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A에 참가하다







8월 9일 아침, 서울에 가다
전날부터 태풍 카눈이 뉴스의 중심이었다. 우리나라에 카눈이 상륙하면 제주도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내일 비행기가 뜰까, 걱정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니 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했다.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의 강도가 셌다. 우리 두 사람이 타고 갈 비행기는 아침 9시 10분이고, 40분이었다. 집사람이 10분 비행기고, 나는 40분 비행기다. 비행기는 비보다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바람에 의해 결항이 되곤 한다. 공항에 도착하자 다행히 결항은 없고 예정 대로 간다고 했다.
집청소를 하다
2개월 만에 집에 온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청소부터 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 에어컨을 달았고, 그리고 세탁기를 설치했다. 걸레를 빨아 방과 베란다를 닦기 시작했다. 에어컨을 설치할 때 벽과 베란다를 뚫었었다. 그 때 먼지를 빨아들이면서 공사를 했어도 집안에 먼지가 많이 날렸을 것이다. 바닥을 두 번 닦았다. 그리고는 밥을 짓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가지고 온 현미로 밥을 지었다. 동네 반찬가게에서 사가지고 온 상추를 물로 씻었다. 현미밥과 상추, 양파와 감자, 그리고 된장을 넣고 끓인 슴슴한 국만 있으면 우리 건강은 이상 무다.
동대문 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 가다
FOA의 주제는 깨달음의 장이다. 지금까지 깨달음에 관한 공부는 불교와 책이 담당했다. 나름대로 참선도 하고 있고, 그 방면의 책도 찾아 읽곤 했다. 그리고 이곳 서귀포에서는 올레길을 걸으면서 화두에 몰입을 하곤 한다. 걷는 것이 참선인 것이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집사람이 하고 있는 명상에 동참을 하기 시작했다. 명상은 마음을 통일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혈압을 낮추는데도 한몫을 한다. 그렇게 명상을 하면서 인도 O&O 아카데미의 에캄에서 온라인으로 하는 명상을 접하게 되었고, 그리고 FOA을 알게 되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집사람의 이종사촌 동생인 처제의 소개로 집사람이 동참하게 되었고, 그리고 나까지 입문을 하게 되었다. 처제는 에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거친 사람이다.
깨달음에 얻기 위해서는 5가지 과정이 있다. 1. 의식 2. 알아차림 3. 변형 4. 깨어나기 5. 깨달음. 그 과정을 돕는 두 가지가 명상이고 요가이다. 고요 명상과 쏘울싱크와 차크라가 있다. 그리고 요가가 있다.
영적 지도자인 슈리 프리타지가 이끄는 4일간의 여정은 나에게는 한번도 맛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3일째 오후 차크라를 할 때 나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어느 해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는 가부좌가 안 된다. 특히 왼쪽 다리가 굽혀지지 않는다. 억지로 굽히면 통증이 심했다. 나는 이틀 동안 왼쪽 다리는 일자로 쭉 편 채 오른쪽 다리만 가부좌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차크라를 시작할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왼쪽다리를 한번 당겨보았다. 가부좌를 하면 15초도 못 견딜 정도로 아픔이 왔는데, 그 아픔이 사라지고 다리가 접혀지는 것이었다. 작은 기적이었다. 그 자세를 유지한 채 차크라를 끝냈다. 아마 20여 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너무 신기해 차크라가 끝나자마자 집사람에게 내 다리를 보여주었다.
FOA의 여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깨달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나라 불교의 양대산맥인 해인사와 송광사의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에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한번 깨달았다고 그 깨달음이 영원히 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돈오돈수는 돈오점수가 뒤를 받쳐준다. 죽는 그 날까지 갈고 닦아야 한다. 그 힘든 여정이 쉬지 않고 계속될 때, 깨달음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무는 것이다.
이번 FOA에 우리 두 사람만 참여를 한 게 아니다. 집사람의 막내이모와 외숙모도 참여를 했다. 서양화가이자 시인인 외숙모는 3일째 무대에 나가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200여 명 앞에서 발표를 했다. 9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 내 손을 잡고 보리밭을 걸으면서 시를 읊어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바람둥이였던 남편을 미워하고 원망도 많이 했지만 한편으로 내가 그동안 남편을 단절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불편한 마음을 내려놓고 남편을 안아주었다는 대목에서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한 때 대기업의 CEO들을 상대로 스피치 강사까지 한 외숙모였다고 한다. 체격은 작지만 몸 전체가 기 덩어리였다. 눈빛이 반짝반짝 그렇게 빛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열살 나이 차이를 넘어 외숙모와 찐친 사이기도 한 77세의 막내이모도 아직은 청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