야 된다.
정말 까분 사람들은 그들이었다. 한나라당의 대표인 정몽준 의원이 전국을 돌면서 지원 연설을 한 주 메뉴가 내 얼굴을 계속 찌푸리게 만들었다. 힘아리 없는 그의 연설 어디에도 희망은 없었다. 절망과 좌절과 공포가 전부였다.
정치인은!
국민에게 희망을 전해야 한다
국민에게 비전을 전해야 한다
국민에게 꿈을 전해야 한다
1. 4대강 사업 즉각 중단해라
2. 세종시는 원안대로 하라
3. 대북강경정책을 버려라
4. 천안함 사태를 재조사해야 한다.
5. 죄의 값은 사망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계속 국민을 위한 정치를 외면한 채 일부 특권층과 대기업 위주의 정치를 펴나가면 반드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임기를 마치면 국민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다.
이번 6, 2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배워야 할 점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대통령에게 읍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읍을 하며 국민을 위해 고뇌하고 사고하고 공유하고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뒷이야기- 이번 선거를 바라보면서 치가 떨린 것은 아직도 버려야 할 낡은 이념을 가지고 국민을 겁박하고 공포를 조장하고 그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수준 낮은 정치였다. 이제 이념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 이념이 아닌 상생과 평화가 우리가 풀어야 할 주제다. 한국이 풀어야 할 주제는 남과 북, 동과 서가 모두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큰 정치이다. 201064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