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해병대에 입대한 조카 현에게 온 편지

오주관 2010. 6. 7. 12:30

 

 

 

저에게 큰 힘이 되는 삼촌께

근래에 갑자기 야외훈련을 많이 하는 바람에 편지 쓸 시간이 없어서 이제야 답장을 씁니다. 드디어 제가 해병대 훈련소에 들어온 지 4주가 다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은 참 느리게 가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 일주일이 되고, 그리고 일주일을 되돌아보면 ‘참 시간은 빨리도 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삼촌.

제가 해병대에 입대를 한 것은, 제 정신과 육체를 바꾸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만큼 항상 초심의 자세로 노력하고 인내하겠습니다. 아마 제대할 할 때쯤에는 멋진 해병의 남자로 바뀌어 사회에 나가면 절대 움츠러들지 않는 젊은이가 될 것입니다.

 

삼촌.

삼촌은 저에게는 다른 아이들, 친구들이 부르는 삼촌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어릴 때부터 늘 삼촌을 쫓아다녔습니다. 아침에 등산도 가고 일요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창포동의 창포저수지에 가 자연과 하나가 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울에 가면 한 번도 빠짐없이 터미널에 나와 주었습니다. 제가 힘이 들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늘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인생의 선배이자 스승이었습니다.

 

 

 

 

 

어릴 때 오죽하면 어머니 다음으로 삼촌이 좋다고 말하고 다녔겠습니까. 그림자처럼 챙겨주어서 고맙습니다, 라는 말은 못했지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삼촌이 저에게 쏟아 부은 사랑과 관심은 아버지 어머니 못지않게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정말 고맙습니다.

 

삼촌이 바라는 대로 군 생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만 챙기지 않겠습니다. 동기들을 도와주고, 동기들이 저를 도와주며 서로를 배려하며 성장하겠습니다. 지금은 앞에서 사람들을 이끌지 않지만 늘 앞장서서 자신의 길을 제대로 보고 갈 줄 아는 튼튼한 청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삼촌, 걱정하지 마십시오. 두 분, 건강하시고 변치 않는 모습으로 기다려주십시오. 휴가 때 찾아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필승! 1116기 해병 현 드림.

 

ps: 부모님에게 편지봉투와 편지지 그리고 우표 좀 보내 달라고 했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말씀 좀 해주십시오. 이 편지지와 봉투가 마지막이라서 부탁드립니다.

 

 

 

 

뒷이야기- 입대 3주가 되어가는 어느 날, 시내우체국에서 우표를 붙인 규격봉투 11개와 편지지 한 권을 등기로 보내주었다. 오죽 편지가 하고 싶을까. 옆의 동기까지 챙기라고 11개를 보내주었는데 그날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집에서 그 편지를 읽고 하! 뜨거운 용광로가 분출되는 줄 알았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해병대에 가라고 했다. 해병대 정신만 있으면 그 어떤 시련도 느끈하게 극복할 수 있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 해병대 부대 밑이었다. 남문이라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경상북도 포항시 오천읍 용덕동. 그곳에서 6주간 해병대 훈련을 마치고 지난 주 강화로 떠났다고 한다. 강화에서 뭘 배울까?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사고의 지평을 위해, 균형잡힌 사고를 위해, 혼자가 아닌 동료애, 몸은 비록 강화에 있지만 정신은 저 바다 건너 21세기 한복판에 있어야 한다. 현아, 21세기는 네 것이 될 것이다. 201067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