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86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한강

작가 한강,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다 지난 금요일 밤 핸드폰을 보다 깜짝 놀랐다.한강 노벨문학상 수상.노벨문학상을 받아?텔레비전 뉴스를 안 보니 세상일을 알 수가 없었다.건너방으로 갔다.당신,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 받은 거 아나?네, 지금 그 소식뿐이에요.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심장이 뛰었다.우리 온 국민이 박수를 칠 일이다.그리고 여러 작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았다.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5,18을 다룬 소년이 온다.그리고 채식주의자. 안타깝게도 나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한편도 읽지 못 했다.뉴스로 부커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능력 있는 작가다. 노벨문학상은 사실 공정과 조금 거리가 멀다.지금까지 유럽과 영미 중심이었다.그렇다고 아시아 작가들이 능..

단상 2024.10.14

32도 폭염 속을 걷다

8월 1일 화요일 오늘 서귀포의 낮 기온이 32도로 나와 있다. 11시 50분쯤, 전력소비가 심했는지 전기가 잠깐 나갔었다. 12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왔다. 덥다고 가야 할 길을 안 갈 수가 없다. 여름은 덥다. 그리고 여름 한가운데 폭염도 있다. 걷는다. 나에게 있어 걷는 것은 참선이다. 차를 타면 몇 가지를 놓친다. 주변 풍경을 놓친다. 내 내면의 세계를 보지 못 한다. 그리고 사고의 지평이 넓게 열리지 않는다. 극한에서 오는 고통, 그 고통 끝에 잡고 있는 것이 내 화두이기도 하다.

단상 2023.08.01

사라진 그녀

비를 타고 온 그녀 4월 29일 토요일 아침 11시, 동네 콤포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창밖은 세우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와 기압 탓일까? 실내는 마치 산사에 온 듯 고즈넉했다. 커피 잔을 내려놓자 가느다란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김을 바라보다 조금 전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의 티스토리는 전과 동이다. 오늘 아침 주인 없는 그녀의 방에서 글을 몇 편 읽었다. 온기는 없지만 글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마치 그녀를 보는 듯했다. 그녀의 글은 커피 맛처럼 구수한 맛과 쓴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왜 블로그에서 사라졌을까? 왜 활동을 하지 않을까? 그녀의 마지막 글을 보니 2020년 8월 31일로 되어 있다. 나는 오늘 아침 그녀의 글 다섯 편을 읽었다. 그리고 늦게나마 좋아요를 눌렀다. 내..

단상 2023.05.02

후회

수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지역번호로 전화가 네 번 걸려왔다. 나는 안 받았다. 그러자 010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제는 내가 전화를 하자. 가부간 내 의사를 분명하게 전해야 한다. 월요일 아침 나는 우리은행 지점을 찾았다. 내 카드가 쿠팡에서 결제가 안 된다. 이유는 이 카드가 해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잘 나가다 뭐로 빠진다고, 쿠팡에서 계속 결제를 해왔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비밀번호를 넣으면 이 카드는 해지가 되었음으로 사용 불가라는 문자가 떴다. 은행원이 내 카드를 받아 검사를 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 카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해지가 안 된 카드입니다." 쿠팡 담당자와도 통화를 했다. 어쨌든 일단락이 된 후 은행원이 카드를 하나 새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이 카드보다 나은 카드라고..

단상 2023.03.30

그래도 걷는다

허리, 무릎, 그리고 스트레스 한 달 내내 스트레스와 싸우고 있다.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꿈을 꾸어도 홈페이지가 나타나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25만 원짜리 홈페이지가 부실해 큰 마음 먹고 200만 원짜리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계약을 하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기술자가 기술자가 아니었다. 사장 따로, 상담사 따로, 기술자 따로인 따로부대였다. 광고를 너무 믿은 게 탈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보조가 아니라 기술자 역할을 하고 있다. 1. 문장이 틀렸다 2. 사이와 사이의 간격이 안 맞는다 3. 문장이 배경에 묻혀 너무 어둡다 4. 흰바탕에 글자는 검은색으로 수정해라 5. 소제목에는 마침표를 찍지 마라 6. 쉼표 다음에는 띄워라 7. 제목을 중앙에 배치해라 8. 방점은 지워라 9. 보호하고..

