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극락사 가는 길

오주관 2009. 2. 2. 19:38

   

 

2월 1일 일요일.

우리 두 사람은 극락사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회기역에서 30여 분.

드디어 극락사로 가는 역에 도착했다.

극락역. 

 

 

 

극락역에서 약 2 킬로.

극락사로 오르는 그 길은 멀고 험했다.

그 길에서 만난 수많은 승용차들.

그들은 진실로 극락에 갈 수 없는 범인들이었다.

극락이 그렇게 승용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이면 부처는 아예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극락사 입구의 지옥굴.

천국 앞에는 항상 이런 지옥굴이 있다.

파전도 있고, 조 껍데기 술도 있다.

극락에서 탈락한 중생들이 이 지옥굴을 찾지 싶다. 

 

 

 

극락사.

극락은 저렇게 멀고 험한 곳에 자리를 하고 있다.

가자, 극락사로. 

 

 

 

극락사에서 내려다 본 극락강.

저 극락강에는 두 개의 강이 만난다.

그 이름이 두물머리라고 한다.

북에서 내려온 물과 남에서 내려온 물.

북과 남은 하나다. 

 

 

 

극락사 경내.

한파는 어디로 물러가고 봄이 만연했다.

봄은 극락사에 진군해 있었다. 

 

 

 

극락사 찻집.

힘들게 올라온 대중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권하는 찻집.

禪과 茶는 일미다 라는 글이 걸려 있었다.

 

 

 

깨끗하게 닦여져 있는 다기들.

동양의 차는 사람의 기를 가라앉게 만들고 서양의 차는 사람의 기를 올린다.

동양의 차는 정적이고 서양의 차는 동적이다.

진정제와 흥분제로 이해하면 되지 싶다. 

 

 

 

녹차 한잔에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있는 옆지기.

차와 하나가 된 옆지기.

나올 때 불전함에 오천 원 한장을 부주했다. 

 

 

 

하!

이 사나이를 주목해야 한다.

어쨌든 사연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참으로 주제가 무거운 변방의 대중 처사다.

처사님, 어디로 가시려 합니까?

그냥 따라오너라. 

 

 

 

극락사에서 내려온 우리 두 사람.

시장했다.

나는 막걸리, 옆지기는 국수.

극락사 입구의 극락동네는 벌써부터 몸살을 앓고 있었다.

극락동에 불어닥친 개발의 열기를

마음으로 다스리면 극복이 될 것이고

몸으로 다스리면 아마 골병이 들 것이다. 

 

 

 

극락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어디인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옆지기.

내일은 어느 곳에 짐을 내려놓을까. 

 

 

 

극락역에서 바라본 극락사.

멀다.

높다.

그래서 극락은 먼 것이다.

저 극락사에 갈 때는 진실로 두 발로 가야 한다.

승용차로 올라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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