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트레스

오주관 2015. 12. 28. 14:36

 

 

스트레스는 고약한 병이다

암에는 이겨도 스트레스에 이기는 장사는 없다. 나는 이미 십대 때 스트레스와 싸워 처절하게 패배를 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중학교에 입학을 하자마자 나에게 찾아온 스트레스라는 불청객 때문에 나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정이 되면 읍내 망루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읍민은 다 잠이 들어도 나는 항상 예외였다. 자야 할 시간에 자야 그게 정상이다. 우리의 신체리듬이 그렇게 구성이 되어 있다. 만약 그 신체리듬이 깨어지면 몸에 병이 생긴다. 우리 인간의 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설계되어 있다.

 

망할 스트레스!

새벽 1시가 되어도 정신은 누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신이 명료하면 몸이라도 퍼져 눈을 감아야 되는데 몸과 정신이 무슨 협상이라도 맺었는지 자지를 않고 나를 괴롭혔다. 2시가 되어도, 3시가 되어도 잠은 오지 않는다.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잠과 계속 싸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눈을 뜬 채 서서히 미쳐가는 것이다.

 

십대 때의 나는 너무 고민이 많았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동맹을 맺어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 매일 시험을 하기 시작했다. 햄릿처럼 죽느냐, 사느냐? 그 주제가 내가 풀어야 할 문제였다. 그 스트레스 때문에 찾아온 이명과 가위눌림. 내 오른쪽 귀의 청력상실은 그 때 찾아온 스트레스의 후유증 때문이었다.

 

 

 

 

10일 전에 나를 덮친 스트레스

10일 전, 나에게 찾아온 스트레스는 일본의 후쿠시마를 덮친 거대한 쓰나미처럼 그 높이와 세기가 어마어마했다. 작전상 후퇴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다, 하고 나는 내가 잡고 있던 일을 놓았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잊고 음악을 듣자. 집중에서 온 혼란과 혼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는 다른 집중이 필요하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아뿔싸, 과했나? 그 선택이 나를 다시 혼란과 혼돈 속으로 몰고 갔다. 내 남은 왼쪽의 귀가 고장이 나버린 것이었다. 3, 4일 뒤 내 귀에서 대포 터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텔레비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증폭이 되어 탱크소리로 변해 있었다.

 

후퇴와 방법의 부조화

오른쪽 귀에서는 24시간 쇠를 깎는 소리, 왼쪽 귀에서는 탱크와 대포 터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 나를 또 한 번 미치게 만드는구나! 병원에 가자. 혈압 때문에 찾은 그 병원이 떠올랐다. S대와 미국 유학을 다녀온 내과에 갔다. 이만저만 설명을 하자 원장이 확대기로 내 귀를 들여다보았다.

 

염증도 없고 괜찮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귀속에 머리카락이 하나 있네요, 하며 집게로 뽑은 머리카락을 보여주면서 은행잎을 추출해 만든 혈액개선제를 3일치 드리겠습니다.

 

괜찮다니? 내 귀에서는 계속해서 포 터지는 소리와 탱크가 대지를 짓밟으며 지나가는 그런 굉음이 들려오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니? 하, 이런 낭패가 있나? 하고 나오는데, 원장이 물었다.

 

요즘 혈압약 안 먹습니까?

네.

하, 그래요?

원장은 내 귀가 궁금한 게 아니라 혈압약을 먹는지 안 먹는지 그게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몇 개월 현미밥을 먹지 못하자 외출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던 혈압이 다시 찾아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혈압 약을 몇 달 먹었다. 그러다 다시 현미와 채소에 매달리자 혈압이 떨어져 이제 약을 먹지 않고 있다. 원장이 걱정했던 것은 1. 혈압환자 하나 놓쳤다 2. 정말 혈압 약을 안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 반 의심 반이었다.

 

 

 

 

다른 병원에 가다

S대와 미국 무슨 대학에서 공부를 한 그 원장이 이번에는 이상하게 신뢰가 안 갔다. 해서 전에 한번 침이 잘 넘어가지 않아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K의과대학교를 나온 그 원장에게 찾아가 이실직고를 했다. 원장 방에는 하프마라톤에 도전한 상패가 놓여 있었다. 나도 한 때 10년 간 마라톤을 한 마니아였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우선, 치료 방법이 달랐다. 양쪽 코에 기구를 넣어 찍, 하고 무엇을 뿌리더니 코에 침을 꽂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신뢰가 갔다. 그리고 확대경으로 귀속을 살피고는 코 속의 침을 빼더니 다시 가느다란 기구를 집어넣었다. 호스가 코를 넘어 목구멍까지 넘어왔다. 그리고는 바람 같은 것을 확 불어넣었다. 원장이 말했다.

 

뚫렸지요!