단상 2021.02.23

그 장소에 가다

어제 45일 만에 그 장소를 갔다. 가고 싶은 장소가 아니었는데 걸음이 그곳으로 향했다. 바람은 얼마나 세게 부는지 추웠다. 올라갔다. 저 비탈길을 보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날 만약 눈이 오지 않았으면 지구가 두 동강 안 났을까? 그 날 오후 저 곳에서 아차! 하는 순간 지구가 두 동강이 나버렸다. 세상의 그 어떤 바람도 내 신경그물망을 빠져 나갈 수 없다. 몸도 운동신경이 남 다르다. 그런 내가 한순간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다. 45일이 지나갔다. 이제 머리를 감을 수 있고, 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옛날의 내 허리가 아니다. 시멘트로 척추를 양생한 것처럼 묵직하다.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죽는 그 날까지 정신일도뿐이다.

단상 2021.02.16

제주에서 보낸 1년

지난 1년의 제주살이 이곳 제주도에 내려온지 이제 1년이다. 일을 많이 했다. 3,050Km를 걸으면서 내 일을 했고, 사이사이 책 읽기와 명상을 꾸준하게 했다. 25권을 읽은 것 같다. 책을 왜 읽느냐고 물으면 정신의 허기를 메꾸기 위해서다. 머릿속이 흔들릴 때는 찰떡을 일주일 정도 먹으면 골이 메워진다. 살아 생전 어머니의 처방전이었는데, 정답이었다. 몸의 허기는 걸으면서 채웠고, 정신의 허기는 명상과 책 읽기로 그 빈 공간을 메꾸어 나갔다. 어느 선생님 때문에 잡게 된 전법륜 전법륜을 읽게 된 이유는 어느 선생님 때문이었다. 집사람과 같이 일을 하고 있는 어느 여선생님이 갑자기 몸이 아파 제주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제주병원에서 서울의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의 진단은 ..

단상 2020.12.10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검찰개혁을 바라보는 두 시선 지금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첨예하게 대립을 한 채 싸우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총장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개혁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채 반개혁세력과 사생결단을 하고 있다. 얼마나 힘이 들까?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사단에 의해 힘도 써보지 못 하고 가정이 풍비박산이 된 채 장관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어려운 장관 자리를 맡은 추미애 장관 역시 반개혁 세력의 선봉장인 윤석열총장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추미애 장관을 지지하고 있는 세력은 진보이고, 윤석열사단을 지지하고 있는 세력은 국힘당과 윤총장과 하나가 된 전국의 검사들, 조중동, 그리고 보수이다. 시대의 흐름과 정신 어느 시대이든 시대의 흐름과 시대의 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

단상 2020.11.27

행복한 삶과 불행한 삶

무소유 지금 무소유가 SNS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그 논쟁에 혜민스님과 현각스님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8개월, 나는 이곳 제주도에서 아침만 되면 배낭을 매고 걸었다. 봄에도 걸었고, 여름에도 걸었고, 가을에도 걸었다. 8개월 동안 나는 3,050Km를 걸으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렸나? 걷는 것 자체가 훌륭한 참선이었고, 명상이었고, 사색이었다. 걸으면서 내가 생각한 것들 중의 하나가 행복한 삶과 불행한 삶이었다. 우리 머릿속에는 천국과 지옥이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천국이고 지옥이다. 불행한 삶은 일생 곱하기와 덧셈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행복한 삶은 일생 나눗셈과 뺄셈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가장 멋진 삶은 60까지 곱하기와 덧셈에 미쳐 살다가 70이 넘어서는 나눗셈..

단상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