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큰집에 갔다 혈압약을 잊어버려 다시 이 강을 건넜다.
아침의 도노강 풍경.
잘 보면 갈매기가 날고 있다.
여러 마리의 갈매기가 앉아 있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열면 갈매기들이 도노강 위로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
그 그림이 너무 좋다.
갈매기 한 마리가 붕어를 잡았다.
제법 큰 놈이었다.
두 마리의 갈매기가 한 입 얻어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옆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언감생신.
잡은 갈매기는 깃털을 세운 채 앙앙가리고 있다.
아나, 여깄다!
내가 이놈을 워떻게 잡았는데?
가란 말이여!
한 방 얻어터지기 전에.
잡은 붕어가 너무 커 입에 들어가지가 않는다.
옆의 갈매기는 아직도 미련이 남아 대기 중이다.
한 입만 좀 거들자.
오늘이 설날 아닌가?
응?
설날이니께 내가 먹어야 돼!
나가 시방 배가 좀 고프당께.
알겠나?
짜식! 찌사하게 노네,
설날 아침부터.
얌마, 나가 원래 그런 놈이여
이제 알았나!
포기하고 비상을 한다.
지켜보았다.
나를 의식한 갈매기.
큰 붕어를 삼키지만 역부족.
붕어가 너무 커 식도에서 걸린다.
꿀떡! 하다 도로 뱉는다.
워메, 시껍하겠구먼!
나는 짐승은 안 무서워, 사람이 제일 무서워.
하며 삼키지만 실패.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
결국 넣고 넣고 넣어
꿀떡 삼키는데 성공을 한다.
배가 빵빵해졌다.
잠시 후 갈매기 배가 꿈틀거렸다.
그 꿈틀거림은 붕어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왜가리는 오늘도 외롭다.
왜가리는 오늘도 그 자리에서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버린 왜가리.
빼빼 말라 있는 왜가리.
그래서 더 외로운 새.
설날 아침부터 배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왜가리.
청둥오리 한 마리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고 있다.
의심이 많은 놈.
나를 보자 겁나게 내빼고 있다.
갈매기와 청둥오리와 왜가리, 그리고 잉어와 붕어가 공존하고 있는 도노강
나는 도노강을 사랑한다.
강태공들만 없으면 이 강은 무릉도원이다.
청계에 나가 수류탄을 하나 구해?
구하면, 할일 없이 이 강에 나와 팔뚝 만한 잉어와 붕어를 잡아가는 오랑캐들을 향해
수류탄을 까 던져버려?
살면 살고 죽으면 그만이고.
다리 밑을 보면 새까맣다.
붕어떼들이 무리를 지어 몸을 보존하고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장 무서운 적은 갈매기도 왜가리도 아니다.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가장 무섭다.
의정부 강태공들은 잡으면 즉시 풀어준다.
하지만 서울의 도노강의 오랑캐들은 잡았다 하면 즉시 마대자루에 넣는다.
도서관을 오가면서 그들을 바라볼 때마다 뒷골이 땡긴다.
저 쳐죽일 놈들을 봤나!
이놈들아, 좀 잡지 마라.
잉어떼와 붕어떼들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 그림이 좋지 않니?
이 호랑말코 같은 인간들아?
나는 도노강에 황포돛대가 다니는 그림을 자주 꿈꾼다.
가능하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가능하다.
불가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