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지하철을 타고 양평으로

오주관 2009. 6. 14. 23:20

  

 

오늘 오후, 지하철을 타고 양평으로 내뺐다. 어제 토요일, 옆지기는 강남의 어느 학교에서 영어경시대회에 참가해 하루를 보냈고, 나는 집에서 머릿속의 화를 다스리며 골골했다. 오늘 일요일, 두 사람은 머릿속의 노폐물을 빼기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가자, 노폐물을 빼러.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불가마 정원. 저 마루에서 한 시간 가량 잠속에 떨어

졌다. 꼬마들이 무리를 지은 채 떠들며 왔다갔다 했지만 통과. 피곤이 극에 달하면 밖에 전

쟁이 터져도 코를 드르렁거리며 잠에 떨어질 수 있다.

 

 

 

 

나무와 흙으로 지으진 불가마. 크지 않아 아늑했다. 불가마도 하나뿐이었다. 실리적으로

지어진 불가마였다.

 

 

 

 

 

바로 뒤에는 산이었다. 산바람이 시원했다. 그 옛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파도

소리, 갈매기소리와 뱃고등소리를 들으면 거의 수면제였다.

 

 

 

 

들어가 일분 정도 있으니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속에서 땀이 나오는지 끈적끈적했다. 팔이 화상을 입어 울긋불긋했다. 꺼죽데기를 가지고 들어가 온몸을 감싼 채 앉아 있었다. 모르면 바보다. 종이 한 장 차이다. 두번째 들어갈 때는 우리도 꺼죽데기를 가지고 들어갔다. 5분. 그렇게 드나드길 4번.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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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냉면 먹으러 갈까 하다 그 부근에 있는 춘천막국수로 낙착. 메밀이 질겼다. 그리고 육수

또한 니 맛도 내 맛도 없었다. 길가의 보통 식당에서 맛보는 막국수였다. 존재를 걸고 장사

를 하는 장인 하고는 거리가 천 리 정도 멀어 있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막국수 중에 가장 깊은 맛을 선사한 막국수. 평양막국수인데 역사가 30년인가 40년일 것이다. 어디에 있느냐? 신탄리에 있다. 너무 맛이 깊고 좋아 디카에 담는 걸 깜박할 정도로 맛이 그윽했다. 사리도 공짜고 삶은 닭살도 조금 내놓는데 그것 역시 공짜다. 이렇게 하니 손님들이 오는 것이다. 서울 은평에서 온 사람들을 만난 일이 있다. 수원에서 온 사람들은 또 어떻고. 벌써 색깔이 다르다. 혼과 정신을 다해 이 나라를 사랑한 자들은 지금 변두리로 쫓겨나 있고, 그 옛날 일본에 부역을 한 친일파 후손들과 그 패들과 한 패인 천민들은 지금 배를 두드리며 삐까번쩍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해석해야 하나.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진실로.

 

 

 

뒷이야기- 오늘 불가마에서 땀을 네 번 빼고 마지막으로 불가마 밖 정원 평상에 누워 땀을 식히는데 하 살이 쏙 빠져 있었다. 요 며칠 사이 3킬로나 살이 빠져버렸다. 빼빼장군이었다. 이게 다 고향 때문이다. 고향과, 아니 고향 사람들과 이틀 정도 싸우고 났더니 몰라보게 살이 빠져버렸다. 어쨌든 수지 맞는 장사를 한 셈이다. 비록 겉싸움에는 졌지만 진정한 승자는 그들이 아니었다. 아마 고향의 그들 중에는 앞으로 상당 기간 양심이 아파 허덕일 것이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똑바로 살아야 한다. 그래야 양심이 병들지 않는다. 일곱 여덟이 달을 쳐다보며 성토를 하는데, 둘셋이 손가락을 바라보며 난리굿이다. 기득권이 가장 무서운 상대는 언론이나 방송으로도 세뇌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대책이 없다. 지금 한국이 그렇다. 정신이 깨어 있는 그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썩지 않는 것이다. 2009614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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