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4일 토요일.
엄청 추웠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무슨 바람이 불어 경복궁으로 출두를 했는지는 모른다.
추워도 올 사람들은 온다.
외국 관광객들.
연못이 꽁꽁 얼어 있었다.
여기까지 찍어 나가는데 배터리가 다 됐다는 신호가 왔다.
끝.
배터리를 갈아 넣고 삼청동으로 내뺐다.
뜨거운 국물을 먹으러.
삼청동 수제비.
유명한 집인지 사람들이 설 이브인데도 수제비를 먹기 위해
꾸역꾸역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앞집은 해물 칼국수.
들어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허름한 이 집에는 꾸역꾸역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식.
하!
깊은 맛이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맛의 고향은 정성이다.
첫째도 정성 둘째도 정성 마지막도 정성이다.
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재수가 좋은 집이 있다.
되는 집은 뒤로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져도 옆으로 굴러도 사지가 멀쩡하다.
안 되는 집은 음식에 산삼을 넣어도 손님들이 안 온다.
이 식당에 손님들이 넘쳐나도 나는, 아니 우리 두 사람은 안 찾으리라.
명성에 많이 모자랐다.
삼청동 추위에 떠밀려 들어온 커피집.
비샀다.
나는 커피, 옆지기는 아이스크림.
이 커피숍에서 우리 두 사람은 변화에 대해 토론을 했다.
변해야 한다.
개인은 물론이고 정부도, 그리고 우리 사회도.
어제까지 가지고 있던 머릿속의 프로그램들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리고 새 것을 집어넣어야 한다.
새해에는
난로가 비싼 차값을 대신했다.
추위가 어느 정도 물러갔다.
가자, 하고 이 집을 나왔다.
부과세까지 낸 비싼 커피.
성대로 온 우리 두 사람은 몇 년 전, 우리 둥지를 찾았다.
그대로였다.
건물도 사람들도.
고사장, 추사장, 세사장, 떡사장, 간사장, 그리고 원종이 어머니도.
기축년 새해,
건강하시고 소원성취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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