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털고 집을 나가 지하철을 타고 내린 곳은 덕소.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양평으로 내뺐다.
겨울 양평.
강으로 가기에는 길을 몰랐고, 그리고 추웠다.
시장으로 가자.
인간의 냄새가 나는 시장에 가서 언 몸을 녹이고 속을 달래자.
낯선 곳에 가면 나는 시장부터 찾는다.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있고, 정이 있고, 그리고 먹거리가 있다.
그곳에 퍼질고 앉아 배를 채우고, 술 배를 채우고, 그리고 정을 채운다.
하지만 오늘 찾은 양평시장은 아무것도 채울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있었지만, 배를 채우고 가슴을 채우고, 그리고 술 배와 정을 채울 수는 없었다.
뜨끈뜨끈한 정터국밥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었다.
국수 한 그릇을 먹었는데, 내가 눈을 감고 만들어도 그 국수보다는 맛이 있으리라.
퉤퉤, 하고 나오면서 막걸리를 한잔 마셨는데, 세상에 도봉산 입구의 그 막걸리보다 십분의 일도 못 미치는 맛이었다.
인간은 어디 가고 사람들만 바글바글했다.
아이고, 시골의 훈훈한 정은 온데간데없고, 도시의 못 된 상술만 시장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덤으로 주는 그 시골 인심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덩어리가 서늘했다.
뒷이야기- 도시든 시골이든, 시장이 있다. 시장에 가면 먹자골목이 있다. 그곳에 가면 훈훈한 정이 있다. 도시의 얄팍한 상술 같은 것은 없고, 덤과 정이 골목을 적시고 있다. 해서 낯선 곳에 가면 나는 제일 먼저 시장을 찾곤 한다. 내가 시장을 즐겨 찾는 것은, 그곳에 가면 잃어버린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해서 오늘도 우리 두 사람은 양평시장을 찾았다. 2008128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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