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팔월 한가위

오주관 2009. 10. 4. 22:25

 

 

오랜만에 잡안 청소를 했다.

먼지를 털어내고 물걸레로 묵은 때를 말끔하게 닦았다.

내친 김에 베란다도 물청소를 했다.

창문도 닦고.

 

2시간 동안 대청소를 마치고 막걸리를 마셨다.

어묵에.

 

잠시 후 베란다에 나가 밤하늘을 쳐다보자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

아제 한가위가 가고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건너편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떠오른다.

 

 

 

도노강이 다리를 쭉 뻗은 채 쉬고 있다.

둔치에 밤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다.

오리들도 이제는 둥지로 돌아갔겠지.

갈매기의 둥지는 어딜까.

 

 

 

고가도로 위를 달리는 귀성차량들.

사고 없이 집에 무사히 도착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고향을 향해 무사귀환을 보고해야 한다.

아버님 어머님, 저희들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저 불 위에 가마가 있다.

가마 안에서 세 번 정도 몸을 찌지면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지면서 머릿속도 맑아져 온다.

노폐물이 씻겨 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불가마 안 풍경.

 

 

 

 

 국수역. 왜 시골의 역을 저렇게 휘황찬란하게 짓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평이 고향인 그 아주머니가.

철도청이 돈이 얼마나 많으면 역사를 그렇게 지을까. 

 

 

 

 

저 역에서 만난 여인. 명륜동에 살고 있다고 했다. 도착할 때까지 자신의 고향인 양평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조그마한 땅만 있으면 억억이란다. 아들들이 이유 없이 내려오면 땅 팔아주십시오 하는 줄 알고 부모님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난했던 옛날이 그립다고 했다. 돈이 다는 아니다 라고 했다. 땅, 건설이 우리나라의 경제의 핵이다. 문제는 정치다.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건 결국 정치다.

 

 

 

뒷이야기- 옆지기는 피곤한지 잠에 빠져 있다. 피곤의 연속이다. 어제 토요일은 지하철을 타고 양평 불가마에 갔다. 그곳 불가마에 처음 간 날, 뜨거워 죽는 줄 알았다. 팔다리가 울긋불긋. 그 안의 사람들은 부직포로 몸을 감싼 채 잘도 앉아 있었다. 10분 후, 다시 도전. 앉자마자 땀이 나왔다. 도전, 또 도전. 이제는 불가마 안에 누울 정도로 단련이 되어 있다. 어제 저녁에도 세 번 몸을 지졌다. 몸 속의 노폐물이 밖으로 마구마구 도망 나왔다. 시원했다. 아이구, 시원하다, 라는 말은 과학이다. 온돌문화의 우수성을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알까?  똥을 피하기 위해 하이일을 신었다고 한다. 불과 3백 년 전. 돌아오는 길에 국수리 동네 노래자랑에 참여해 죽어라 박수를 쳤다. 부녀가 무대 위에 올라와 노래를 부르는데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었다. 몸무게가 나가는 여자가 부르는 노래도 정이 담겨 있었다. 주민은 아니어도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주민 여러분! 남은 한 해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에서 바라본 밤하늘.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다. 2009104도노강카페에서.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각산 가을 풍경  (0) 2009.10.18
도노강의 가을 풍경  (0) 2009.10.18
청계산으로   (0) 2009.09.27
백운대로...  (0) 2009.09.20
지하철을 타고 양평으로  (0) 2009.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