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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을 맺다

오주관 2017. 12. 1. 14:05




드디어, 마침표를 찍다


지난 5개월이라는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

드디어 종점에 도착했다.

반복, 반복, 반복의 시간이었다.

쓰고 출력하고, 다시 고쳐 쓰고 , 또 출력하고.

단 한 자라도 틀린 문장이 나오면 다 찢어버렸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은 옆지기만 보았다.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철두철미하게 보완이라는 이름하에,

내 프로그램은 그렇게 탄생했다 사라졌다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인생은 기다림이다.

낚시는 인내의 시간이다.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낚고, 나를 낚는다.

덤으로,

때리는 놈은 삼류이고,

얻어맞는 사람은 이류,

도망가는 사람은 일류이다.

나는 일류이다.

이제 바퀴벌레가 덤벼도 나는 도망을 간다.

내 몸이 그렇게 구조되어 있다.

바퀴벌레가 이놈,

한 번 맞아볼래?

라고 눈알을 부라리면

형님,

좀 봐주소~

하고 읍을 해야 될 입장이다.

나는 일단 화를 내면 안 된다.

살기 위해서 나는 일류가 되어야 한다.


한 달 전, 번역작업에 들어가다


어디에 맡겨야 하나?

한 대학교에 찾아갔다.

그런데 의외로 단가가 비쌌다.

나는

인터넷을 통해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았다.

후기를 읽어보니 만족한다, 라는 글이 많았다.

여기에 알아보자.

이메일로 파일을 보냈더니 답이 왔다.

우선 단가도 맞았다.

번역만 잘 나오면 금상첨화이다.

일주일 후 나에게 날아온 1차 번역물.

아, 이럴 수가!

나는 영어에 능통하지 않다.

번역을 할 실력은 0,1%도 없다.

옆지기는 원서를 읽고 해석을 한다.

번역은 안 된다.

내가 읽어보아도 엉터리였다.

옆지기와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명백하게 틀린 곳이 8군데였다.

나는 번호를 붙여가면서 다시 교정을 해주십시오, 하고 보냈다.

쏘리, 쏘리, 또 쏘리.


그리고 일주일 후 2차번역물이 왔다.

보았다.

오 마이 갓!

이번에는 뒤죽박죽이었다.

일요일 오후 옆지기와 함께 교정작업에 들어갔다.

1차번역에서 좋았던 문장이 2차에서는 죽을 쒀버렸다.

내가 전화로 물었다.

번역을 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하나?

아니다.

그럼?

1차번역은 한국사람이 하고, 2차번역은 외국사람이 하는데,

미국, 호주, 캐나다에서 번역을 해 보낸다.

이런 일이 있나!

나는 번역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적어보냈다.

1치 책임은 초벌번역을 하는 한국 사람이다.

2차 책임은 외국인이다.

2중 국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니,

장님 코키리 만지는 식이 된 것이다.

1차나 2차 모두가,

아예 문장 자체를 이해를 못하는 위인들이었다.

2차번역에서 잘못된 부분을 또 지적해서 보냈더니 책임자가

또 쏘리, 쏘리, 쏘리, 명백하게 잘못했다, 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돈을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백기를 든 것이었다.

옆지기가 차라리 더 나았다.

옆지기가 하는 말이

당신이 만든 이 프로그램이 워낙 어렵다.

전문언어도 많이 들어가고,

문장 자체도 단문이 아니고 복문이라,

번역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실감했다.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꼈다.

자, 어떻게 할 것이냐?

원래 내가 만든 프로그램 내용은 에이포 용지 15장이었다.

그런데 번역료가 워낙 비싸 반으로 내용을 줄였다.

그리고 또 줄여 이제는 5장이다.

5장에 안에 15장의 내용을 집어넣는다고 생각해보라?

쉬운 일이 아니다.

옆지기는 엄지를 들어 내 실력을 평가했다.

내용도 쉬운 언어로 바꾸었다.

돌대가리 외국인이 번역하기 쉽게.

이래서 머릿속에 든 단어수가 중요하다.

단어수가 적은 인간들이 번역을 하려니 좋은 번역이 나올 수가 없다.



