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는 것 못지않게 쉬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우리 주위에 과로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웃 나라 일본도 과다한 업무 때문에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 젊은이들이 선망을 하는 IT업계가 바로
밤낮 휴일도 잊은 채 열정 페이를 내세워 몸을 태우고 정신을 태워 나중에는
자신의 열정까지 사그라 들게 만든다.
택배 직원들도 그렇다.
몸이 아파도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우체국 택배,
또다른 택배직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누가 나에게 묻는다.
자본주의가 무엇입니까?
사악함 그 자체다.
자본주의는 절대 길게 갈 수가 없다.
섞어야 한다.
어떻게?
존재와 생존에서 우리는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존재가 샹수이고, 생존은 하수이다.
월화수목요일까지 일을 하고,
금토일요일은 쉬어야 한다.
생존이 아닌 존재가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생존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고,
존재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퇴원 후 내가 찾은 휴일.
옆지기와 헤어진 나는 지하철을 갈아타고 청계산역에 내려 청계산을 오르기로 했다.
내 눈이 호강을 하는 장소다.
신선한 채소가 많이 나와 있다.
쌈채소만 보면 나는 흥분한다.
집에서 농사를 지은 채소를 가지고 나와 팔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부도 집에서 만들어 나왔을 것이다.
집만 가까우면 매일 여기 와서 채소를 사먹으면 좋을 텐데.
그 날, 목요일 아침, 왼팔과 왼쪽다리가 마비가 되어 119에 실려갔을 때,
나는 119 안에서 지옥을 보았다.
들것에 내 몸이 실려졌고,
안에 들어온 나는 10분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내 의식은 이미 이 지상이 아닌 지옥의 나락에 떨어져 있었다.
누가 나에게 지옥을 물으면 나는 답해주리.
빛이 없었다.
별도 달도 없는 암흑이었다.
깜깜했다.
지옥은 깜깜한 암흑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간단한 테스트가 끝나자 나는 MRII가 있는 별실로 들어갔다.
그 때까지도 지옥의 연속이었다.
내 두 귀를 막은 기사가 30분 정도 걸리고, 좀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나는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30분 역시 생지옥이었다.
캄캄했다.
30분 후 터널을 빠져 나온 나는 병실로 올라갔다.
응급실에서 뽑은 내 피도 지옥행인지 천국행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해
검사실에서 검사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오늘 일어난 일은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의식은 있는데, 내 왼팔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공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왼쪽다리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뇌졸증이구나!
오늘 중으로 나는 중풍협회 정회원으로 등록이 되거나
아니면
준회원으로 등록을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쉰다는 것은 내 머릿속을 비우는 일이다.
내 머릿속에는 정말 너무 많은 단어가 들어 있다.
65여 년을 도서관에 처박혀 보고, 읽고, 찾아 헤매었다.
그리고
이 세계를 읽고 해석하기 위해 녹초가 되곤 했다.
끝내 읽었고, 해석을 했다.
내가 찾은 그 공식대로 이 세상을 운영을 하면 육대주의 우리 인간들은 아주
건강하게, 어깨동무를 한 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틈을 내어 만난 교수 나리들.
그들의 말을 경청했고, 그들은 내 말을 경청하곤 했다.
그뿐이었다.
그들의 공부는 공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세상을 구하는 공부는 아니었다.
그들은 B급이었다.
성철스님 말씀처럼,
확철히 알아야지!
근원과 대책이 없는 공염불이었다.
줄땀을 흘리며 청계산을 중간쯤 오르다 아차, 하고
나는 발길을 돌렸다.
이게 아니지.
쉬려고 온 거지 운동을 하려고 온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날을 떠올렸다.
병실에 누워 있는데 신경외과 과장이 나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들어왔다.
옆지기도 있었다.
MRI 찍은 것 나왔습니다.
아, 네.
우리 두 사람은 과장의 입을 쳐다보았다.
나는 솔직히 믿는 구석이 있었다.
외과과장의 얼굴에는 두 가지 메시지가 묻어 있었다.
아깝다, 라는 게 하나였다.
팔다리가 마비가 되어 119에 실려 병원에 오는 사람들 99%가
치료를 해도 반 털레발이가 된다.
그런데 이 손님은 괄호밖이다.
우리 손님이 아니다.
외과 과장이 말했다.
뇌혈관이, 깨끗합니다.
심장도, 깨끗합니다.
협심증도, 없습니다.
고지혈도, 없습니다.
당뇨도, 없습니다.
콜레스테롤도, 아주 낮습니다.
다 좋습니다.
선생님 말씀 대로 그동안 과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게, 한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쇼크가 와 팔다리가 마비가 되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말 몸관리를 잘하셨네요.
우리 의사들도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병실이 천국으로 변했다.
빛이 가득했다.
만약 기독교 신자였으면 두 손을 높이 쳐든 채 병실이 떠내려 가듯
할렐루야!
라고 했을 것이다.
만약 무슬림이었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알라는 위대하다!
라고 했을 것이다.
만약 절에 나가는 신도였으면 두 손을 꽉쥐고
나무간셈보살!
라고 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내 왼팔과 왼쪽 다리를 마비시켰다면,
채식이 내 몸을 다시 지옥에서 천국으로 부활을 시켰다.
나는 무신론자다.
내가 가장 신뢰하고 믿는 것은,
채식을 넘어 비건이다.
그 비건이 아마 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