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에 가다-5
경산 갓바위에 가다
6월 29일 토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난 우리 두 사람은 전날 밤 배낭에 넣은 물건을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고 집을 나왔다. 서울역에서 김밥 두 개, 떡 두 개, 그리고 커피 한 잔을 사 7시 20분에 떠나는 기차를 탔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 갔지만 이번에는 옆지기가 동행을 했다. 이번이 5번째다.
동대구역에서 1호선 지하철을 타고 반야월에서 내려 버스로 경산시장까지 갔다. 대구에서 올라가는 갓바위길이 너무 험하다. 옆지기를 위해 이번에는 경산으로 한 번 올라가 보자. 버스에서 내리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도 오고 추운데 이곳 경산시장에서 따뜻한 국수라도 한 그릇 먹고 올라가자. 그래요. 보통 시장에는 먹자골목이 있는데, 경산시장은 보이지 않았다. 찾아찾아 국수집에 들어가 국수를 시켰더니 국수가 나왔다. 뜨거운 국물을 생각했는데 육수가 미지근했고 내 맛도 니 맛도 없었다. 이런 낭패가 있나? 내가 2주일에 한 번씩 가는 부부가 끓여주는 그 집 행복국수는 이 집 국수에 비하면 하느님이다. 일류는 어려우면서도 쉽다. 기본에 충실할 것, 그리고 음식에 지극정성을 쏟을 것. 맛의 고향은 정성이다.
갓바위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젯밤 비옷 두 개를 넣었다. 비옷을 꺼내 입고 올라갔다. 자리에 매트를 깔자 비에 젖어 흥건했다. 이런 날을 대비해 비라도 막을 수 있는 개폐식 천막을 설치해놓으면 얼마나 좋나? 맑은 날은 걷고, 비가 오는 날은 덮고. 갓바위 재정은 튼튼하다. 그래서 조계사 직영사찰이다. 재정수입과 개폐시설은 별무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기도를 안 할 수도 없다. 이왕지사 올라온 김에 108배는 하자.
오늘은 여기까지다. 잠은 공양간에서 잤다. 다행히 장마비 때문인지 방에 불이 들어왔다. 손님들도 적었다. 그 날 밤도 천장에 켜져 있는 불 때문에 자는둥마는둥했다. 옆지기는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잠을 조금 잤다고 했다. 올 때마다 만나는 두 분은 꿀잠을 자는 것 같았다. 단련이 된 것이다. 앉아 멍을 때리고 있는데 창문 밖에서 새 한 마리가 계속 울고 있었다. 밖을 보니 어린 새였다. 배도 고프고, 비도 오고, 춥고, 집도 없고, 엄마도 없고, 형제도 없고. 너무 어린 나이에 홀로서기에 나선 새끼 새 한 마리가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다. 창문을 열 수가 없어 밥을 줄 수가 없다. 비에 젖어 춥겠구나. 그래도 한 번 살아봐야지 별 수 있나? 환경에 적응한 자가 강한 놈이다. 어쨌든 살아남아라!
다음 날 아침, 비는 개었고 하늘은 맑았다. 우리 두 사람은 절밥 대신 집에서 가져온 감자부침과 토마토 두 개로 아침을 대신하고 경산으로 내려갔다. 선본사 입구 정류장에 적혀 있는 버스시간표를 보니 첫차가 7시 15분이었다. 핸드폰을 보니 6시 15분이었다. 안 된다, 올라가자. 열차시간 때문에 경산이 아닌 대구로 내려가기로 하고 다시 올라갔다. 난생 처음 갓바위에 올라온 옆지기는 한 번에 경산과 대구로 오르내리는 그 코스를 경험했다. 대신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나는 괄호 밖의 사람이다
나는 정신이 1이고, 몸은 2가 아닌 3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라톤 10년 끝에 무릎의 연골이 다 닳아 걸을 때마다 삐끄덕거리면서 찾아온 그 엄청난 통증이 어느 해 사라졌다. 마라톤과 등산을 하지 않고, 대신 마르고 닳도록 걷는 운동에 목숨을 건 그 끝에 찾아온 축복이었다. 연골도 재생이 되는 모양이다.
시간은 금이다
지금의 나는 인간관계를 다 끊어버리고 내 일에 매달리고 있다. 내 성격에 1인 3역은 못 한다. 한 가지 일도 버거운데 다 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페이스북과 트윗을 끊어버렸다. 이제 하나, 남은 마지막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나혼자 걸으며 채우고 그리고 비운다. 나에게 있어 최대 비극은 시간을 훔칠 수도 돈으로도 살 수가 없는 것이다. 내 나이 50만 되어도, 나는 용기백배 내 일을 남에게 주지 않고 내가 한다. 그놈의 망할 나이가 내 존재를 쫄게 만들고 있다. 대신 할 후계자도 없다. 세계 일류 IT 기업가인 그들은 왜 한결같이 스탠포드와 하버드 출신들 중 1%의 인재를 죽자사자 스카웃하는지 이해가 된다. 그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그리고 하나를 던져주면 열을 생산하고, 사냥해온다. 우리 인류의 문명사를 바꾼 스티브 잡스가 그리운 오늘이다.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나는 가야 한다. 오늘도 내일도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