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그곳에서 만난 김 선생. 일 년 전, 추어탕 장사에 뛰어들기 전 강남에서 영어학원을 할 때 옆지기와 동료였다. 일년 만에 본 김 선생, 많이 예뻐졌다. 양귀비를 푹 꼬아 잡셨능죠, 와 이래 예쁘졌능죠. 복분자 한 병과 소주 세 병, 그리고 장어 네 마리가 보답으로 나왔다. 태어나 두 번 째 먹어본 장어구이. 꼬리를 네 개나 먹었는데 전혀 빳다에 기미가 없었다. 술집을 나온 우리는 충무로에서 헤어졌다. 김 선생은 역삼동 집으로, 우리 두 사람은 남부 터미널로.
남부터미널에서 통영으로 떠나는 버스를 탔다.
새벽 2시에 도착한 통영. 택시를 탄 나는 통영에서 제일 깨끗한 찜질방에 좀 데려다 주십시오, 라고 부탁을 했더니 신시가지에 있는 어느 찜질방을 소개해주었다. 모텔은 피하고 싶었다. 그 안의 구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찜질방에 들어가기 전 배가 고파 만두로 늦은 저녁을 대신했다
다음날 아침 찜질방을 나온 나는 택시 기사에게 충무김밥의 원조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바닷가 앞 뚱보할매집이 원조라고 했다. 이 집 옆에도 충무김밥을 팔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이 집만 줄기차게 열고 들어왔다.
충무김밥. 단백했다. 그리고 찬으로 나온 반찬도 단백하면서 깔깔했다. 경상도 사람들 입맛에 맞았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이 좀 짜고 맵다.
조나단을 만나고 싶었다. 우리 두 사람이 밤을 달려 도착한 통영.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조나단을만나고 싶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세상. 무엇이 보였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탔던 거북선 선미. 통영 바다는 그래도 오염이 심하지는 않았다. 동양의 나포리라고 했나. 통영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천천히 만나볼 생각이었다.
내가 바라본 곳. 윤이상 선생을 떠올리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바다 건너 자리잡은 예술회관. 그리고 통영 바다를 꼼꼼히 바라보았다. 갈매기까지.
거북선. 안이 비교적 과학적으로 설계되어져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장소는 화장실이었다
멸치을 잡으면 그 멸치를 삶는 배. 바다를 가르며 멸치를 삶으러 가는 지 물살을 가르며 내항을 떠나가고 있었다.
통영의 명물인 해저터널 입구. 자, 한번 바닷물 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보자. 총 길이가 460여 미터라고 했다
터널 속이 해저라 그런지 시원했다. 여름철 돗자리 하나 펴고 오수를 즐기면 이곳은 천당이다. 30년대의 일이었지만, 역시 일본인들의 토목기술이 뛰어났다
미륵도 쪽의 출구.
미륵도 쪽의 입구.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넓은 섬이라고 했다, 택시 기사가
저 배가 수상했다. 뭘 잡는 밸까? 바다 출신이지만 뭔 지 모르겠다
동해안과는 또 달랐다. 섬세하면서 조용한 바다였다. 이 바다에서 나는 윤이상 선생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바다를 보며 꿈을 키웠을 통영의 그 바다를.
뒷이야기- 그날 통영의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정작 통영의 명물 몇 가지를 까먹은 것이었다. 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국과 회. 겨우 먹은 거라곤 충무 김밥 하나뿐이었다. 아, 또 있다. 거제에서 먹은 함흥냉면. 그래도 통영에서 건진 게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갈매기의 꿈을 낚은 것이었다. 높이, 그리고 멀리 떨어져 나 자신을 관찰했다. 그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2008317도노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