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41

강풍 속 종달리 1코스를 걷다

강풍 속을 걷다 제주도의 특징 중에 하나가 겨울에 바람이 세다.해안가는 더 세다.습하고 더운 여름에 바람이 불어주면 좋을 텐데, 여름에는 잠을 자고 겨울만 되면 바람은 중심을 잡지 못한다.바람, 돌, 그리고 여자. 이곳 서귀포는 눈이 안 와도 한라산에는 눈이 올 때가 많다.1100도로, 5,16도로도 마찬가지다.어제 집을 나설 때만 해도 바람은 좀 불어도 강풍은 아니었다.그런데 1코스 종달리는 달랐다.바람이 얼마나 센지 젊은이 하나가 가던 길을 돌아서 바람을 등지고 반대로 걷기 시작했다.사람도 사람이지만 작은 승용차들은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어제의 날씨가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상황과 닮아 있다.인간 이하의 윤석열 한 사람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은 광풍이 불고 있다. 그래도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을 해..

풍경 2025.02.08

늘 걷는다

걷는 건 참선이다 가르치는 일도 힘이 들고, 걷는 것도 힘이 든다.목적도 목표도 없이 걷는다.자전거를 타고 중국에서 남아프리카 희망봉까지 간 사나이가 있다.우리나라에서는 백두대간을 걷는 사람들도 많다.그런데 나처럼 목적도 목표도 없이하루종일 걷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봄에도 걷도, 여름에도 걷고,가을에도 걷고, 그리고 추운 겨울에도 걷는다.토요일은 집사람이 동참을 한다.물론 밤에 걸을 때는 집사람과 같이 걷는다.낮시간에는 나혼자 걷는다.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걷는다.

풍경 2024.11.25

외돌개, 그리고 치유의 숲

토요일,  일요일,  걷다토요일, 나혼자 외돌개를 갔다.걸어 다시 돌아오는데 골목에서 윷이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남성동 경로당 앞에서 어른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보기 드문 풍경이다.윷이야! 모야! 보다는 도 개 걸이 많이 나온다.인생사와 같다. 일요일우리 두 사람은 토평동에 옹심이칼국수를 먹으러 갔다.유일하게 가는 식당이다.보리밥이 먼저 나온다.젓가락으로 서너 번 정도 먹을까?그래서 맛이 더 있다.뒤이어 나오는 옹심이칼국수.옹심이는 감자 전분이고, 칼국수는 메밀로 만들었다.국물도 감자를 갈아 넣은 것이라 꺼룩하다.채식하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입가심으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치유의 숲으로 갔다.우리가 찾는 최애의 숲이다.새로 설치된 데크만 걸어도 만보 이상 나온다.구불구불, 한계령고갯길을..

풍경 2024.10.06

추석, 그리고 연휴

추석 그리고 연휴 13일 금요일 오후 6시에 집사람은이곳 중앙로터리에서 공항으로 가는 182번 직행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갔다.올해 아흔인 장모님을 뵈러.어머니, 즐겁게 해드려라.효라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다.즐겁게 해드리는 게 효다. 돌아오는 그 길이 쓸쓸했다.아버님과 어머님을 생각했다.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이셨던 아버님과, 열정과포기를 모르는 그리고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을 물려주신 어머님이었다.어머니를 통해 나는 어린시절 해인사의 돈오돈수를 맛보았다. 오천 오어사 옆 황사골에서 시작된 나뭇짐 행렬.그 날도 20Kg 남짓한 나뭇단을 어깨에 맨 나는 어깨를 조여오는 그 아픔 때문에가끔씩 고개를 들어 8번 정도 쉬어야 도착하는 까마득한 우리 집을 바라보았다.그 때 뒤에서 나를 지켜본 어머님이 말..

