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갈팡질팡 갈지자로 걷고 있는 이명박 정부

오주관 2008. 5. 9. 23:19

  

 

 

지난 겨울 난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 며칠 전 가위로 시원하게 머리를 깎았다. 내가 봐도 시원하다 

 

 

어제 여의도연구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인기가 28프로라고 했다. 3개월 전의 그 인기가 어디로 증발되었을까? 물론 초장 끗발 개 끗발일 수 있다. 하지만 조짐이 수상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그 지지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생각해보면 우리 국민들이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있었다. 꿈과 희망이었다. 침체된 경제, 허리를 휘게 하는 사교육비,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있는 대학 등록금, 청년 실업률, 추락해가고 있는 공교육, 그리고 사회복지 등등.

 

지난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많은 유권자들이 저 사람은 우리 편일 거라고 기대를 걸었다. 그래서 총선 때도 이왕이면 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야당의 텃밭이었던 서울에서 거둔 한나라당의 승리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밀어주자. 힘을 실어주어야 힘 있게 추진해나갈 것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몰표를 준 것은, 희망과 꿈 때문이었다. 그런데 3개월이 안 된 지금, 그 지지가 허물어지고 있다.

 

 

 

 

 자부러바가 죽을 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성난 시민들은 그 반대의 얼굴을 하고 있다 

 

 

1. 잘못 끼운 첫 단추

나는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아니 인수위가 출발을 알리는 나발을 잘못 불었다. 들어보지도 못한 “오륀지” 가 한국을 순식간에 영어 광풍으로 몰아갔다. 그 다음 터져 나온 잘못된 인사정책. 강부자와 고소영으로 채워진 수석들과 장관들. 검증되지 않은 함량미달인 자들이 발탁이 되어 국민들을 다시 한 번 실망하게 만들었다. 실망은 그리고 계속 꼬리를 물었다. 사회정책 수석이었던 박미석 씨가 사표를 내고 물러났을 때 청와대에서 나온 일갈은 “그만한 인물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그 말을 듣고 아연실색을 했다. 인물이 없다니? 너무 많아 탈인 게 인물이다. 차라리 이렇게 말했으면 정답이었을 것이다. 강부자와 고소영이 없어서 고심을 하고 있다. 묻고 싶다. 정말 박 수석이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었나?

 

 

2. 한반도 대운하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한반도 대운하를 물어보면 열에 일 곱 사람은 반대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가 선거공약이라는 걸 내세우며 대운하를 건설하려고 몸부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맞는 말이다.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을 하는 군주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머슴인 것이다. 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국민을 위해 일을 하는 일등 머슴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70여 일을 지켜보았을 때, 대통령은 머슴의 자세가 아니었다. 그 옛날 기업에서의 CEO의 그 자세로 일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곤 했다. 그러다 여론의 암초에 부딪치면 군말 없이 말을 바꿔버렸다. 군왕이 그러하니 그 밑에 사람들도 수시로 말을 바꾸며 한 입에 두 말을 밥 먹 듯하기 시작했다.

 

국민이 원하면 운하를 건설하지 않는다.

운하는 반드시 건설한다.

혁신도시는 재검토할 것이다.

건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을 할 일이다.

 

 

 

  

마이 프랜드 부시, 하고 어느 개그맨이 익살을 떨고 있었다. 그러니까 친구니 재협상을 하자, 라는 메시지였다 

 

 

3. 부시를 만난 이 대통령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막 취임을 했고, 부시 대통령은 6개월 후면 자리에서 물러날 사람이다. 막말로 파장 끝에 볼 수 있는 금이 없는 떨이 대통령이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이고 외국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그는 철학이 전무한 지도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우군과 적군밖에 없다. 성경이 머릿속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끼리끼리라고, 종교적으로 통하는 게 있어서 그렇게 빨리 날아갔나. 그날 밤 곱창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며 “부시는 진짜 얼빵이다. 어떻게 저렇게 머릿속이 탕 빈 사람이 대통령에 뽑혔을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라고 내가 말하자 정 교수가 “형님, 얼빵하기 때문에 부시를 뽑은 겁니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부시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 무리들 중 방위산업체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의 별장인 캠퍼 데이비드에 도착해 카트에 부시 대통령을 태우고 운전할 그 무렵, 서울에서는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었다. 번갯불에 콩을 튀긴 것이다.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가장 확실한 걸음은, 황소처럼 그렇게 가는 것이다. 

 

 

4. 미국산 쇠고기 협상

참아왔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갈팡질팡 갈지자걸음을 걷고 있는 정부를 국민은 그래도 참았다. 그리고 도망을 간 정신이 금방 돌아오겠지, 하고 인내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삐 풀린 망아지 모양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타결해버렸다. 그러자 그동안 참아왔던 인내의 벽이 툭, 하고 터져버렸다.

 

해서 한국은 지금 미국산 쇠고기로 뜨겁다. 저녁만 되면 청계천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어제는 청계천 광장은 물론이고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지방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심각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짐짓 뒷짐을 쥔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지금의 한나라당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놓고 삿대질을 하며 성토를 했다. 그때 그 광경을 바라본 국민들은 속이 시원했다.

 

“그래, 바로 저거다. 한나라당, 잘한다.”

“이기는 소, 우리 소! 영차, 영차!”

 

 

 

 

촛불을 들고 있는 시민들. 답답해서 나온 사람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쇠고기 협상과 FTA를 체결하고 싶었지만 한나라당의 결사항쟁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불과 3개월 전의 일이다.  