나라는 가난해도 국민은 행복한 나라, 부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나라는 가난해도 국민은 행복한 나라, 부탄 


내가 만든 내 프로그램의 주제


내가 꿈꾸는 세상은 바로 저 그림이다.

5대양 6대주가 공생하고,

그리고 6대주에 살고 있는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부탄이나 쿠바 같이,

 나라는 가난해도 국민은 행복한,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다.

자본과 탐욕은 하나다.

자본은 탐욕을 낳고 

탐욕은 더 큰 자본을 잉태시키곤 한다.


누가 나에게 자본주의가 뭐냐고 물으면

나는 한 마디로,

사악함 그 자체다, 라고 답을 하고 싶다.

이 세계는 세 개의 이데올로기로 나누어져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독재국가.

이 세상 어디에도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자본주의만 있을 뿐이다.


자본이 구하지 못하는 세상을,

누군가는 구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자본주에 깔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는 저 많은 세상사람들을 구할 수 있나?

라는 물음 앞에 나는 자주자주 몸을 떨곤 했다.

그 끝에 나온 프로그램이 바로 내가 만든 그 프로그램이다.


쿠바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나라는 가난해도 국민은 행복한 나라, 쿠바


오늘, 드디어, 마침표를 찍다


지난 5개월,

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버린 파지가

한 리어카는 될 것이다.

오늘 나온 프린터물이 내일 아침이면 찢어진다.

나오면 버리고, 

그 다음날 또 고치면 또 버려지고.

인내와의 끝없는 싸움이었다.


오늘 밤, 옆지기와 읽으면서 마지막 결론을 낼 것이다.

자, 이제 다시 번역이다.

그 말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몇 개가 더 기다리고 있다.  

어떤 20대의 한국계 미국인 청년은 투자자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 사업은 성공합니다,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는 메시지에 투자를 받기도 하고,

마원은 만리장성 관광에 나선 야후의 제리 양을 가이드하면서

자신이 설계를 한 알리바바를 설명해 그 자리에서 투자를 약속받았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너무 완벽하다.

너무 완벽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결백증 때문이다.

미치자!

목숨을 걸자!

그리고 최선을 다하자!

2등은 필요없다.

1등만이 결국 선해진다.


손정의 회장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그 끝이 창대한 역사의 시작은, 항상 쓸쓸하다


손정의 회장이 만든 소프트뱅크의 탄생을 아는 이 얼마나 될까?

규슈 외곽지대에서 리어카로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로

꿀꿀이 돼지를 키워 연명을 한 대구 동촌 출신의 할아버지.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대를 잇는다.

그 가난을 보고 자란 손정의.

저 가난을 물리치자!

그 길은 새로운 세상을 배우는 것이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6살 나이에 미국유학을 떠난다.

2주일 만에 고등학교 3년 과정을 마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경제학과를 졸업한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손정의 씨.


 손정의가 일본에 돌아와 일본소프트뱅크를 설립할 때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어느날 조그만 지하실에서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앞에 두고 나무 사과상자 위에 올라갔다. 

우리는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IT기업이 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작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고 세계에 이름을 날리는 최고 기업이다.”  

 일종의 회사 창립 기념사였다.

기념사가 끝나자마자 박수대신 고함이 쏟아졌다.

미친 놈!”

세상물정 모르는 하룻강아지 같은 놈!”

두 명의 아르바이트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실을 나갔다.

내 꿈이 허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

손정의 회장의 야망과 비전을 읽지 못한 두 사람의 아르바이트생.

결론은 머릿속의 단어수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오씨, 오모차베 씨,

아니, 나라 오, 기둥 주, 벼슬 관

오주관 씨,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당신이 사악한 자본주의를 물리치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건설하는

그 기초를 튼튼하게 세워주십시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개를 아우를 수 있는 이데올로기는

딱 하나,

민주주의밖에 없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 씨, 그 날까지 분투하십시오!

당신의 그 야망과 능력을 믿습니다.

우리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파이팅합시다,

자,

가자, 가자,

다 함께 웃으며 살 수 있는,

더 큰 세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