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삼달리 제주참숯가마에 가다

오주관 2022. 5. 29. 20:13

 

 

 

 

 

 

 

 

 

 

 

 

 

 

토요일, 제주삼달리 참숯가마에 가다

 

295번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이곳 참숯가마를 몇 번 보았다. 코로나19가 해제되면 한 번 가보자. 버스에서 바라본 외형은 굉장히 커보였다. 우리는 지난 2년 6개월 동안 목욕탕을 못 갔다. 집에서 목욕을 하고 집에서 불가마 대신 땀을 빼곤 했다. 코로나19가 있기 전 우리가 자주 간 불가마는 국수에 있는 불가마와 춘천에 있는 나무향기 두 곳이다.

 

국수에 있는 불가마는 뜨겁기로 유명하다. 매운 음식에 중독된 젊은 매니아들처럼 뜨거운 불가마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샤워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불가마에 들어간다. 들어가기 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보통 안에 들어가면 2분 정도 앉아 있기가 어렵다. 들어가 앉아 있으면 코 안이 탄다. 숨을 쉬면 뜨거운 기운이 들이닥친다. 바닥이 너무 뜨거워 양말은 기본이고 포대기로 몸을 덮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고 들어가도 오래 버틸 수 없다. 

 

땀을 흘리며 앉아 있는데 젊은이들이 간혹 마음의 준비 없이 훅 문을 열고 들어온다. 후, 하고 얕은 비명을 지르며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쇼를 한다. 발이 뜨겁고 몸이 뜨거워 인내심을 발휘할 수가 없다. 발바닥이 견디지를 못 한다. 이게 타는 걸 말하는 구나. 인내심을 발휘하지만 30초도 못 견디고 허겁지겁 문을 열고 나가곤 한다. 몸에 익숙한 사람들은 2, 3분 이상을 견딘다. 그렇게 앉아 흐르는 땀과 싸우며 앉아 있다 나간다. 그리고 야외 테라스에 나가면 몸을 어루만지는 바람의 상쾌함을 맛본다. 

 

춘천에 있는 나무향기 불가마는 국수와는 다르다. 국수의 뜨거움 대신 이곳 불가마 안은 습도가 높다. 그래서 앉아 있으면 금방 땀이 흐르곤 한다. 10분 정도 있을 수 있다. 국수불가마의 온도가 100도 정도 되면, 춘천의 나무향기 불가마는 60도 정도 될 것이다. 국수 불가마가 돈오돈수이면 춘천의 나무향기는 돈오점수이다. 장단점이 있다. 불가마를 가는 이유는 극한의 뜨거움과 그리고 땀을 흘리면서 얻는 쾌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2년 6개월 만에 찾아간 불가마

 

우리는 점심부터 먹기로 하고 2층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메뉴를 보니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다. 비빔밥이 없었다. 그래서 국수를 시켜 먹고 불가마 순례에 나섰다. 그런데 국수가 정성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육수와 내용이 훌륭했다. 국수그릇을 전하면서 내가 말했다.

 

"제주에서 먹은 국수 중에 이 집 국수가 최고입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주방 안에 있는 두 사람의 입이 미소를 지으면서 귓가에 걸렸다. 며칠 전 시내에 있는 세숫대야 냉면집에 들어가 냉면을 먹었다. 나올 때 계산을 하면서 내가 한마디 했다. 

 

"냉면 그릇은 세숫대야인데, 양은 그냥 냉면이네요."

주인의 얼굴이 순간 방향을 잃어버렸다. 

 

세숫대야 냉면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으면 최소한 인천 화평동에 있는 원조 세숫대야 냉면 골목부터 찾아야 한다. 냉면의 양이 보통이 아니다. 따라온 열무김치도 양이 많다. 냉면과 열무김치, 그리고 다대기와 냉면의 양에 누구나 다 놀랄 것이다. 그게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의 기본이다. 가서 보고, 그리고 먹어보고 나서 세숫대야 냉면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해야 한다. 

 

제주삼달리 참숯가마는 크기가 전국에서 랭킹 1위를 다툴 집이다. 언제 오픈했느냐고 물으니 코로나19가 시작되었을 때 오픈을 했다고 했다. 폭싹 망했다 이제부터 시동을 걸기 시작한 집이다. 넓고 크다. 그리고 시설이 깨끗했고, 어느 불가마보다 내용이 충실해보였다.

 

우리는 2년 6개월 동안 땀을 못 뺀 그 땀을 빼는데 시간을 보냈다. 숯불이 있는 이벤트실에 들어갔다. 의자 통 안의 쇠통에 벌건 숯을 하나 넣고 앉아 있으면 전립선에 좋다고 했다. 앉아 있으니 진짜 밑이 뜨끈끈했다. 여자들이 더 즐겨 앉았다. 

 

저온과 중온을 거쳐 마지막으로 고온의 불가마에 들어갔다. 초고온은 무리라 제외. 고온의 불가마에 앉아 있으면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무념무상의 자세로 극한의 뜨거움과 싸운다. 그 자체가 훌륭한 명상이다. 이곳의 고온은 습도가 없어 땀이 나지 않았다. 국수불가마는 시간마다 물조리로 불가마 안에 물을 뿌린다. 춘천의 불가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땀이 비오 듯한다. 그런데 이곳의 불가마는 물을 뿌리지 않아 오래 앉아 있어도 땀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불가마는 땀을 빼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불가마는 몸의 노폐물을 빼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어제 우리는 고온의 불가마에 앉아 2년 6개월 동안 못 뺀 정신의 노폐물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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