 

뚫리다니, 이상 무인데? 내가 물었다. 원인이 뭡니까? 막혀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귀와 코 그리고 목구멍이 막혀서 그렇다, 로 나는 이해를 했다. 어째든 소염제와 염증을 다스리는 처방전을 주면서 변화가 없으면 토요일에 다시 한 번 오라고 있다. 약국에서 약을 받아 넣은 나는 옆지기에게 문자를 보냈다. k대학이 S대학교를 눌렀다.

 

 

 

 

다시 후퇴다!

이틀 동안 나는 책가방 대신 등산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로 다니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멀어질 것, 그리고 책과 노트북에서 물러날 것!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을 구할 정책을 개발한다고 너무 정신을 집중시켰더니 이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라는 쓰나미가 덤빈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매달린 주제는 1. 정치 2. 경제 3. 통일 4. 복지

 

내가 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정책을 개발하면서 계속 느끼는 점은 지난 이명박과 현재의 박근혜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이다. 대선 사기공약부터 시작해 국정원대선개입과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축시키고 후퇴시킨 그 죄가 너무 크다. 두 사람의 닮은 점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거나 하고 있는 게 아니라, 1%를 위한 정치를 하면서 국민을 계속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을 지지하고 있는 40%의 국민은 계속 잘도 속으면서도 끊임없이 지지를 하고 있다. 정말 슬픈 일은 부자들을 위한 정당을 가난한 서민들이 하염없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들의 쌈짓돈을 훔쳐 부자들을 먹여 살리는데도, 그 거짓 사기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눈 뜬 당달봉사,

그리고 무지는 죄악이라는 것이다!

 

이명박의 4자방, 그러니까 4대강 22조 원, 자원외교 43조 원, 방위사업에 퍼부은 돈만 가지고도 복지를 할 수 있다.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의 록히드사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 FX사업에 들어갈 26조 원이라는 그 돈으로 경제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서민들을 구하는데 쓰면 나쁠까, 좋을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무기를 구매하는 1등 국가다. 우리나라야말로 미국이라는 국가의 호구 중에 호구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전쟁보다 위는 평화이고,

문은 무를 이기고, 이겨야 한다!

 

 

 

 

다시 k병원 원장에게 가다

원장님, 아직 귓속이 탱크소리와 대포 터지는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그래요? 다시 한 번 기구를 이용해 내 코와 귀에 축축한 내용물과 바람을 집어넣어 막혀 있는 둑을 뚫어주었다. 이래도 안 되면 다음에는 청력검사를 한 번 해봅시다. 속으로 청력검사를요? 아, 내가 드디어 베토벤이 되는구나! 소통이 안 되면, 나의 현재와 미래는?

 

긍즉통이라고, 일단 마음을 평정하자. 호흡을 복식호흡으로 바꾸고, 책과 내가 잡고 있는 주제에서 멀어지자. 그나마 담배도 안태우고, 술도 안 마셔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다시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로 마치 좀머씨처럼 그렇게 나를 비우면서 정신 없이 다녔다.

 

8일이 지난 후 하, 들리지 않던 텔레비전의 뉴스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옆지기의 말도 들렸다. 아, 귀가 뚫렸다. 그래요? 응. 이제 대포 터지는 소리와 탱크 지나가는 소리가 사라졌다. 아, 짐을 내려놓으니까 다시 본래의 나로 돌아오는구나! 지금부터 조심하세요? 그러게 말이다. 일단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은 그만 둬야겠다. 그러세요. 그리고 정신이 압박을 받고 있다 싶으면 다시 좀머쉬처럼 들로 산으로 다녀야겠다. 그렇게 하세요.

 

나는 생각한다. 청력을 상실한 베토벤이 되었을 때 찾아올 그 신산스러움과 공포를. 몸이 진저리를 쳤다. 나는 작곡가가 아니다. 나는 무조건 소통이 되어야 한다. 타인들과 소통이 안 되면 내가 하고 있는 이 연구와 공부는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그리고 마지막도 내 왼쪽 귀를 보호하는 일이다. 예기치 않게 양 사방에서 주먹이 날아오면 오른쪽 뺨은 얼얼하게 얻어맞더라도 왼쪽 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철통방어를 해야 한다. 내 꿈인 한반도가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뒷이야기-쓰나미 같은 스트레스가 몰려와 괴롭히면 반드시 몸에 병이 찾아온다. 만병의 근원 중에 제일은 스트레스다. 약간의 위기와 갈등은 정신과 몸에 활력을 제공하지만, 그 한계를 넘는 스트레스는 경계대상 1호이다. 어쨌든 큰 고비는 넘겼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이제부터 나는 복식호흡으로 나를 재무장시켜야 한다. 흐읍~후~흐읍~후~20151218해발120고지아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