 

그때 그 주역들이 지금 일백팔십 도로 바뀌어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소와 싸우던 한나라당의 그 뿔난 한우가 지금은 미국소를 응원하기 위해 뿔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때 여당이었던 민주당에서는 결사항쟁의 자세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상대로 뿔을 내세우고 있다.

 

빨리 빨리가 좋을 때도 있지만, 그 반대일 때도 있다. 이웃 나라 일본과 보조를 맞추면 안 될까? 일본은 자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 아주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리고 생각해볼 것은, 팔고 사는 입장에서는 사는 자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사고 안 사고는 사는 자의 마음이다. 물건이 션찮으면 안 산다. 해서 파는 자는 자신의 물건을 팔기 위해 때로는 허리를 숙일 줄도 안다. 그런데 이번에 타결된 쇠고기 협상을 보면 그 반대다. 파는 자가 열쇠를 쥔 채 좌지우지하다시피 했다. 사는 자의 자세 그 어디에도 당당함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일 년 전 노무현 정부 때 보여준 협상의 자세는 온데간데없이, 30개월 소는 물론이고 뼈까지 다 사주겠다는 굴욕적인 자세로 쇠고기 협상을 타결시켰다.

 

 

 

 

 많았다, 성난 시민들이 

 

 

5. 심상치 않은 분위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지 않으려면 사태의 심각성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3개월 전의 그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을 섬기는 머슴의 자리라는 것을. 여당이 된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실수를 하면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한나라당을 보면 한 입을 가지고 두 말을 거침 없이 하고 있다. 야당이었을 때 그 당시 필름을 돌려보라. 다 반대를 했다. 미국 소를 수입해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러던 그 입들이 정권이 바뀌고, 그리고 여당으로 변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안하무인격이다. 그러니 국민이 뿔이 날 수밖에.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그런 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면 머지않아 무시무시한 저항에 부딪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가 99%를 엎을 수 있다.

오줌 줄기가 거대한 댐을 무너뜨릴 수 있다.  

 

6. 며칠 전에 본 신문기사

며칠 전에 본 기사. 그 목사는 원로 목사다. 미국의 빌리그래함 목사가 우리나라에 왔을 때 통역을 한 바로 그 목사님이다. 기독교에서 원로급에 속하고, 그리고 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싶은 목사님이다. 그 목사님이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이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명박 씨를 보냈다.”

 

그 기사를 본 나는 충격을 받았다. 잠시지만 머릿속이 띵해왔고, 그리고 온몸이 굳어지면서 혈압이 치솟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착하자, 침착하자, 라고 주문을 읊조리면서 달아오른 내 가슴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 목사님 때문에 숨을 거둘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나에게 물었다. “하느님이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보내신 분이 지금 저렇게 갈팡질팡 갈지자를 걸을까? 하느님이 저렇게 걸으라고 주문을 했을까?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을 보탰다.

 

“봉하에 내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전도해도 되겠습니까?”

“하십시오.”

 

 

 

 

 성난 시민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다시 한 번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참아야 해 참아야 해.” 하고 중얼거렸다. 한편 봉하 마을 전빵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도 미소를 지으며 “가지가지네.” 라고 하지 않을까.

 

며칠 전, 한국의 대 문호인 박경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선생님은 한평생을 대작 토지에 매달렸다. 오직 토지를 완성시키기 위해 바깥출입을 삼간 채 온몸을 던지신 분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두고두고 토지를 읽을 수 있다. ‘자네는 양반은 맞는데, 선비는 아닐세.’ ‘저 강을 건너가는 자네는 왕의 신하인가, 백성의 신하인가?’ '글쎄…… 굳이 찾자면 저 산천의 신하일세.‘ 그 문장이 아슴아슴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한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 문호 박경리 선생님과 수도 서울에 있는 대형 교회 대 목사님들을. 어느 쪽이 진정 우리를 구원할까. 한평생 자신을 땅에 내려놓으신 분과, 한평생 목청껏 외치며 교단 아래의 신자들을 가엾이 여긴 목사님들 중 어느 분이 더 훌륭할까? 말씀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이 땅의 산천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자의 그 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문제는, 말씀에 있지 않고 행위에 있다. 말 많은 자 말 때문에 망한다. 그때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미국, 믿지 말고, 소련, 속지 말고, 일본, 일어난다, 조선 사람, 조심해라.’ 라고 했다.  

 

 

뒷이야기- 지금 청계천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두 가지다. 자연 발생적이다. 아니다, 그 뒤에는 나쁜 배후세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인터넷에도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 점이 정말 우려할 만한 점이다. 사태를 그런 시선으로 보니 일이 안 풀린다. 한 번 거슬러 올라가보아라. 그러면 답이 보일 것이다. 한 입 가지고 두 말을 하고 있는 쪽이 어디인가를. 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 안의 수석들의 눈이 어디로 향해 있는 지 보아라. 전부 대통령에게 가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한마디 내뱉으면 목을 길게 내 뺀 채 앵무새처럼 나발을 분다. 지금 청와대는 국민의 정서와 거리가 먼 부자들이 포진해 있고, 그리고 한나라당에는 간신들이 오골오골 모여 있다. 그러지 마라. 그리고 성난 저 분노의  끝이 어디 있는지 똑똑히 보아라. 저 분노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면 서울이 탈 수 있다. 촛불일 때 잡아라, 저 성난 촛불을. 200858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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