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디 오리지널 내부자들

오주관 2016. 1. 5. 13:02

 

 

 

2016년 새해에 본 디 오리지널 내부자들

2016년 병신년 새해 아침, 우리 두 사람은 떡국을 끓여 먹었다. 며칠 전부터 새해 아침을 서울에서 맞느냐, 아니면 다른 곳에서 맞느냐, 로 잠깐 고민을 하다가 서울에서 맞기로 합의를 했다. 설악산의 울산바위라도 한 번 올라갔다 오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열정이 식은 것일까? 어쨌든 이제 해를 맞으러 어디로 간다는 게 솔직히 신명이 나지 않았다.

 

떡국을 한 그릇 비우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대학로. 지하철 안에서 잠시 꺼냈던 경북궁과 창덕궁도 패스. 대학로에서 일단 커피부터 한 잔 하기로 했다. 옆지기가 얼마 전에 받은 티켓이 하나 있다고 했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영화를 보자. 영화관에 들러 1시 30분에 하는 디 오리지널 내부자들 표를 끊었다. 얼마 전 수락산 CGV에서 본 히말라야가 뭔지는 모르지만 부족했다. 해서 3시간짜리 내부자들을 보기로 하고 표를 예매하고는 커피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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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은 대한민국 1%의 민낯이다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 정치깡패 안상구, 경찰출신 검사 우장훈 이 세 사람이 펼치는 연기에 압도당했다. 정치깡패인 이병헌의 연기와 족보가 없는 신참 검사인 조승우의 연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특히 조승우의 눈빛이 압권이었다. 그리고 팬을 움직여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설계하고, 사회여론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조국일보의 논설주간 백윤식 씨의 냉정하고 차가운 연기는 소름을 돋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내부자들은 대한민국의 썩은 권력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1%인 정치, 경제,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들 1%의 난공불락의 카르텔이 나머지 99% 국민들의 삶을 설계하고, 조종을 하고, 그리고 어떻게 다스려 나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덤으로 조금 보태자면

영화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 이를테면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과 대선후보인 장필우 의원은 심사가 뒤틀리면 어김없이 개 좆 같은 새끼! 라고 내뱉는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정무수석 오명환, 서울검찰청 특수부 부장검사 최충식, 그리고 우장훈 검사와 정치깡패 안상구도 심사가 뒤틀리고 주인공이 자리에 없으면 따발총 모양 개 좆 같은 새끼! 가 터져 나온다. 대기업 회장이나 대선후보나 민정수석이나 부장검사나 검사나 깡패나 하나같이 심사가 뒤틀리면 개 좆 같은 새끼! 터져 나온다. 욕 반 말 반인 고향에서 자란 내 입장에서는 그 욕들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일상적인 언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아니,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그동안 마음놓고 내뱉지 못한 욕들을 그들이 거리낌 없이 내뱉어주어 여간 시원하지 않았다. 나도 이번 기회를 빌어 내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을 한번만, 딱 한번만 내뱉자.

 

야 이 개 좆 같은 병신아!

 

조국일보논설주간 이강희의 독백

정치깡패 안상구의 오른쪽 손목을 자른 이강희는 안상구에 의해 자신의 오른쪽 손목이 잘려 나간다.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를 복수하기 위해 그의 사무실에 쳐들어간 안상구는 한 때 동생과 형 사이인 이강희의 오른쪽 손목을 도끼로 내리쳐 잘라버린다. 이강희의 생철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 그런데 이강희의 그 비명소리가 비명소리로 들리지 않고, 통쾌하고 시원~하게 들려왔다.

 

오른팔이 잘린 이강희가 감옥에서 냉정하게 내뱉은 그 독백이, 디 오리지널 내부자들의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오른팔이 없지만 왼팔이 있다. 알아야 할 것은, 우리 국민은 냄비근성이라 금방 쉽게 달아오르고 시간이 지나면 금방 쉽게 잊는다. 이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까마득히 잊을 것이다.

 

 

뒷이야기-내부 고발자는 대한민국의 1%의 민낯이다. 대한민국이 누구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다. 정의가 사라지고 1%만의 세상인 대한민국. 1% 그들에게 99%는 없다! 그 사실을 알아야 대한민국은 정의가 다시 실현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편이 누구인지, 나의 적이 누구인지를 알면 우리 대한민국은 불의에서 깨어나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나라가 될 것이다.201611해발120고지아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