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문재인 후보, 패배하다

오주관 2012. 12. 21. 15:01

 

 

패배의 쓴 잔을 마시면서

어젯밤 수면 장애가 있는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승부는 끝나 있었다. 소주 뚜껑을 열고 빈 컵에 따라 마셨다. 아흔의 아버지, 여든일곱의 어머니를 모시고 가 민주주의의 부활을 위해 부주를 했지만 실패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패배의 원인은 무엇일까? 관권선거와 민주통합당의 전략 부족과 분열 때문이었다. 새누리당을 보라. 혼연일체가 되었다. 마치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 듯 당원들 모두가 대선에 아낌없이 몸을 던졌다.

 

이번 대선은 보이지 않은 치밀한 작전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검찰, 경찰, 국정원, 조중동, 그리고 KBS와 MBC가 하나가 되어 사생결단이었다. 그들이 물고 늘어진 프레임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수층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그리고 그들을 투표장에 몰려오게 만들었다.

 

NLL, 종북세력 그리고 좌파

 

 

이해할 수 없는 북한

가제는 게 편이라고 했나. 독재자의 딸이 이길 수 있도록 북한도 거들었다. 하필이면 대선을 앞둔 시점에 로켓을 쏘아 올릴 건 또 뭔가? 그들의 계산으로는 박근혜 후보가 당선이 되어야 자신들의 세습 문제가 희석되면서 동시에 남과 북의 대결구도가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쨌든 새누리당의 그물코 같은 전략과 전술에 민주통합당은 속수무책이었다. 우선 옷 색깔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새누리당의 복장은 그들의 이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붉은색이었다. 정열과 열정 그리고 혁명을 상징하는 핏빛 점퍼를 입고 국민들에게 파고들었다. 오히려 민주통합당이 빨간색의 옷을 입고 뛰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노란색의 점퍼를 걸치기 시작했는데, 보기에 우중충했고 그리고 국민들 눈을 자극시키기에 부족했다.

 

민주통합당은 왜 패배했나?

민주통합당의 결정적인 패배는 무엇일까? 안철수 전 후보가 나중에 거들기는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족했고, 밋밋했다. 2프로가 부족했다. 두 사람에게 결정적인 한방이 없었다. 어슷비슷한 의제를 가지고 새누리당은 하나로 똘똘 뭉쳐 국민들을 굿판으로 모여들게 만들었는데,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혼자 전국의 표밭을 다니면서 북을 치고 장구를 치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다. 민주통합당을 대표하는 얼굴들은 관전만 하고 있었다.

 

1. 전략부재

2. 분열

3. 중요의제 부재

 

 

쓴 소주를 마시면서

가슴이 아팠던 것은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의제를 허물어뜨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은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한 채 나 몰라라 했다.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의제가 무엇이었나?

 

1. 경제민주화

2. 정치쇄신

3. 이념 때문에 갈라져 있는 국민을 통합

 

그 세 가지 아니었나? 그 의제를 놓고 싸우면 백번 민주통합당이 이길 수 있다.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브레이크를 건 사람이다. 그래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거리가 멀어졌었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공격을 하면 박근혜 후보를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박근혜 후보의 역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념을 들고 나온 박근혜 후보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무엇을 들고 나와 국민들의 정신을 얼어붙게 만들었나? 낡고 닳은 이념이었다. NLL, 종북세력 그리고 좌파. 헐!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21세기에 종북과 좌파가 먹혀들다니? 시대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구석으로 밀어내면서 등장을 한 이념이 또 한 번 국민들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NLL와 종북 그리고 좌파를 날려버릴 수 있는 한방이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에게는 없었다. 그 엉터리 프레임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한방은 무엇일까?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남과 북의 통일 프로젝트

국민들에게 그 프로젝트를 보여주면서 설득을 했다면 NLL와 종북세력 그리고 좌파는 숨도 쉬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여러분! 이 한반도 통일 프로젝트는 NLL와 이념을 녹일 뿐만 아니라 남과 북의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젝트입니다! 국민여러분, 제가 만약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남과 북을 10년 안에 통일 할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국민들을 설득시켰으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처참하게 침몰했을 것이다.

 

결국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 문재인 후보는 침몰했다. 진보도 패했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낡은 이념을 가지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쾌거를 올렸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를 쓰러뜨렸고, 동시에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이념보다 무서운 것은 무지다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그런데도 민주통합당은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친노와 비노의 보이지 않은 싸움에 분열의 틈은 계속 벌어졌고 새누리당은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이념이라는 낡고 닳은 재래식 무기로 융단폭격을 해 문재인 후보를 낙마시킨 것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이번 선거전은 새누리당과 국가권력기관 그리고 언론과 방송이 총동원이 되어 뛴 대리전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살아남기 위해 선거전에 뛰어든 추악한 대선이었다.

 

 

뒷이야기-심장이 멈출 것 같이 아프다. 술이 약일까? 아니다. 생각해보자. 21세기에 이념이 먹혀 들어가는 나라. 그 이념을 팔아 승리를 거머쥔 새누리당. 새누리당을 뒤에서 도운 이명박 정부. 이념이 먹혀들 수 있었던 것은 무지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등골을 파먹고 있는 세력이 어느 당인지를 모른 채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안겨준 서민들.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등록금, 취직할 곳이 없어 고시원에서 청춘을 허비하고 있는 자식들, 그리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자신들의 삶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모른 채 새누리당을 지지한 수많은 서민들. 그들의 눈과 귀를 막은 새누리당, 권력기관, 조중동, KBS와 MBC. 그 틀을 깨지 않는 한 진보는 계속 패배의 길을 걸을 것이고 보수는 늘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지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서민들의 귀와 눈을 막는 그 숙주를 제거하는 일이다. 아울러 민주통합당은 기득권을 몽땅 내려놓고 새 판을 짜야 한다. 어느 날, 동행 21에서 분과위원장님으로 모시고 싶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서 나는 정중하게 거절을 했다. 혁신과 거리가 멀어서였다. 끼리끼리는 안 된다. 다 내려놓아야 한다. 답은 하나, 혁명만이 살길이다. 20121220도노강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