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관의 혁명

인간 노무현, 서울에서 다시 만나다

오주관 2016. 11. 9. 13:51



도서관에서 나가다


7일 오후 , 나는 도서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도서관을 나와 길을 걷는데, 한복을 입은 젊은 남녀들이 거리 이쪽저쪽에서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주연배우인 자신들을 열심히 찍고 있다. 아마 중국인이거나 일본인 아니면 우리나라 중고생들이다. 더러 아시아인이 아닌 외국 사람들도 이 대열에 조금씩 합류를 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금방 유행을 낳는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거리에는 한복을 대여하는 곳이 많이 생겼다. 대한민국 서울에 오면 일단 한복을 입고 경복궁이나 북촌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단체로 몇 천 명 무리를 지어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은 한강이나 인천의 월미도에서 생맥주에 통닭을 마시고 뜯는 이벤트 행사도 벌어지곤 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중국인들. 한편의 드라마가 정치보다 더 파괴력이 높고 크다. 그러나 저러나 나는 한복을 입어본 기억이 있나? 없다. 구두를 신고 양복을 입어본 날이 이제는 까마득한 그 옛날(80년도 그해)의 추억 속에서나 찾을 수 있다.


날마다 바뀌는, 옷 입는 그 멋에 대통령을 하지 않나 할 정도로 비싸고 화려한 옷을 좋아하는 청와대 안의 박근혜는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외롭고 불행한 사람 중에 하나이다. 로고스적 사고와는 거리가 너무 먼 우매한 박근혜는 지금 전국의 중, 고등학생들의 조롱거리가 아니라, 좀비가 되어 있다. 3만 원짜리 운동화 두 켤레, 1만 5천 원짜리 바지 두 개, 2만 원과 3만 원짜리 점퍼 하나가 전부인 가난뱅이인 나는, 박근혜보다 정신과 몸, 그리고 마음이 두 배 정도 더 행복한 사람이다.




서울씨네마에서 두 무현을 만나다


종로3가에 있는 서울씨네마로 갔다. 처음이다. 표를 끊고 시간이 남아 가방을 멘 채 주변을 왔다 갔다 하다 GS25에 들어가 원두커피 한잔을 산다. 40대 후반의 아주머니에게 씨럽이 있느냐고 묻자 있다며 꺼내 컵에 조금 담아준다. 이상하게 쓴 커피보다 조금 달달한 커피가 좋다. 언제부터인가 쓴 커피는 혀가 싫어한다. 나이 탓이다. 은교의 저자인, 요즘 성추행 사건으로 외줄 사다리 위에 올라선 채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범신 작가가 오래 전에 쓴 글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나이 60이 넘으면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는 돼지비계를 좋아하게 되고, 또 하나는 사극을 좋아하고, 마지막은 이가 쑹덩쑹덩 빠지기 시작한다. 

 

진짜 그런가? 나는 60이 넘었는데도 돼지비계를 못 먹는다. 일생 비계하고는 손을 못 잡아보았다. 내 고향 불알 친구인 학이는 비계를 엄청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 동네 잔칫집이나 초상집에 가 상을 받으면 제일 먼저 젓가락이 가는 게 돼지비계였다. 비계를 된장에 찍어 입에 넣고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씹곤 했다.


학아, 비계가 그철 맛씼나?

응. 맛도 조코, 꼬시하다.

임마, 거짓말 하지마라.

진짜다.

그럼 내 비계 줄게, 니 감주 두가.

가져가라.

잡채도.

잡채는 나도 묵아야 되는데.

그럼 치아라.

오, 오, 알았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한 사람의 무현은 한겨레에서 오랫동안 시사만화를 그린 시사만화가인 백무현 씨의 이야기다. 그는 자기 고향 여수에서 노무현 정신을 심고 이어가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로 출마를 한다. 출마한 그 날부터 선거가 끝나는 그 날까지 지난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선거에서 낙선을 했고, 그리고 자신에게 덤빈 병마(위암)로 자신의 삶을 접고 쓸쓸히 이 세상을 떠난다. 인간 백무현의 운명은 그렇게 끝을 맺는다.



노무현 묘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부산 사나이, 그리고 큰 인물 노무현


노무현 그는 선거 때마다 진다. 부산이 자신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선거 때마다 보수당인 여당의 후보에게 쓴잔을 마시다. 경상도는 어느 해부터인가 선거에 관한 한 막지의 고장이 된다.


못 나도 보수 여당!

부지깽이도 보수면 찍는다!

대신, 아무리 뛰어나도 진보인 야당은 안 돼!


무현, 두 도시이야기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진화는 그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것이다. 인식의 구조 자체가, 우리 편이 누구인지를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 나와 우리를 위하는 진보 야당은 우리의 적이 되고, 우리의 정신은 물론이고, 허파와 간을 빼먹는 우리의 적인 보수 여당의 후보는 아무 군말 없이 척, 하고 찍는다는 것이다. 4전 1승 3패. 그러나 무지막지한 막지의 고장에서 쓴잔을 여러 번 마신 노무현이었지만 끝내 그 벽을 넘고 넘어 마침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한다는 것. 작은 것을 내어주고 큰 것을 받아오고, 그리고 마지막 승부에 그를 지지하는 큰 물결을 바라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그렇다.


시련, 시련 그 끝에 승리는 온다!

웃음은 절대 눈물 앞에 오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민심은 천심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비의-진보를 견고한 틀로 가로막고 있는 거한 성


끝내 노무현을 살렸고, 그리고 끝내 노무현을 죽인 이 대한민국의 민낯을 우리 국민들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상주의자인 인간 노무현을 누가 죽였나? 흙수저의 잡안에서 태어난 보통 사람인 인간 노무현을 누가 죽였나?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막지 보수이다. 보수권력, 그들에게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으면서 부역을 한 반헌법행위자들, 조중동과 메이저 방송, 그리고 학계.


결론은 하나다. 우리 국민들이 깨어 있지 않으면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항상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막지보수들에게 늘 잡아 먹힌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은, 흙수저들이 금수저가 될 수 없는 방법을 여러 개 개발해 가지고 있다. 첫째, 흙수저들이 경제적으로 자립을 할 수 없게 최소한의 월급을 주어 그 자리에서 맴맴 허덕이며 돌게 만들 것, 흙수저들이 공부를 쉽게 할 수 없게 등록금을 천정부지로 높여 알바로 세월을 보내게 할 것, 방송과 언론을 동원해 그들의 귀와 눈을 멀게 만들 것, 이념을 앞세워 우리 사회를 항상 이분법으로 우군 아니면 적으로 만들 것 등등이 있다.


인간 김대중과 노무현이 그래도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강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그 메아리가 크다.


꿈을 세울 것!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할 것!

끝없이 도전, 또 도전을 할 것! 


 

뒷이야기-그런 저런 이성적 사고능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럼 하나만이라도 붙잡아야 한다. 그것은, 누가, 나와, 우리 편인지만 알면 된다. 보수는 원천적으로 서민들 편이 아니다. 가난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대기업과 부자들을 돕는 게 보수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목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꽉 막힌 불쌍한 서민들인 그들을 보라! 박사모가 12일 박근혜를 지키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나온단다. 박근혜를 지키기 위해 아줌마부대들이 나오고 있다. 당달봉사들이다. 적을 끌어안는 저 막지들이야말로 바로 보수 권력들의 훌륭한 먹잇감이고, 홍위병들이다. 그들에게 개밥 던져주듯 아주 작은 먹이만 던져주면 만사가 오케이다.2016119해발120고지아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