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채식주의자의 불편한 진실

오주관 2012. 5. 18. 17:02

 

 

 

채식주의자로 산 지 어언 5년째로 접어든다. 어젯밤에도 우리 두 사람은 저녁을 먹고 수락산으로 운동을 나갔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수락산 약수터에 가면 나무 데크가 여러 개 있다. 그 위에서 달밤에 체조를 하듯 맨손체조부터 시작해 마지막으로 근력운동에 좋은 온몸 당기기로 마무리를 한다.

 

채식을 하면서 가장 먼저 좋아지기 시작한 것은 머릿속이다. 혈압 약을 먹을 때도 머릿속은 깨끗하지 않았다. 뒷골이 늘 뻐근했다. 그런데 채식을 하면서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을 자다 다리에 힘을 주면 어김없이 찾아온 쥐도 사라졌다. 정신은 맑아졌고, 몸도 가벼워졌다.

 

1식 3찬. 현미밥에 된장과 상추, 콩자반, 콩나물국이 아니면 버섯볶음 정도. 해산물도 안 먹고 멸치도 안 먹는다. 우유도 안 먹는다. 대구에 있는 황교주님대로 실천을 한다. 곰국을 먹으면 뼈가 건강해진다고 누가 그래요? 더 나빠집니다. 멸치 먹으면 뼈가 튼튼해진다고 누가 그래요? 더 나빠집니다. 우유를 먹으면 뼈가 튼튼해진다고 누가 그래요? 더 나빠집니다.

 

사람이 소젖을 먹으면 정말 좋을까?

 

그리고 한우와 미국소를 비교해보자.

한우는 색깔도 황토색인데다 순하고 선하게 생겼다.

그런데 미국소는 색깔부터 거무튀튀하게 생긴 데다,

하나 같이 침을 질질 흘리면서 호전적이고 또 더럽게 생겼다.

 

자라면서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많이 먹었다. 바닷가에서 자란 영향이다. 신토불이. 회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을 정도였다.

 

 

 

어느 해 포항 막내 집에 갔을 때,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영덕대게가 찜통에 가득 들어 있었다. 출근을 앞둔 막내 왈, ‘오빠, 먹어라. 이서방과 아아들은 게를 잘 안 먹는다.’ 나는 가위를 들고 통 앞에 퍼질러 앉았다. 큰 다리부터 떼어 뼈를 발라 살을 먹기 시작했다. 몸통은 살만 먹었다. 전쟁이었다. 두 시간 정도 사투를 벌렸을 것이다. 나는 마침내 영덕대게 10여 마리를 전부 먹어치웠다. 배가 빵빵했다. 평생 영덕대게를 안 먹어도 괜찮을 만큼 후회 없이 먹었다.

 

담배도 그 끝이 비슷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어느 날, 나는 가장 독한 담배를 다섯 갑 샀다. 미국과 영국 담배 세 갑, 국산 담배 두 갑. 이틀을 피웠다. 마지막 남은 담배. 필터까지 다 태운 나는 담배꽁초를 비벼 껐다. 그게 끝이었다. 원 없이 실컷 피웠다.

 

술도 마지막 잔을 탁자 위에 엎고는 그 날부터 10년 정도 끊었다 다시 이었다. 고기와 담배 그리고 유제품과 인스턴트식품이 사라졌고 남은 건 술뿐이다. 막걸리가 유일한 낙이다. 맛은 소맥이 깔끔해 좋다. 막걸리는 두 병 이상 들어가면 배가 불러 탈이다.

 

채식을 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만나면 밥 아니면 술이다.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 밥은 굶고, 술은 막걸리를 고집하고 안주는 나물이나 두부 정도. 물론 빈대떡이 있는 집이면 최고다. 어쨌든 불편하다.

 

그래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힘이 안 생긴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힘이 남아돌아간다. 아침에 일어날 때 전혀 이상 무다. 배 나온 사람치고 힘쓰는 사람 못 보았다. 거품덩어리다. 발로 툭 차면 어! 하고 아래로 픽 고목나무 쓰러지듯 거꾸러진다.

 

채식을 하면서 나 혼자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하루에 한 번씩 나는 배낭을 메고 약수터로 향한다. 걸어갔다 오는 그 재미가 재미를 넘어 행복하다. 왕복 5킬로미터. 술은 한잔도 안 팔아주면서 우리 집 앞을 참 끈질기게 다녀? 술을 파는 포장마차 아주머니들이 아마 그렇게 쑥덕거릴지도 모른다.

 

요즘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골이 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미국산 쇠고기 부위 중 내장과 머리 그리고 뼈를 수입한다고 한다. 내가 모르고 먹은 소머리국밥과 곰국 그리고 막창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내가 먹은 소머리국밥은?’

‘내가 먹은 막창은?’

‘내가 먹은 곰국은?’

 

채식주의자들은 아무 걱정이 없다. 남이야 소머리국밥을 후후 불어가면서 먹든가 말든가, 남이야 막창을 안주로 소주를 들이붓든가 말든가, 남이야 뼈를 고아 낸 곰국을 땀을 삘삘 흘리면서 먹든가 말든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리고 0,1%의 광우병에서도 해방이다.

 

 

뒷이야기-살면서 늘 의심을 해야 한다. 정부를 믿으면 안 된다. 국가를 믿으면 안 된다. 믿을 사람은 나뿐이다. 시장에 갔더니 이상하게 채소가 똥값이다. 의심을 하라. 시장에 갔더니 이상하게 해산물이 똥값이다. 똥값이라고 덜렁 사지 말고 의심을 하라. 이것들이 혹시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후쿠시마 그 부근에서 온 채소이거나 수산물은 아닐까? 이명박을 믿지 마라. 김종훈을 믿지 마라, 농수산부 장관을 믿지 마라. 그들은 절대 소머리국밥이나 막창이나 곰국을 먹지 않는다. 정부를 믿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마라. 2012518도노강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