풍경 2024.09.22

쇠소깍과 21코스를 걷다

금요일 쇠소깍에 가다 오랜만에 쇠소깍까지 왕복으로 걸었다. 저 기록을 보여주니 집사람이 "당신은 무쇠다리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걸을 수가 있습니까? 이해가 안 됩니다." 토요일 다시 걷다 토요일은 집사람과 올레길 21코스인 해녀박물관에서 종달리까지 걸었다. 바람이 거세 매우 추웠다. 작년 12월 대책없이 입고 갔다 추위에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토요일도 마찬가지였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가을옷을 입고 걸었는데 한기가 들 정도였다. 이곳은 원래 바람이 세기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특히 겨울에 20, 21코스를 걸을 때는 모자와 옷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바람 때문에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풍경 2023.11.13

짐을 정리하다

짐을 정리하다 9월 9일 아침 8시 25분 비행기로 우리는 다시 서울에 올라갔다. 집 안에 그대로 넣고 온 이삿짐을 정리하기 위해서. 집에 도착하니 11시 30분이었다. 제주에서 삶아 온 고구마로 점심을 떼우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짐을 정리하면서 우리가 정한 주제는 산사 같은 집을 만들자. 정갈하면서 마음이 편안한 집. 오후 3시가 되자 대충 정리가 끝이 났다. 버리고 온 것이 너무 많아 정리할 게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의 옷은 옷걸이 두 개에 걸기에도 부족했다. 이불만 그대로였다. 이불을 못 버린 것은 버릴 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짐을 정리하는 시간보다 청소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렸다. 쓸고 닦고. 다 정리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다. "채울 게 없어요." "그래도 버리기..

풍경 2022.09.12

이삿짐 정리

3박 4일 서울에 머무르다 7월 30일 토요일, 우리 두 사람은 이삿짐을 정리하기 위해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제주나 서울 모두 폭염의 나날이었다. 집에 도착해보니 숨이 컥 막혔다. 몇 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집이라 먼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청소가 1번이었다. 1시간 동안 쓸고 닦았다. 정리되어 있는 짐과 풀어놓은 짐은 다르다. 정리할 짐들을 보자 눈이 겁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 두 사람이 과연 정리할 수 있을까? 일은 손이 한다 해도 일단 눈이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틀이면 다 하겠제?" "네, 다해요." "많은데?" "안 많아요. 일단 두 부류로 나눕시다. 버릴 것과 가져갈 것으로." "그렇게 하자." 버릴 것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버릴 책을 한군데 모았다. 그 다음 우리..

풍경 2022.08.06

일요일, 치유의 숲에 가다

치유의 숲에 가다 "오늘은 땡볕보다는 나무가 있는 숲으로 가봅시다." 아침에 집사람이 말했다. "그럼 치유의 숲으로 가자." "좋지요." "가서 치유도 하고 힐링도 하자." 물 두 병, 8개짜리 쑥찰떡 하나를 배낭에 넣은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 갔다. 아직도 대선의 후유증이 우리 두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그는 범법자다. 그래서 가슴 한가운데 묵직한 돌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망하는데 부주를 한 그들 중 그도 있다. 광어도 아니고 가짜미도 아닌 미주구리. 어떻게 잡은 정권인데 한번도 못 넘기고 바로 넘기나? 속이 터져도 100번 더 터질 일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믿은 내 책임도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잘 할 줄 알..

풍경 2022.04.19

4코스, 표선해수욕장에서 남원포구까지 걷다

계속 걷는다 아침은 저렇게, 그리고 점심도 저렇게 먹는다. 17년째다.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막 먹어도 건강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도 건강에 푸른 신호등이 켜진 사람을 보면 신을 생각한다. 공평하다. 나는 하루만 이상한 음식을 먹으면 바로 신호가 온다. 채식에 적당이라는 말은 없다. 오늘 하루만 통닭을 먹고 피자를 먹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내일부터 채식을 다시 시작한다. 라는 게 없다. 나의 경우 하루만 이상하게 먹으면 혈압이 뛴다. 저렇게 먹으면 맛이 있나? 맛이 있다. 담백하다. 간이 없고 조미료가 없는 음식이기 때문에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면서 맛있게 먹는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태우고, 노름도 안 하고, 바람도 안 피우고,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사는 ..

풍경 202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