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은평에서 출마했다 낙선한 이재오 후보가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나는 조각배인데 범선인 줄 알고 침몰시켰다. 그 기사를 보고 나는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밤 청와대에서 있은 당청 만남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친 이가 어디 있고 친 박이 어디 있느냐, 라고 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저기 친 이가 있고, 그리고 공천에서 쫓겨난 저들이 친 박이 아니냐. 공천을 못 받고 쫓겨난 그들은 살아서 다시 돌아왔다.
존재의 가벼움!
그날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날, 옆지기는 아침을 거른 채 학원으로 나는 교회로 갔다. 가서 한 표를 행사했다. 유 의원을 찍었다. 지금이라도 지게를 지고 산으로 향하면 영락없는 농부다. 지금이라도 통통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영락없는 선원이다. 앞을 보아도 촌사람, 뒤를 보아도 촌사람이다. 내 언어가 안 바뀌듯이, 태생적 때는 아무리 서울 물을 먹어도 안 바뀌는 모양이다.
교회를 나온 나는 도노강을 건너 형님 집으로 갔다. 아침 식사를 마친 아버님과 어머님을 모시고 초등학교로 갔다. 떠나기 전 아버님이 물었다. 누구를 찍어야 되느냐. 노 씨 사진을 꺼내 “이 사람을 찍어야 합니다. 이 사람은 정말 훌륭합니다. 빛과 소금 같은 존재입니다.” 옆의 어머니가 “한나라당을 찍어야 하는 거 아이가.” “아이시더. 돌아가는 꼴이 이상합니다. 해서 국회의원은 이런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내가 집으로 간 것은, 솔직히 노 씨와 진보정당을 지지하기 위해 갔다. 투표소 안에서 나는 아버님과 어머님을 대신해 노 씨와 진보정당에 도장을 야무지게 찍었다.
그날 오후 학원에서 돌아온 우리 두 사람은 교회로 갔다. 옆지기도 유 씨에게 한 표를 건넸다. 정당은 진보정당에. 그렇게 하루해가 지고 있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카운터다운에 들어간 방송국의 초침바늘에 시선을 주었다. 나는 이번 선거에 기대를 걸었다. 며칠 전, 나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선신에게 빌고 빌었다. 빛과 소금이 될 이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고 도와 달라고.
은평에 문 씨, 노원에 노 씨, 고양에 심 씨, 대구에는 유 씨, 창원의 권 씨, 그리고 이 대통령 형님 꼬봉 역할에 충실한 마당쇠 이 씨를 물리칠 농부 강 씨. 이 다섯 사람만 당선이 되면 그래도 우리 국회가 썩지 않는다, 라고 생각했다.
난 자가 국회에 들어가면 안 된다. 반드시 된 자가 들어가야 한다. 국회는 국민들의 삶을 설계하고 나라의 살림을 설계하는 곳이다. 해서 국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국회는 특권층을 대변하는 곳이 아니다. 동작에 출마한 한나라당의 정 씨는 국회의원은 가능해도 대통령은 부 적격자다. 그 사람이 대통령 자리를 탐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몫은 국회의원까지다.
생략하고, 땡, 하고 시계바늘이 제로에 서자 방송국의 입들이 일제히 거품을 문 채 당선자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박수, 그리고 한숨소리. 나는 땅이 꺼지는 줄 알았다. 내가 지지한 그 사람들.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사망하면 절대 안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 불길했다. 노 씨와 심 씨가. 돌아가는 판이 그랬다. 노원에는 며칠 전부터 영화배우들과 알 만한 사람들이 동원되어 북과 꽹과리를 치면서 야단법석이었다. 심지어 으하! 하고 들이대는 코털 흥국이도 나타나 사람들 정신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존재의 가벼움을 생각했다.
소금과 빛이 사라지다.
