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월호 100일

오주관 2014. 7. 25. 11:49

 

 

2014년 7월 24일 서울광장

2014년 7월 24일 저녁, 나는 서울시청 광장에 있었다. 6시부터 광장에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 해가지고 날이 어둡기 시작하자 많은 시민들이 광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촛불집회 때보다 시민들이 더 많았다.

 

2014년 7월 23일 광화문광장

어제 그 시간의 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에 갇힌 한 고등학생의 절규를 들었었다. 그는 말했다.

 

나는 살고 싶다. 나는 꿈이 많다. 이것 보이시지요? 배가 점점 기울고 있습니다. 해경이 저희들을 구하러 오고 있다고 합니다. 오면 300명이 넘는 우리를 다 구할 수 있을까요?

 

학생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배 안에 갇혀 있는 자신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면서 어떻게 해야 좋은지 그 방법을 몰라 그들은 미쳐가고 있었다. 학생이 자신의 다급함을 외부로 알리는 그 시간, 조타실에서 흘러나온 안내방송은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리라는 방송뿐이었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그리고 점점 기울어가고 있는 배안에 갇혀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 시간의 나는 분노가 얼마나 치밀어 올랐는지 모른다. 만약 선장이 방송을 통해

 

학생여러분! 배가 침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침착하게, 질서 정연하게 배 밖으로 빨리 탈출하십시오. 나갈 때 힘없는 여학생과 어린아이들을 보면 그들을 도우면서 빨리 배 밖으로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 속절없이 조타실의 그 말만 믿고 배 안에서 절망하며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 교육의 경직된 획일화를 생각했다. 창의성 없는 교육이 얼마나 위험한 교육인지를 생각했다.

 

 

 

 

상황이 답이고, 그리고 답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답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내가 판단했을 때, 아, 이 상황은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이 되면 즉시 그 위험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런 교육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은 문제와 답만 줄기차게 가르쳐온 지라, 말랑말랑한 사고를 가진 학생들의 뇌가 전혀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탈출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어느 학생이 그 상황을 보고 판단했을 때, 아, 이건 아니다! 탈출해야 한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배 안에 갇혀 무조건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탈출해야 살 수 있다. 라고 판단이 섰으면 곧바로 행동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배 안의 친구들과 힘을 합해 탈출했으면 그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책임을 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난 국무총리는 다시 살아 그 자리로 돌아갔다. 장관 하나가 물러났고 남은 사람들은 그 위험에서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모든 수를 다 동원을 해서 처리를 하겠다는 특별법 역시 물 건너갔다. 새누리당이 움직이지 않는데 특별법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단 말인가?

 

 

 

 

사기꾼들의 집단

결론은 박근혜에게 속았고, 새누리당의원들에게 속은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여전히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군침을 흘리면서 그들을 지지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니까, 사기집단과 부패집단과 무능한 집단이 계속 집권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들이 죽었다. 그것도 일생에 한번뿐인 수학여행을 가다 그런 참변을 당한 것이다. 얼마나 애통하고 가슴이 아플까? 내 아들이, 내 딸이, 바닷물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살아남은 부모들은 이제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식 잃은 슬픔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 게 우리 어른들의 탐욕과 무지 때문에 일어난 인재인 것이다. 유병언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우리 국가가 지금까지 줄기차게 밀고 온 그 정책 때문에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그 탐욕과 무지 때문에,

 

하나뿐인 당신 아들이 바닷물 속으로 사라졌다

하나뿐인 당신 딸이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사라졌다

 

 

 

문제는 근본을 바꾸는 일

문제는 지금까지 나라를 작동시켜온 그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왜 우리는 고장 난 시스템을 바꾸려 들지 않는가 말이다. 다른 대안을 찾아서 교체를 해야 한다. 어떻게? 1%가 아닌 99%가 다함께 어깨동무를 한 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 근본을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길이 아니면 그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법이 아니면 그 방법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머슴이지 제왕이 아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국민들이 아니다, 라고 하면 아닌 것이다! 국민들이 바꾸라고 하면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신이 아닌 대통령 한 사람이 국가를 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오만도 그런 오만은 없다. 역사를 보고, 시대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1970년대의 독재자가 총으로 국민을 다스린 시대가 아닌, 대명천지 21세기의 2014년인 것이다.

 

어젯밤 서울시청 광장의 가장자리에 앉은 나는 내내 슬픔에 잠겨 있었다. 이게 나라이냐? 나라가 아니다. 이게 국가이냐? 국가가 아니다.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장관들도 모조리 가짜들이 앉아 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 그러니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부패했고, 썩었고, 그리고 무능한 집단이다.

 

 

뒷이야기-이제 막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의 출발지점에 선 그들이다. 꿈을 향해 먼 여행을 떠나는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출발지점에서, 그리고 꿈을 향해 나아가다 그런 참변을 당했다. 그들에게 찾아온 그 절망! 그들에게 찾아온 그 두려움! 그들에게 찾아온 그 공포!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암흑이고, 두려움이고, 공포고, 절망이고, 그리고 끝이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뼈를 깎는 반성이고,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지 않는 잘못된 제도를 뜯어 고치는 일이다. 악어의 눈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태를 과감하게 끊는 일이다. 그리고 근본을 바꾸는 일이다. 2014725도노강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