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오늘은 불기 2523년 부처님 오신 날

오주관 2009. 5. 2. 17:46

  

  

아침은 국수였다. 속이 텁텁해 국수를 먹자고 했다. 된장에 국수를 풀어 한 그릇을 먹고 눕는데 다리가 뻐근했다. 비가 오려고 이러나? 다리 마사지해주기. 효자손 같이 생긴 걸 거꾸로 쥐고 발바닥 마사지에 들어갔다. 이런 걸 할 때는 후에 하는 사람이 훨씬 낫다.

 

오늘은 내가 먼저 서비스를 받는다. 양쪽 발바닥 두드리기 10여 분. 홍콩 가는 줄 알았다. 받을 때는 천국, 할 때는 지옥. 10여 분을 두드리고 나니 몸에서 땀이 났다. 1대1

 

기지개를 켜고는 방문을 열었다. 푸드득! 푸드득! 잉어들이 산란을 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산란기구나. 5월은 잉어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달이다. 그리고 그 잉어들을 낚기 위해 불곰들이 눈에 불을 켜고 낚싯대를 드리운 채 올빼미가 되는 달이기도 하다.

 

11시가 되자 옆지기는 친구 만나러 집을 나갔다. 나는 잠시 후 몸을 일으켜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KBS에 들어가 그 프로를 찾았다. 우리나라 중도 보수계의 좌장인 박 교수. 나와 닮은꼴은 열정적이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긴 안목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관이 닮아 있다. 그 다음은 진보계의 좌장이다.그 다음다음은 중도. 정치1번지인 여의도를 보자. 야생마는 없고 권력에 길들여진 집 토끼들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집 토끼가 아닌 야생마다. 박 교수는 말한다. 보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진보는 공동체를 신봉한다. 맞는 말이다. 어느 한쪽이 아닌 두 이념이 손을 맞잡고 고뇌를 할 때 우리 한반도의 통일은 한 발 더 다가올 것이다.

 

내일부터 그들에게 편지를 보내자. 한국의 지성들에게. 보수와 진보, 그리고 각계각층의 인사들에게 내가 그린 한반도 통일을 보여주자. 내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은 인적네트워크와 시스템 부재.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사람들을 좀 사귀자. 그리고 그들과 가슴을 열고 통일을 이야기하자. 내 편지의 마지막 주자들은 권효 오혜 김화 김훈 윤현 김씨 장하가 될 것이다.

 

강의를 다 듣고 컴퓨터를 껐다. 12시. 20분. 남은 국수를 훌훌 말아 먹고는 집을 나선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가자. 가서 내 마음의 창을 닦자.  

 

 

 

 

도선사 입구. 도선사로 올라오는 버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도선사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신도들로 붐볐다.

 

 

 

 

 북에서 내려온 가수. 가슴이 찡했다. 이북에서 내려온 지 4년이 되었다고 한다.  

 

 

 

 

공연단과 도선사 스님들. 내년에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북한 예술단은 물러갔다.

 

 

 

 

북한 예술단이 퇴장하고 등장한 금산 아가씨로 유명한 가수 김하정 씨. 노래를 부르면서 큰 스님이 옆에 앉아 있는데도 사이사이 엉덩이를 얼마나 살살 돌리는지... 돌리지 마라~ 돌리지 마라~ 살살 돌리는~ 그 바람에~ 신세 조진 사나이~ 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민망한 스님이 감당이 안 되는지 눈을 지그시 감는다. 사람 나이 60이 넘으면 넝구렁이가 된다.

 

 

 

 

기도를 하고 있는 신도들. 부처는 생노병사를 해결하기 위해 왕궁을 떠났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생과 병 그리고 노가 나를 둘러싸고 있다. 사가 오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 두 가지. 그 주제가 내 삶이다.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통일시킬 OJOSAN PROJECT와 돈과 가정의 붕괴를 막아줄, 어린 아이들의 영어교육을 책임질 CFT PROJECT.

 

 

 

 

등신불을 기억해야 한다. 내 마음을 닦아야 한다. 절과 교회에 돈을 가져다 바친다고 내 마음이 정화가 되고 내가 구원받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누군인가? 나를 찾는 일이다.

 

 

 

 

배를 좀 채우고 갈까 하고 식당을 찾았더니 줄이 십 리나 되었다. 저 줄 속에 낄 인내가 없었다. 우산이 없었다. 가자. 내려가자.

 

 

 

 

신기했다. 오늘은 부처님이 오신 날. 그런데 큰 사찰 앞 도로를 메우고 있는 포장마차. 서울막걸리가 있었고 부침개도 있었다. 저래도 되나? 고개가 갸웃했다. 한잔하고 가? 조오치! 하지만 지나쳤다. 오늘은 아니다. 아무리 내가 술꾼이어도 오늘은...

 

 

 

 

저들은 아마 닦은 사람들일 것이다. 사찰에서 이미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닦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찰 앞이지만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무릇 닦은 자는 경계가 없는 법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뒷이야기- 부처는 네팔의 룸비니라는 인도의 국경 근처의 왕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싯달타가 왕궁을 떠난 것은 생노병사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인간에게 가장 큰 주제는 바로 이 생노병사이다. 어느 누구도 이것에서 해방된 사람은 없다. 해서 종교는 오늘도 무소의 뿔처럼 그 힘을 뽐내고 있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그런데 이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는 종이 인간이다. 저승 문턱에서 우리 인간이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 바로 이승의 끈이다. 딱 잡고 바들바들! 떨며 놓아주지를 않는다. 열이면 여덟아홉은 안 가! 저리 가! 나는 안 가! 절대 안 가! 하느님 아버지! 저를 살려주십시오! 부처님! 저를 살려주십시오! 하고 절규를 한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200952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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