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종시의 해법

오주관 2009. 11. 12. 21:52

 

 

세종시를 놓고 지금 여와 야가 혈전을 벌리고 있다. 한 입에 이미 여러 말을 한 양치기 소년 이명박 대통령은 정작 총리 뒤에 몸을 숨긴 채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투기를 관전하고 있다. 지난 총리 인사청문회 때 초장부터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흠씬 두들겨 맞은 정운찬 총리는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동네북이 되어 야당은 물론이고 같은 편인 여당에서도 얻어터지는 동네북 신세가 되었다.

 

경제학자, 서울대학교 총장, 도덕과 청렴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그. 한 때 야당의 대통령 후보 일순위에 오른 그였다. 하지만 지난 인사청문회 때 그를 둘러싸고 있던 껍질이 하나둘씩 벗겨지자 그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나고 말았다. 양파였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지난 참여정부 때 청와대의 인사팀이 그의 안과 밖을 조사해보았더니 함량미달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총리가 되고 나서 그가 맞닥뜨린 문제들. 용산참사와 세종시 그리고 4대강 살리기. 국민은 기대를 했고, 대통령은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총리가 이제 팔을 걷어붙이겠지. 알아서 잘 해주겠지. 뚜껑이 열리자 그의 정체가 다시 드러났다. 대타와 방패였다. 사인을 읽는 눈은 정확했다. 번트 사인이 나오면 가차 없이 번트를 댔다. 직구 사인이 나오면 같은 편인 한나라당 의원에게도 딱총을 쏘았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가 총장으로 있을 때 4대강과 감세정책에 대해 한 말을. 하지만 총리가 되고 나자 입장이 일백팔십 도로 바뀌고 말았다. 총장 자리에 있을 때는 국정이 눈에 잘 안 들어왔고 막상 총리가 되어 부임을 하자 국정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다는 말인가.

 

그리고 또 있다. 이번 정기국회 때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답을 한 그를 지켜본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했다. 일국의 총리의 지적수준이 저 정도밖에 안 되나? 상식적인 문제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사람이 정말 서울대학교 총장 출신이 맞나? 도대체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평생 교과서만 팠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건강한 상식을 가진 보통사람들보다 못한 지적수준을 보여준 총리.

 

 

이제 그에게 건 기대를 접고 다시 원점에서 세종시를 바라보자. 세종시의 해법은 뭘까? 효율도 아니고 자족도시도 아니다. 여당에서 터져 나오는 통일이 되었을 때의 수도도 아니다. 이 문제가 가지고 있는 근원은 수도 서울의 비대에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모여 있는 서울.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나라의 균형발전은 없다. 모로 가도 서울에만 가라는 말이 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뜻은 삼척동자도 안다.

 

서울에 가야 인간구실을 할 수 있다.

서울에 모든 것이 집결되어 있다.

 

세종시의 해법은 비대해진 서울의 핵을 떼어내는 일이다. 핵은 여왕벌이다. 여왕벌이 서울에 있는 한 전국의 벌들은 서울로 몰려오게 되어 있다. 서울에 정착을 못하면 서울 변방에 둥지를 튼다. 지금 이런 식으로 인구가 유입이 되면 얼마 후 지방은 인구가 줄어 귀신들만 살게 된다. 인구가 없으면 경제활동도 멈추게 된다. 하꼬방이라도 좋으니 서울에 가 살자. 서울에 정치, 입법, 사법, 대학교, 그리고 경제가 집결되어 있기 때문에.

 

세종시로 옮기자. 입법, 행정, 사법부와 청와대를. 기업체 몇 개와 대학교 몇 개를 옮겨 보아야 한국이 안고 있는 근원을 치료하지 못한다. 왜 입법, 행정, 사법부를 옮겨야 하나? 그래야 그곳에 목을 매달고 있는 사람들이 그곳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서울은 경제 역사 문화만 두고 나머지는 다 옮겨야 한다.

 

우울한 이야기

서울시 강남구에 개포동이 있다. 그 동네 한쪽에 개포주공아파트가 있다. 13평의 5층짜리인 이 아파트의 현 시세가 13억이라고 한다. 유구무언이다. 이 시세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다. 그런데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지금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 정신병자인 내 생각으로는 1억 원 정도면 적당하다고 본다. 왜 이 지경에까지 왔을까? 여기에는 거대한 음모와 계산이 숨어 있다. 권력과 거대재벌과 거대언론이 꾸미고 있는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연속극이 그것이다. 개포동 13평 주공아파트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대한민국은 아파트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은 미쳐 있다.

 

세종시를 우리나라 행정수도로 정하자. 그곳에 입법, 행정, 사법부와 청와대를 옮기자. 그렇게 되면 서울은 5백만 정도의 인구를 유지할 것이다. 서울은 경제 문화 역사 도시가 되고 통일 후의 평양은 역사와 관광도시로 만들자. 세종시는 통일 후에도 여전히 우리나라 행정수도가 되는 것이다.

 

세종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갑론을박을 평면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경제논리 뒤에 도사리고 있는 정치적 음모. 세종시 뒤에 어떤 세력이 도사리고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아야 한다. 권력과 거대재벌과 거대언론 그리고 이들에 빌붙어 살아가고 있는 기생충들이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지금 연막전을 펴고 있다. 이들을 물리칠 세력은 국민뿐이다.

 

깨어 있는 국민이어야 한다.

눈을 부릅뜬 채 전방을 살펴야 한다.

누가 우군이고 적군인지를.

 

 

뒷이야기- 행정수도는 고 박정희 대통령 때 나온 구상이다. 그때 이미 수도 서울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 씨앗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구체화된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서울에 밀집되어 있는 핵을 떼어 지방에다 이식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서울도 살고 지방도 살고 나아가 전 국토가 골고루 양질의 햇볕을 쬘 수 있다. 개포동 주공파트의 현 시세가 1억 원이 되는 세상이 오면, 그때 우리나라는 아파트공화국에서 해방이 될 것이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서울을 하루 빨리 해체시켜야 한다.20091112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