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그리고 제 3의 길
도서관에서 일어나다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맑다. 어제 비가 왔나? 아니다, 비는 며칠 전에 왔다. 봄비는 단비다. 모든 식물의 싹을 틔운다. 연초록의 세상을 볼 때마다 까무러친다. 그 색이 너무 좋다. 순수 그 자체다. 그러다 6월이 되면 서서히 짙은 초록으로 변한다. 때가 묻기 시작한다. 그러다 여름에 접어들면 거무튀튀한 청년으로 변한다.
배가 고프다. 노트북을 가방에 넣는다. 핸드폰도 주머니에 넣는다. 넣기 전에 전원을 켠다. 여러 군데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다. 끈다. 낯모르는 전화가 걸려오면 나는 안 받는다. 보이스피싱 때문이 아니다. 그냥 안 받는다. 받아서 기분 망치게 만든 괴전화에 시달리면서부터 나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아예 안 받는다.
상봉역에서 지하철을 타다
빈자리가 많다. 나는 머리를 기댈 수 있는 가장자리에 앉는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탄다. 바지와 치마 길이가 짧은 아가씨들이 이쪽저쪽으로 앉는다. 다리들이 보통 튼실튼실하지 않다. 조금은 부럽다. 다리가 굵은 사람을 보면 부럽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상대가 가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낀다. 적당하게 탱탱한 다리를 보면 나는 이상하게 기가 죽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의 콤플렉스
나에게는 다섯 가지 정도의 콤플렉스가 있다. 노력해서 되는 게 있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아무리 노력에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게 바로 콤플렉스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를 항상 기죽게 만드는 콤플렉스는
1. 수학
2. 그림
3. 악기
4. 글씨
5. 굵은 다리
수학을 40점 이상 먹은 본 역사가 없다. 어떻게 극복해 볼 수 없는 난공불락이었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척척 푸는 친구를 보면 나는 심장이 뛰면서 한편으로 존재가 말할 수 없이 쪼그려든다. 저 어려운 문제를 풀다니. 하. 저 친구는 천재다. 그런 장점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 옆지기. 옆지기는 수학을 잘 한다. 재미까지 있단다. 영어도 잘하고. 악기도 잘 다룬다. 피아노는 아이들을 가르칠 정도의 수준이다. 글씨도 잘 쓴다. 나는 악필이다. 옆지기는 좋다고 하지만, 아니다. 단 하나, 그림은 못 그린다.
내 고향에 선봉이라는 친구가 있다. 그림에 관한 한 그는 천재다. 내가 중학교 때 그 친구에게 붙여준 닉네임이 고흐였다. 나무를 그려도 척척이었고, 정물화를 그려도 척척이었고, 인물화를 그려도 척척이었고, 풍경화를 그려도 화가 이상으로 잘 그렸다. 그 때 미술선생님이 홍익대서양화과 출신이었다. 미술 선생님도 선봉이의 그림을 늘 칭찬을 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선봉아, 니는 홍대에 가라. 니는 천재다.
홍대로 가지 않고 배를 탄 친구. 훗날 고향에서 문화사업을 할 때, 그 해 책을 만들면서 나는 내가 쓴 글에 삽화를 친구에게 부탁했다. 그렸는데 하, 솜씨가 도망을 가지 않았다. 아까웠다, 그의 재능이. 홍대만 갔어도 이름을 날리는 화가가 되었을 텐데.
지하철이 출발한다. 망우역을 지나자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조금 덥나? 바람막이를 벗나? 하다 나는 고개를 꺾는다. 그러다 3천 원 소리에 눈을 떴다. 어떤 노인이 접는 부채를 팔고 있었는데, 3천 원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거 내가 쓴 거야. 부채에 쓴 글을 가리켰다. 3천 원이면 너무 싸다. 빨리 하나 사! 몇 년 전, 저 부채를 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가 다 떨어져 나갔다. 중국산이었고, 너무 무거웠다. 영감도, 하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다 가평에서 깼다. 가평역에 도착하자 대부분 다 내렸다. MT를 가거나 남이섬에 가는 모양이다. 짧은 치마와 바지들도 내렸다.
소양강댐에서 사색에 빠지다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배를 타고 청평사로 가나, 아니면 이곳에 앉아 머리를 식히나. 나는 댐의 끝으로 걸었다. 끝에 있는 화장실에서 방광을 비우고 전망대에 앉았다.
당신이 명쾌하게 설명을 했어요.
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말이에요.
그랬나?
가치와 소비를 쓴 그 글을 보고 감탄을 했어요.
그래.
