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다
나는 4차까지 맞았다. 이제 코로나는 안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며칠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기침이 계속 났고, 몸이 추웠고, 식은땀이 나면서 양팔이 아팠다. 생각해보니 지난 일주일 너무 걸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20Km를 이틀 걸었고 14Km를 3일 걸었다. 마지막 날 가방을 메고 도서관에서 나와 고근산 정상까지 치고 올라가는데 30분 걸렸다. 순간 나는, 내가 태릉선수촌의 선수다. 정상에 올라가자 땀이 났다. 이제부터 집까지 열심히 걸어야 한다.
그날 밤 기침을 심하게 했다. 식은땀도 많이 났다. 토요일 아침 집사람이 그랬다. 당신 몸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불가마 갑시다. 사실 가기 싫었다. 우선 가는데 한 시간이나 걸린다. 그리고 두 번 갈 때마다 눈이 꿉꿉했다. 수경이라도 끼고 들어가면 모를까. 잡목을 때면 그렇다고 했다. 여기는 참나무를 때는 데도 눈이 그랬다.
“당신, 춥다고 했잖아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으면 가야 한다.
“그래 가자.”
불가마에 가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감기몸살이 사라질지 모른다. 고구마 두 개를 삶았고, 쑥빵을 샀다. 아이스커피도 사 보온병에 넣었다.
불가마에 가면 감기몸살이 달아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불가마에서 흘린 땀이 야외에서 다시 얼어붙었다. 체온조절에 실패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같이 간 집사람이 괜찮은 걸 보면. 내 몸이 정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에게 온 코로나19는 어디서 왔나? 도서관, 카페? 아니었다. 무리한 걷기에서 온 감기몸살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월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가다 조짐이 수상해 병원에 가 조사를 받았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여 분 후 여의사가 말했다.
“양성입니다.”
속으로 허 참, 4차까지 맞았는데 이게 뭐람.
그건 내 생각이었다.
”5일치 처방전이 나갑니다. 약을 먹는데도 상태가 심각하다 싶으면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가십시오. 대신 약을 먹는데 몸이 괜찮으면 안 먹어도 됩니다.“
생각을 바꿨다. 4차까지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끝난 것이다. 아니었으면 골로갈 수도 있는 것이다. 마스크를 낀 채 집에 와 유배지에 갈 준비를 했다. 집사람이 시내 호텔을 예약했다. 가방에 간단한 생활용품을 넣은 나는 가방을 메고 유배지로 갔다. 소구루마 대신 걸어서.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같은 방을 쓴 가족이면 100% 남은 가족이 걸린다는데 집사람은 피해 갔다. 골골 80이라고, 보기보다 면역력이 강하나? 그 다음날 아침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었다. 이틀 후 다시 오라고 했는데 가지 않고 집에서 자가진단을 했는데 반응이 없다고 한다.
오늘까지 5일차. 일요일 12시면 격리가 해제된다. 오늘 아침 몸이 개운했다. 지난밤 잠을 푹 잤다. 우리나라가 우루과이와 0대 0으로 비긴 걸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강국 우루과이를 상대로 잘 찼다. 하나 아쉬움이 있었다면 기술과 투지가 좋은 황의찬 선수가 안 보여 좀 의아했다. 감독을 보니 답이 안 보였다. 복장이나 눈빛을 보니 끈 떨어진 동네건달처럼 보였다. 월드컵은 한번밖에 없다. 이길 수 있는 선수를 우선 기용해서 내보내야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이다. 손홍민 선수도 얼굴이 정상은 아니었다. 눈 부근이 팅팅 부어 있었다. 전날 밤 치룬 일본과 독일전도 재미있게 보았다. 일본이 독일보다 여러모로 나았다. 독일선수들은 키만 컸지 실력이 없었다. 한번은 우리나라한테 져 눈물을 흘리더니 이번에는 이웃나라 일본에 져 고개를 떨구었다. 반대로 일본은 기대 이상이었다. 덩치는 독일보다 작았지만 결기나 투지는 훌륭했다. 한번 이겨보겠다는 결의가 돋보였고, 투지 또한 대단했다. 일본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독일의 축구는 이제 세계에서 안 통한다. 독일은 개인이 아닌 조직, 기술이 아닌 투지를 배우고 받아들여야 한다. 어쨌든 어젯밤은 며칠 만에 달게 잤다. 자고 일어나니 몸이 내 머리에 신호를 보냈다.
“다 나았습니다.”
집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다 나았다. 커피나 한잔하자.”
“머리 감고 갈테니 기다리고 계십시오.”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허리도 아팠고, 운동을 못 해 몸이 꿈틀꿈틀 쿠테타를 일으키고 있었다. 건강한 몸으로 푸른 겨울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 상쾌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말했다.
“내가 없으니 많이 불편하제?”
“네? 불편했느냐고요? 당신이 없으니 천국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걸리는 게 없으니 너무 좋았어요. 지난 5일 천국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나는 껄껄 웃었다. 할 말이 없었다. 네 좀 불편했습니다. 라고 기대를 했는데 옘병 아니었다. 잠시 후 커피를 다 마신 나는 다시 유배지 호텔에 돌아왔다. 이틀 후 일요일 오후면 나는 코로나19에서 해방이 된다. 누가 코로나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을 하리라.
코로나19는, 감기몸살과 같다. 기침이 나고, 몸이 추우면서 열이 나고, 그리고 뼈마디가 아프면서 몸의 컨디션이 정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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