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효란?

오주관 2017. 7. 8. 14:42




일주일에 두 번 어머니에게 간다


일주일에 두 번 어머니에게 간다, 수요일과 토요일.

도서관이 휴관일 때 가고, 또 토요일에 간다.

갈 때 동네 죽집에서 소고기버섯죽과 찰떡 하나를 사 간다.

딱딱한 밥보다는 죽이 먹기에 좋다.

소화시키기에도 좋고.

찰떡은 간식인데, 어머니는 워낙 찰떡을 좋아하신다.

골이 흔들릴 때마다 어머니는 찰떡을 먹어 골을 메우곤 했다.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

내가 골이 흔들릴 때마다 어머니의 그 처방 대로 찰떡을 먹어 골을 채우곤 한다.




죽집을 나오면 바로 떡집이다.

2000원.

죽으로 배를 채우고, 찰떡으로 허기진 마음을 채운다.

일석이조.

어머니가 참 좋아하신다.

죽과 떡을.


효란, 지극히 간단하고 어렵지 않다.

자주 만나 정답게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어머니에게 가면 보통 4, 5시간씩 보낸다.

토요일에 가면 어머니를 휄체어에 태우고 바람을 쐬러 나간다.

주로 도봉산역에 있는 창포원이나 도봉산, 수락산, 그리고 아파트공원.

그렇게 잠시라도 나가야 형수가 자기 시간을 낼 수가 있다.

내가 수, 토요일마다 집에 가는 것은, 형수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신지 30년이 넘는다.

65세에 올라오신 아버님을 형수가 30년 가까이 모셨다.

3년 전, 아흔넷에 돌아가신 아버님.

순전히 형수 덕이다.


우리집에 천사가 두 분 계신다.

형수와 요양사 아주머니.

형수에게는 자유시간이 라는 게 아예 없다.

미칠 일이다.

하루 스물네시간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매여 살아야 한다.

아마 우울증도 오고 그랬던 것 같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다.

참고, 인내를 하면서, 그리고 성모마리아를 생각하면서 모시지 않나 생각한다.

일년에 몇 번 있는 남매계중에는 내가 형수의 역할을 대신한다.

아무 걱정 말고 다녀오십시오,

하고 기쁜 마음으로 보낸다.

그래야 1박 2일이다.


그리고 우리집에 오는 요양사 아주머니.

교회에 나가시는 그분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인데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맛있는 음식도 사오시고,

치매에 좋다고 그림책도 사오고, 옷도 사오곤 한다.

요즘은 요양시간이 1시간 줄어들어 수입도 쪼그라 들었다.

다 잘 난 박근혜 때문이다.

사기꾼 이명박과 박근혜가 자본에 대해 공부를 얼마나 했겠나?

공산주의가 망하고 자본이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본 속에

수정이라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보지 못한 수정이 있어 그나마 생명을 오늘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까지 자본이 가겠나?

무너질 수밖에 없는 자본이 가지고 있는 취약한 성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다.

복지를 두텁게 쌓는 그 길이다.

복지가 성장이고, 그리고 자본이라는 괴물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다.





우리가 농경사회일 때-1960, 70년 때까지만 해도 우리 부모님들을 전부 집에서 모셨다.

어른들을 따로 모시는 요양시설이라는 것이 없었다.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집에서 모셨다.


옛날에는 치매라는 말이 없었다.

그 때는 알츠하이머니 치매라 부르지 않고, 노망이라 불렀다.

어린시절, 우리 옆집에 할머니가 계셨는데, 수시로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담장 너머로

들려오곤 했다.

야 이년아, 배고파 죽겠다, 밥 안 주나!

어무이, 아침에 밥 드렸잖아요?

언제 줬노? 이년이 이게 거짓말까지 하네.

동네사람들요, 이년이 밥을 안 줘 배가 고파 죽겠니더!

그리고 수시로 방에서 변을 보고 그 변을 벽에다 바르곤 했다.

소위 벽에 똥칠을 하는 전위예술을 하는 것이다.

단어는 달라도 그게 다 치매였고, 알츠하이머였고, 그리고 노망이었다.





나는 이 날 이 때까지 가래를 모르고 살고 있다.

20년 전, 만약 담배 많이 태우기 세계올림픽대회가 있었으면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출전을 해

금메달은 몰라도 동메달 정도는 따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엄청난 골초였다.

그 때도 가래는 없었다.

아버지도 그랬었다.

아버지도 골초였다.

그러다 60에 담배를 끊으셨다.

나는 마흔둘에 끊었고.

아버님은 육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술은 한 방울도 하지 않았다.

94세에 돌아가셨지만, 치매 역시 없었다.

올해 94세인 어머니도 치매는 없다.


고향에 어머니 밑인 당숙모 두 분이 열악한 요양시설에 수용되어 있다

작년에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한 분은 도토리묵의 달인이었다.

가을만 되면 온 산천을 다니시면서 도토리를 주워와 도토리묵을 쑤는데,

그 맛이 일미였다.

두 분 모두 열심히 살아 자식들에게 재산도 어느 정도 물려주었다.


몇 년 전, 어머니가 고향에 내려갔을 때 막내누이가 두 분이 계시는 요양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3층이었는데, 엘리베이트가 없어 막내가 어머니를 업고 올라가 두 분 당숙모를 만났는데,

두 분 당숙모가 어머니를 보고는 많이 우셨다고 한다.

형님은 조카들이 모시고 있고, 우린 그놈들이 버렸니더!