그날 밤 자정. 은평에는 문 씨가 당선이 되었다. 하지만 노원에는 노 씨가 떨어졌다. 고양에도 심 씨가 떨어졌다. 내 입에서는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이 깜깜했다. 빛이 사라지고, 소금이 사라졌다. 대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추풍낙엽이 된 유씨. 같은 경주 출신이어도 유 씨와 한국방송국의 사장 정 씨는 그 격이 다르다. 몸을 던질 줄 아는 유 씨와 고래심줄모양 딱 붙어 나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정 씨. 정 씨, 배알도 없나! 시대가 바뀌었으면 나와야지. 안 글라! 당신은 도대체 누구의 사람인가. 당신 대장은 지금 봉하에서 차나무 심느라고 얼굴이 까맣게 타고 있다. 생략하고, 다행인 것은, 창원에서 권 씨가 다시 부활했다. 다행이다. 그렇지, 노동자가 노동자를 안 밀면 말이 되나? 아, 그리고 낭보가 날아왔다. 사천의 그 마당쇠가 농민 출신인 한복에게 엎어치기 한 판으로 멋지게 케이오되었다. 그 소식이 내 곡소리를 잠시 멈추게 했다. 사천 유권자들의 정신은 살아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강원도 그 성추행범이 다시 부활했다. 귀신이 곡을 할 일이다. 이제 그가 다시 국회의사당에 나타나는 그날, 서울의 여기자들은 전부 정조대를 차야 한다. 뿐만 아니라 쇠로 된 브레지어를 반드시 차고 국회에 출입을 해야 한다. 조심해야 한다.
정신이 썩으면 몸도 썩는다.
나는 생각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그게 인간이다. 서민이 서민을 선택하지 않고 특권층을 선택하면 반드시 그 특권층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마치 사생결단을 해 잡은 고기를 한 입도 먹어보지 못하고 하이에나에게 뺏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서 힘없는 노동자들은 똘똘 뭉쳐 자신들의 삶을 사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위대한 울산과 포항, 그리고 수도 서울의 주변부의 서민들은 어쩌자고 자신들의 동료를 밀지 않고 특권층을 밀까? 그렇게 밀면 밥이 나오고 밀가루가 나올까.
아나 여�다.
하나 묻는다. 왜 울산 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을까. 이해가 안 간다. 당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한 번 깊이 생각해본 일이 있나. 여러분들은 누구이냐? 한마디로 못 배우고 서러운 인생들이다. 해서 그렇게 밑바닥에서 온몸으로 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절망, 좌절, 서러움, 땀, 그리고 가난의 대물림을 어깨에 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이다. 벗어나야 한다.
답은 하나다, 노동자는 노동자를 밀어야 한다.
못 난 사람들은 못 난 사람들을 지지해야 한다.
이제 총선은 끝났다. 4년 후를 기약해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민심은 천심이다. 그 말을 믿는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들 중 노 씨와 심 씨, 그리고 대구의 유 씨는 용기백배 오뚝이처럼 다시 한 번 우리 앞에 일어서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당신들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빛이요, 소금이다. 빛은 어둠을 밀어내고, 소금은 부패를 밀어낸다. 당신들 뒤에는 눈 푸른 국민들이 있다. 용기백배 마음과 몸을 추슬러 다시 한 번 국민을 위해 사자후를 토해내기 바란다.
뒷이야기- 아직도 지진의 여진이 내 정신을 떨게 한다. 안타깝다. 노 씨, 심 씨, 그리고 유 씨. 그들은 분명 우리 사회의 빛이요 소금이다. 며칠 전, 영화배우들이 거리를 휩쓸고 다닐 때, 그의 연설원이 되어 도와주지 못한 것을 잠시 후회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아가고 있었다. 초장 끗발이 개 끗발이 될 조짐이 여기저기에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부화뇌동과 존재의 가벼움이 내 정신을 때리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열정과 패기와 불굴의 정신, 그리고 희망을 읽었었다. 그래서 그들을 좋아한다. 그래, 인간에게는 꿈과 희망과 열정, 그리고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 꿈이 없는 자는 죽은 자다. 2008412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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