대부분의 식자층들이 현학적인 글을 선호하고, 또 그런 류의 글을 많이 쓰잖아요.
그렇지.
당신의 장점은 어려운 주제를 아주 쉽게 풀어요.
쉽지, 너무 쉽지.
그게 사실 고수가 아니면 불가능하거든요.
불가능하지. 아마 화장을 하면 내 몸에서 사리가 나올 거다.
하하하.
진짜다. 그리고 나는 죽을 때, 커피 한잔 진하게 마시고 이제 가야겠다, 고 하고 가부좌를 하고는 눈을 감을 거다.
하하하.
분명히 그렇게 간다.
어쨌든 교수들이나 대부분의 식자층들이 써놓은 글을 보면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글이 많잖아요.
그게 그들만의 특기이다. 아주 쉬운 것을 어렵게 황칠하는 그 기술이 뛰어나지.
왜 글을 어렵게 쓸까요?
첫째는 식자층들이 그런 어려운 글을 선호하고, 그리고 대접을 한다. 글이 쉬우면 형이하학으로 보고, 글이 무겁고 어려워야 아, 이 사람은 학이 깊고 넓구나, 라고 하는 편견이 있고, 둘째는 식자층들도 사실 글쓰기 훈련이 안 되어 있다. 그래서 나온 글들이 대부분 어렵다. 글도 기술이잖아. 기술이 없으니 어려울 수밖에.
맞아요. 예로, 성철 스님 보세요. 얼마나 쉬워요.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다. 명쾌하고, 시원하잖아요.
그게 바로 고수다.
얼마 전에, 공산주의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 그리고 자본주의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당신은 가치와 소비로 명쾌하게 설명을 했는데, 확 들어왔어요, 머릿속에.
사실 소련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소비 때문이었다.
맞아요.
미국이 쳐놓은 소비라는 그물에 걸려 허우적거리다 감당이 안 되어서 망했다.
이해가 되어요.
레이건의 군비경쟁에 속수무책이었던 고르바초프, 결국 질질 끌려가다 마침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따라갈 수가 없었겠지요.
없지. 자본주의의 핵이 돈인데, 소련이 무슨 수로 따라 가노?
반대로 자본주의도 한계가 있잖아요.
있지. 소비가 핵인 자본주의도 결국 그 소비가 자본주의의 목을 감아 비비 말라죽게 만들지.
그래서 1%와 99%의 싸움일 수밖에 없는 거고요.
응. 어떻게, 1% 가지고 이 세상을 끌고갈 수 있다고 생각하노?
그러게 말입니다.
명품이라는 허상을 만들어놓고,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은 절대 길게 갈 수 없다.
양극화를 부추기는 소비, 그게 자본이 가지고 있는 아킬레스건이고요.
맞다. 그리고 자본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적은, 바로 생태계를 황폐화시킨다는 것이다.
얼마 전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코미디언을 등장시켜 분노극을 펼친 것도 환경문제 아니에요.
맞다. 자본은 환경문제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난개발 그 끝에 무엇이 살아남는단 말인가? 인간과 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자본의 행진, 이제 스톱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다 죽는다.
이명박이가 말한 녹색성장도, 그리고 박근혜가 말하고 있는 경제살리기도 따지고 보면 오히려 자연을 황폐화시키고 경제를 망치는 것 아니에요.