한 방에 6명이 수용되어 있는 요양원 방에 지린내가 등천을 하더라고 막내가 전했다.

요양원이 아니라, 고려장으로 직행하는 임시 간이 정류장이었다.


오선생님, 저는 아버님과 어머님을 300만원짜리 요양시설에 모시고 있는데, 잘 했지요?

여, 여보시오, 300만원과 50만원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시오?

에끼 꼭지 덜 떨어진 양반아!

외관과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큰 착각입니다.

돌아가는 시스템은 300이나 50이나 그 밥에 그 나물입니다.

300시설에 근무를 하는 요양사는 원급을 200받고, 50시설에 근무를 하는 요양사는

100을 받는다고 생각하시오?

300이나 50이나 전부 비정규직이고,

그리고 월급이 100 이쪽저쪽입니다.


밤에 불이 꺼진 상태에서 당신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똥이라도 옷에 싸는 날,

300짜리 시설의 요양사는 미소를 지으며

어르신, 아이구, 오늘밤에도 변을 많이 보셨네요?

제가 어르신 엉덩이를 잘 닦고, 그리고 물로 깨끗하게 씻어드리겠습니다.

50짜리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당신의 아버지.

50 내는 주제에 밤마다 똥을 싸?

오늘밤 당신 죽었다 복창을 하시오!

뭐 이럴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300이나 50짜리 시설에 근무를 하는 분들도 사람인지라

다들 감정에 따라 행동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인간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목숨을 거는 동물입니다.


300이나 50짜리 두 시설,

밤에 당신의 아버지가 변을 봅니다.

요양사가 옵니다.

와서 변을 치우기 위해 잠옷을 내리고 기저귀를 풀면 바로 맡아지는 역겨운 똥냄새에 요양사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집니다.

당장 천장과 방을 한 번 살핍니다.

CCTV가 있나 없나?

없구나.

뺨을 한 대 딱, 하고 불이 나게 때립니다.

이 망할 영감이 또 쌌네!

누구 죽이려고 밤마다 싸?

하면서 또 외상 뺨을 찰싹 후려칩니다.

안 보아도 비디오이지요.

그 뺨 한 대에 당신 아버지의 존재가 허물어내립니다.

그 외상 뺨 한 대에 당신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격과 품위가 와르르 무너집니다.

역지사지라고, 

당신도 생각을 한 번 해보십시오!

당신이 요양사라면 하루에 변을 다섯 여섯 번을 싸도

한결같이 미소띤 얼굴로 변을 닦고, 그리고 밑을 깨끗하게 씻어줄 수 있겠습니까?

유전인자보다 환경인자에 우리 인간은 지배를 받습니다.



어린이대공원 동물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삶을 포기한 동물들


휄체어에 어머니를 태우고 지하철로 어린이대공원까지 가는데는 시원했다.

여름에는 갈 곳이 없으면 어르신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곤 한다.

내려서 어린이대공원에 들어서자 날이 푹푹 쪘다.

7월 1일,

폭염주위보가 내려젔다.

아버지를 휄체어에 태우고 왔을 때는 어머니는 걸어서 왔다.

참 많이도 왔다.

가을에 오면 어린이대공원을 한바퀴 돌고는 세종대에 간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떨어진 은행알을 줍곤 했다.

많이도 주웠다.

대공원의 더위를 피해보려고 세종대에 갔지만 마찬가지였다.

세종대도 푹푹 쪘다.



어린이대공원 동물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동물은 죄가 없다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동물들, 하루빨리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서울대공원에 있던 돌고래 재돌이를 자기 고향인 제주바다에 보내주었듯이, 넓은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우리 인간들, 너무 큰 죄를 짓고 있다.

사람들 눈요기를 위해 저렇게 덩치가 큰 동물들을 작은 우리 안에 가두어 놓는다는 게 말이 되나?

코끼리,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 그리고 원숭이들은 더위에 지치고, 스트레스에 지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거나 두 눈을 감은 채 자포자기 잠을 자고 있었다.

어느 해, 남산식물원에서 본 원숭이.

스트레스 그 끝에 돌아버렸는지, 철망을 붙잡고 미친 듯이 흔들며 악을 쓰곤 했다.

인간에게 퍼붓는 저주였다.

빨리 그들이 태어난 그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리고 전국의 크고 작은 동물원은 이제 폐쇄시켜야 한다.




뒷이야기-우리 부모님들은 우리를 어떻게 키웠나?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면서, 맛있는 음식은 자식에게 주고, 자신은 자식이 먹고 남긴 그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서, 손과 발이 다 닳도록 고생을 하면서 우리를 그렇게 키웠다. 아이구, 우리가 다음달 월남 하롱배이에 정형돈 개그맨 그 팀들과 패키지 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아버지 때문에 큰일 났네! 우리 부부가 다음달 세계배낭여행을 떠나는데, 어머니 때문에 큰일 났네! 여보, 300짜리에 보냅시다. 그럼 주위에서 욕은 안 하겠지. 신랑, 50짜리에 보냅시다. 다들 이해할 겁니다. 야 이 년놈들아, 그러지 마라! 세상이 다 보고 있다. 당신 부부가 부모님을 그렇게 버리면 훗날 당신 자식들이 또 그렇게 당신 두 사람을 버린다. 답은 하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나를 태우면서, 나를 낳아주고 키워준 그 옛날의 부모가 되어 우리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다. 불효를 하면서 출세의 그 길에 목을 매달면 안 된다. 효도와 출세가 있다면 당연히 효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201778해발120고지아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