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국토의 균형발전을 뒤흔든 세종시 수정안

오주관 2010. 1. 12. 16:25

 

 

어제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조치원역의 천막에서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지켜본 그곳 지역민들과 각계 대표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역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대통령과 총리를 향해 거침없이 분노를 토해 내었다.

 

“사기꾼 대통령과 바람잡이 총리에게 속았다.”

“옆집 잔치에 우리 집 돼지 죽는 꼴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였다. 한나라당 안의 딴나라당인 박근혜 의원과 친박계는 “여야 합의” 원칙. 신뢰 강조를 하면서 이율배반. 위선적 포퓔리즘이라고 맹비난을 했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국민 약속. 법 팽개친 대통령의 쿠데타” 라고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나는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나름대로 고뇌의 시간은 있었을 것이다. 기업들의 이익이 아닌 나라의 이익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기업에서 한평생을 보낸 사람이라 할지라도 CEO와 대통령의 자리는 분명 다른 것이다. 그 점을 떠올리면서 생각하는 로댕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전임 대통령은 고뇌가 없었을까. 아니다. 그들 역시 나라의 균형발전을 놓고 심사숙고했을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행정수도 이전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대통령 후보시절 국민을 상대로 행정수도 이전에 수없이 약속을 했었다.

 

 

 

 

“이미 시작된 일이므로 바꿀 생각은 없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가 안 될 거라고 하지만, 나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

 

그는 마르고 닳도록 20여 차례 행복도시 건설을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 해 말부터 차돌에 바람이 들어 떡돌이 되기 시작했다. 미루어 짐작컨대 밑에서든 옆에서든 바람을 집어넣은 집단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행정수도가 이전이 되면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집단은 누구일까?

국민일까? 아니면 다른 집단일까? 서울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기업과 거대언론, 그리고 이들에게 기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피해를 본다. 그들에게 수도 서울은 세세생생 부와 권력을 누릴 수 있는 황금어장이다.

 

어쨌든 신뢰는 생명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신뢰를 잃어버리면 끝이다. 더욱이 한 나라의 대통령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밥 먹 듯 했다. 신뢰를 상실했다. 양치기 소년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마음은 실로 착잡하다. 행인지 불행인지 대통령을 도와주겠다고 구원투수로 나선 정운찬 총리. 만약 이 난관을 지혜롭게 돌파를 하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을 할 것이고 주저앉으면 금방 토사구팽당할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면 씁쓸하다. 그가 서울대학교에 몸담고 있을 때 현 정권을 향해 쏟아낸 말들을 주워 담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쥐구멍 속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 진보가 하루아침에 보수로 둔갑을 한 그 기술은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어떻게 그렇게 카멜레온이 될 수 있을까. 그 변신의 사고의 시작을 보고 싶다.

 

생략하고. 왜 전임 대통령 두 분은 행정수도를 지방에 옮기려 했을까. 그 원인은 전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 서울의 과밀화에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 좁은 국토의 인구가 수도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 있다. 전 인구의 4분의 1이 서울에 몰려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은 날이 갈수록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 나가면 머지않아 지방은 텅텅 빈 허수아비 도시가 될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나서서 수술을 해야 한다.

서울의 핵을 떼어 지방에 이식하지 않으면 국토의 균형발전은 없다. 도대체 서울로 몰려들게 만드는 여왕벌은 무엇일까. 행정, 입법, 사법 그리고 대학교다. 이것만 떼어 지방에 이전을 하면 일벌들은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어 있다.

 

수도 서울의 인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 대기업과 거대언론 그리고 자본과 언론에 달라붙어 기생하고 있는 집단들이다. 그들은 인구가 늘어나면 날수록 집장사와 땅장사로 수지맞는 장사를 계속 할 수 있다. 만약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장 거품이 꺼질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아 있는 부동산과 아파트 값이 푹 꺼져버릴 것이다. 부동산과 아파트에 목을 걸고 있는 대기업의 대형건설사들 역시 그 위상이 꺼져버릴 것이다. 그 다음은 줄줄이 도산.

 

 

 

 

간단하게 생각하자.

서울 강남 개포동의 13평 아파트가 13억 정도 나간다고 한다. 그 값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서울은 계속 커 나가야 하고, 말도 안 되는 미친 아파트 공화국이다 라고 생각하면 거대한 공룡으로 변해가고 있는 서울의 핵을 떼어내 지방에 이전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토의 균형발전과 거대 수도 서울의 과밀화를 막을 수 있다.

 

판단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뒷이야기- 수년 간 150여 차례 토론과 정치권 합의로 만든 국책사업을 어떻게 불과 몇 달 만에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때 토론과 정치권에서 합의를 할 때 참석을 한 그 인사들은 허수아비란 말인가? 나는 묻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이 나라를 살리고 국토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그 증거가 무엇인지를. 앞의 전임자들의 생각은 틀렸고 우리 생각이 정답이다 라는 그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대통령의 말을 국민이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 그 사실이 불행이고 비극이다. 2010112도노강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