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보낸 지난 일주일
저 USB 메모리 카드 속에 내가 들어 있다
비례대표 도전기
1. 꿈
내 꿈은 국회의원이 아니다.
이미 여러차례 내 블로그에서 밝혔다.
내 꿈은 하나도 둘도 셋도 그리고 마지막도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다.
그 통일에 하나의 밀알이 되겠다는 게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이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2.복당
지난 12월 복당신청서를 시당에 냈다.
그리고 기다렸다.
복당이 안 되면 영웅호걸도 도전을 못한다.
하 시간을 기다렸지만 복당이 되었습니다, 라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2015년이 가고 2016년 새해가 밝았다.
2월의 어느 날, 복당 문제로 시당에 전화를 했다.
불허라고 했다.
그 사유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원인이 뭘까?
나는 내 순혈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무리들을 피해 왔다.
그리고 나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내가 읽고 보고 판단을 한다.
그런데, 지난 여름 딱 한 번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흔들린 일이 있었다.
그 사람, 노!
그 사람도 노!
그 사람, 예스!
솔직히 나는 마음에 없었다.
그 사람 역시 에너지가 부족했다.
깡도 없었다.
그 비밀 아닌 비밀이 샜나?
나는 7천만 민족을 위해 그에게 SOS를 쳤다.
당신이 좀 도와달라!
나는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꿈은 이것 하나뿐이다.
내 메시지와 통일 프로젝트 원본과 축약본을 보냈다.
2월 29일 복당이 결정됐다.
시당에서 빨리 서류를 준비하라고 했다.
옆지기와 산책을 나왔다 운동장까지 왔다. 새누리, 더민주, 국민의당 후보들이 나와 축구팀들과의 미팅을 하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에게도 찾아와 허리를 숙였고 명함을 주었다.
3. 서류를 준비하다
주민센터, 세무서, 경찰서를 뛰어다니며 서류를 준비했다.
23가지 항목.
그 서류들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비지땀을 흘렸다.
세무서 직원이 떼어 준 맞지 않은 서류 때문에 골로갈 뻔했지만 다른 젊은 직원이
수작업으로 다시 서류를 떼어 나를 기사회생시켜 주었다.
앞에 직원이 떼어준 서류를 집어넣었으면 탈락!
4. 최종마무리
밤에 옆지기를 오라고 했다.
당신과 최종 마무리를 하자.
옆에 누가 있는 것하고 없는 것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동네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주어진 문제지를 상대로 예행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 날 밤 우리는 새벽 3시까지 이마를 맞댄 채 마무리 작업을 했다.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면 된다.
내일은 나 혼자서 고군분투해야 한다.
5. D데이
도서관에 온 나는 스캔으로 출력을 하고, 그리고 pdf로 저장이 된 서류를 불러내 차근차근 작성해 나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99% 불가능했다.
아무리 혼신을 다해도 내 앞을 가로막고있는 장벽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점심시간까지 혼신을 다했지만 신청완료는 되지 않았다.
필수항목 7, 8개가 나를 가로막은 채 서 있었다.
내 힘으로는 되지 않는 서류들이었다.
4전 5기를 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포기!
나는 식당으로 갔다.
배가 무지 고팠다.
4천원을 투자해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커피까지 먹었다.
불가항력!
포기를 하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복당부터 나를 괴롭히더니 결국 서류가 또 나를 가로막는구나!
옆지기로부터 전화가 왔다.
나: 99% 불가능하다.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옆지기: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세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요.
지금이 오후 1시니까 마감시간까지 5시간 여유가 있었다.
사실 오늘 이런 일을 예상하고, 옆지기를 입당시켰다.
그리고 SOS를 보낸 그 사람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내가 안 되면 내 집사람이 대신 도전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 중, 고, 그리고 대학교를 나온 옆지기, 당달봉사는 아니다.
내 통일 프로젝트를 옆에서 지켜보았고, 그리고 DMZ를 늘 같이 다녔다.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안 되면 옆지기가 대신 도전을 한다.
그만큼 한반도의 통일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제 옆지기의 도전도 불가능하다.
산악인 고 박영석 대장은 말했다.
나에게 0,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묻는다?
서류를 뽑나,
사람을 뽑나?
0,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를 가로막고 있는 서류들은 내 능력밖의 일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어리버리한 사람도 걸러내지만, 능력이 백두산만한 사람도 걸러내는구나!
만약 서류가 통과 안 되면 비례대표라는 종목에 아예 도전을 하지 못한다.
아무리 비례대표가 정략적으로 나누어 먹는다고 해도 3명 정도는 실력으로 뽑아야 한다.
대선후보 몫으로 남자여자 둘, 계파두목몫으로 남자여자 둘, 여자두목몫으로 남자여자 둘, 깡패두목몫으로 남자여자 둘, 운동권몫으로 남자여자 둘, 청년몫으로 남자 둘, 여성몫으로 둘 등등으로 나누어 먹는다고 해도, 막말로 세 사람 정도는 실력으로 뽑아야 한다.
내 도전 종목은 통일
그런데, 문제는 내 전공분야였다.
비례대표공천심사위원회에서 당신의 실적을 보여주십시오! 라고 요구했다.
여기 있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달린 통일 프로젝트를 보여주려고 파일을 붙여넣었지만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재 시도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런 낭패가 있나!
이것도,
3000자 이내라고 못을 박아놓았다.
실적을 보겠다는 것인지, 안 보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수가 없었다.
자기소개서, 의정활동계획서, 자신이 선택을 한 전공분야의 실적도 3천자에 막혀 들어가지가 않았다.
급 수정에 들어갔다.
줄이라면 줄이고, 늘이라면 늘려야 한다.
그런데 급하게 수정을 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에이포 용지 두 장 반이 3천자다.
팔다리 다 떼고 뭘 보자는 말인지...
기적?
이게 무슨 조화일까?
그렇게 나를 가로막고 있던 8가지의 필수항목이 어느 순간부터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순간 서류가, 다, 슬슬 통과가 되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가, 지금 나를 보고 있나?
내가 원격조정을 당하고 있나?
그 뒤에 찾아온 멘붕.
아, 정말이지 국회의원이 되는 것보다 서류통과가 사람의 진을 다 빼버렸다.
밤에 온 옆지기와 포장마차에 가 소주를 마셨다.
나는 한잔을 마셨고, 옆지기가 다 마셨다.
내가 그랬다.
이건 능력 있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서류를 뽑는다.
그리고 내 전공분야의 실적을 보지 않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보고 심사를 하고 그리고 통과를 시킨다는 말인가?
나는 아직 멘붕에서 해방이 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인재를 뽑으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탈' 이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통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 이다.
탈이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 대한민국은 건강하게 일어설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지난 8년, 대한민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DMZ의 구석구석을 다닌 내 의지와 열정과 꿈을 도대체 어디에 가서 찾고 펼쳐야 하나?
뒷이야기-나는 대통령도 시험제라면 도전을 한다. 지난 60여 년, 나는 광야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스승도 없이 나 홀로 검법을 연마했다. 며칠 전 안철수가 말한 광야는, 광야가 아니다. 그가 광야를 진짜 알기나 할까? 광야가 얼마나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고독한지 알까? 복당에서 도전까지의 그 길을 걸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지뢰밭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사람들을 심기 위한 함정이고, 덫이 아닐까. 어쨌든 마음을 비우고 결과를 한번 기다려보겠다. 해발120고지아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