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바다와 산이 있는 곳으로의 여행

오주관 2007. 4. 26. 14:44
 

바둑을 두다 수가 안 보이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라도 한번 다녀오라고 했다. 수보다는 답답했다. 아니다. 단합대회을 위해 떠나자. 해서 바다와 산이 있는 곳으로 떠나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고속버스 터미널. 3시 30분에 떠나는 표가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고속도로 위의 버스는 거북이었다. 경기도가 끝나는 그 지점까지 정체를 거듭했다. 헬기를 타지 않는 한 방법이 없었다. 해서 잤다. 그 방법이 편하게 가는 방법이다.


강원도 원주를 벗어나자 그제야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횡성을 지나 평창에 다다르자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곳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관과 민이 똘똘 뭉친 평창이 아닌가. 동계올림픽보다 나는 봉평장이 떠올랐다. 허생원과 당나귀와 소금과 메밀. 만약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지 않으면 땅을 치고 통곡을 할 사람들이 말도 못하게 많을 것이다. 열릴 것이다 라고 확신을 하고 땅을 사놓은 그들……. 우리 국가로 보아서는 열려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 열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폭싹 망해 땅을 치면서 통곡을 하게.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속초. 시계를 보니 8시 30분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속초의 명물인 대포항으로 갔다. 바닷가 태생인 나는 바다만 보면 즐겁다. 밤의 대포항.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대포항 밤풍경.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버글버글했다. 30여 분을 인파 속에 섞여 다녔다. 값이

싸고 맛 있는 회를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건강을 그런 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옛날, 풀과 바

다 고기를 닥치는 대로 먹은 그 결과 라고 생각한다.

 

 

 

 

회를 파는 아주머니. 칼질하는 솜씨가 프로였다. 프로는 정말 아름다웠다. 

 

 

 

 

우럭, 세꼬시, 멍게로 소주 한잔. 소주 세 잔에 다운. 초장부터 걸신들린 사람 모양 회를 볼때기

가 터져 나가게 먹은 게 결정타. 정말 초장 끗발 개 끗발이다.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설악산 아침풍경. 입이 벌어졌다. 한마디로 그윽했다.

 

 

 

 

설악산 입구. 영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거대한 청동불. 무엇을 기도하고 있을까. 버지니아 사건에 희생된 젊은 그 영혼들을 위해 기도

하고 있는 지 모른다. 나보다 타인을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이 신앙의 출발이다. 어느 종교든 기복

신앙은 안 된다. 다 잘 사는 종교와 신앙이어야 한다.

 

 

 

 

신흥사 전경. 머리 깎고 중이 되려고 한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내 마음이 맑고 밝으면 그 세

계가 바로 극락이 아닌가. 따라서 마음의 거울을 닦는 것이 불교다. 

 

 

 

 

신흥사. 고즈넉했다. 토요일인데도...

 

 

 

 

 

설악산의 거암. 무슨 큰 바위 얼굴을 보는 듯했다. 입이 쩍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연 앞

에 선 인간은 너무 왜소하다.

 

 

 

 

 

웅장한 설악산.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다.

 

 

 

 

 

설악산에 살고 있는 설람이. 

 

 

 

 

 

나에게 다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설람이.

도대체 설악산을 몇 년 만에 찾았습니까? 30년도 넘는다. 그런 것 같으네요. 고조부님 때 쯤인

것 같습니다. 그래, 맞다.

 

 

 

 

 

다람쥐와 교감을 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 짐승도 사람과 금수를 알아본다

 

 

 

 

 

얼굴에 무엇이 붙었나? 바라보는 시선이...

 

 

 

 

 

내 손바닥 위에서 닐리리맘보춤을 잠깐 춘 설람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

다 라고 설람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흔들바위가 있는 암자. 저런 곳에서 한 일 년 정도만 살아보았으면...

 

 

 

 

 

작은 암자. 작은 것은 아름답다 라는 말은 사실이다.

 

 

 

 

 

흔들바위. 추억 속의 흔들바위는 엄청 크고 웅장했는데 그날의 흔들바위는 작고 낮았다.  

 

 

 

 

 

정면에서 바라본 설악산. 관절만 건강했어도 올라갔을 설악. 하지만 이제는 그림 속의 떡이 아

닌가. 계산도 하지 않고 10여 년 마구잡이로 달린 그 결과, 달리기 불가 판정과 등산까지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오직 되는 건 걷는 것. 그래도 쳐다보는 것 만으로 넉넉했고 그윽했다.

 

 

 

 

 

설악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시원한 계곡물. 저 물에 내 몸을 담그면... 신선이 될까...

 

 

 

 

 

물총새가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고 있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여야 한다. 새도 안다, 우군과

적군을...

 

 

 

 

 

대조영 촬영장을 가지 않고 이곳에서 대충 마무리했다.

 

 

 

 

 

케이블카가 있는 곳. 저 눈이 응시하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나는 모른다. 그 끝이 어디인지를

... 나도 모르고 자연도 모른다.

 

 

 

 

 

내려오고 있는 케이블카. 기분이 좋다는 표정들이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권금성 쪽에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었다. 쌀쌀했다. 비가 올 듯한 흐린날이었

다.

 

 

 

 

대포항.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잘못하면 얼라...

 

 

 

 

 

 그 좋아하는 소주도 못 마시고, 해서 맥이 좀 빠져 있다

 

 

 

 

대포항 조선소. 조선해양의 출발점은 이렇게 작고 초라하다. 

 

 

 

 

 

공기 좋은 이 곳을 떠나자니 마음이 아프네 라고 중얼중얼거리면서...

 

 

 

 

 

튀긴 새우. 맛 존나? 나는 별로다. 대포항에서 제일 맛 좋다고 소문난 집에서 사온 튀긴 새우.

궁합이 맞는 파트너는 소주. 소주 한잔에 새우 한 입.

 

 

  

 

러시아로 떠나는 여객선이지 싶다. 

동춘호라는 배 이름이 그 옛날 동춘 서커스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했다.

 

 

 

 

 

유람선. 어디에서 돌아오는 걸까. 설마 아바이순대로 유명한 그 동네에 갔다오는 건 아니겠지.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 아바이 순대가 유명한 동네. 맛이 있기는 있었다. 


 

뒷이야기- 속초에서 나는 목이 뻥 뚫렸었다. 그날 아침 숙소인 모텔을 나와 아침밥을 간단하게 먹은 우리는 그 즉시 설악산으로 갔다. 설악산은 아직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한 사람당 2500원. 어쨌든 설악산 속에서 목이 트였다. 늘 침을 삼키지 못할 만큼 답답했던 내 목이 시원하게 뚫린 것이었다. 내 옆지기도 마찬가지였다. 공기가 달싹했다. 공짜 공기를 우리 두 사람은 마음놓고 페부 깊숙이 집어넣었다. 정말 달았다. 산과 바다가 있는 속초. 공해가 적은 속초에서 우리 두 사람은 잠시지만 자유와 건강을 되찾았다. '아따 좋다, 달싹하네!' '정말 좋으네요.' 그날 일요일 오후 다시 돌아오는 서울행이 컴컴했다. 매연과 공해가 들끓고 있는 서울의 그 거리와  일상을 떠올리자 힘이 스르르 빠져 나가고 있었다. 망할 서울... 2007426북한산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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