백번 맞는 말이다. 4대강이 녹색성장이란다. 사기꾼놈의 새끼! 강을 막는 게 어떻게 녹색성장이고? 그리고 지거 아부지가 만든 그린벨트를 푼다는 박가, 머리는 있는데 뇌가 없다. 영리병원이 뭐, 경제를 살린다고? (만약 영리병원이 추진되면 식물인간인 이건희가 놀라 벌떡 눈을 뗄 것이다. 그래, 그래, 과연 이가고 박가다. 그래 경제를 위해 다풀고 조아라. 니가 나를 살리고, 우리 삼성을 살리네! 안 그래도 돌파구가 없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박가 니가 나를 살리네. 동상, 이번에도 총리를 또 성대출신으로 뽑았네! 잘했어! 오빠야 마음을 어예 그래 잘 아노? 정말 이심전심이다. 이제 우리 성대가 대한민국에서 랭킹 1위가 될 끼다. 고등학생들아, 잘 봤제? 대한민국에서 총리와 장관하고 싶어머 성대로 와야 한다, 알았제! 그라고 만약 영리병원만 되면 우리 삼성병원은 내일부터 당장 서민들은 발도 못 들여놓게 만든다. 병실을 전부 특실인 1인실로 만들어 세계를 상대로 돈을 한번 또 왕창 벌어 볼 거다. 동상, 오빠가 거듭 부탁한다. 어예든지 다음 대선에도 새누리 후보가 이겨야 한대이. 저쪽 좌파들이 되머 안 된대이. 전마들은 대선 때마다 약속이라도 하듯, 재벌해체를 들고 나오고, 그라고 법인세 인상이니 증세니 하며 내 간을 되는 대로 쫄게 만든다. 대한민국은 계속 1%가 운전을 해야 돼. 동상도 그 사실을 잘 알제. 막말로 우리 삼성이 살아야, 우리 대한민국이 산대이. 우리 삼성이 죽으머, 대한민국도 죽는 거 알제. 어예든지 삼성을 살래야 한다. 그라고 좌파들이 절대 정권 못 쥐게, 전마들 숨통을 탁탁 털어막아야 한대이. 그러니 동상은 무조건 앞만 보고 가라. 절대 옆을 보지 말고, 지금 해온대로만 가머 된다. 동상, 보수는, 절대, 걱정하지 마라. 일만 열심히 하면 성공보수는 내가 두둑하게 줄게. 이봐 비서, 박가 동생이 돈이 없다고 하면 곳간에 돈을 가득 채워줘라! 알았나? 네, 황제폐하!) 미국을 보면 문제와 답이 다 나와 있는데, 한마디로 누군가로부터 조종당하고 있는 로봇이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추진했고, 추진하고 있는 경제살리기는 전부 1%의 대기업이 원하는 경제정책이다. 99% 서민은 없다. 그게 무슨 국가이고, 정부고!
그렇다면 대안은요?
제 3의 길로 가야 한다. 그 길은 바로 경제민주화이고, 보편적 복지이고, 그리고 협동조합으로 전국을 네트워크화해야 한다. 그래야 도농 간의 경제격차를 줄일 수 있다. 아이들 의무급식을 끊은 홍준표를 봐라! 대여금고에 몇 억을 재어놓은 그 얼간이가 국회에서 받은 특수활동비로 지 마누라 생활비 하라고 줬다 하잖아. 그 돈이 국민이 낸 세금인데, 아아들 점심값은 안 중요하고, 지 마누라 생활비는 중요하고, 미친 놈 아니가!
그러게요. 그런 사람은 이제 정치판에 못 들어오게 발을 끊어놓아야 해요.
더 나아가 이명박과 박근혜 같은 사기꾼과 거짓말쟁이는 정치판에 얼씬도 못하게 법으로 막아야 한다. 그리고, 법인세도 올리고, 증세도 해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가 세세생생 살 수 있는 방법이다.
그게 정말 답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당신 몇 살까지 살 건데요?
와?
글쎄...
흠... 정신줄 놓을 때까지. 아버지가 93세, 어머니가 지금 92세니까 우리 집안은 장수집안이다고 보면, 90까지는 안 살겠나.
그럼 됐어요. 만약 당신이 70에 가면 나는 억울하잖아요.
억울하지.
나는 60에 숨을 끊어야 하는데, 너무 손해가 막심하네요.
그러네.
당신이 90까지 살면, 나는 80이니까 그 정도면 충분해요.
그럼 90이면 당신 수갑찰 수 있제?
있어요, 그 정도면.
같이 가자.
하하하.
소양강을 나오다
소양강을 내려온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자 고등학생들이 우르르 탔다. 여학생들 중에 튼실이들이 많았다. 역도 선수들 다리를 닮아 있었다. 하, 저 다리가 내 다리였으면. 옛날에 역기를 어깨에 메고 죽어라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지만, 굵어지지 않았다. 10년 간 마라톤을 해도 내 다리는 튼실튼실한 다리로 변하지 않았다. 야들아, 그런데, 너거 다리는 너무 튼실튼실하다.
뒷이야기-우리나라가 정말 살맛나는 세상이 되려면, 정치판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건전한 언론과 방송이 하루빨리 정착이 되어야 하고. 보수를 대변한다고 하는 조중동의 신문과 방송을 보라. 보수가 아닌, 정권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한겨례와 경향신문도 마찬가지다. 제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모순과 잘못된 자본주의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는 진리다. 공부이고, 준비이고, 그리고 연대이다. 공산주의도 실패이고, 자본주의도 실패다. 섞어야 한다. 전주비빔밥처럼 이쪽저쪽의 맛과 영양가가 있는 재료를 전부 넣어 섞어야 한다. 그게 바로 빨주노초파란보다. 그게 바로 궁상각치우다. 개인이 아닌, 우리 전체가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2015521도노강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