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불불. 빠앙! 따따따!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방귀. 집안 내력이라고는 해도 정도가 좀 심하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따따따 터져 나오는 방귀를 참을 수가 없다. 나오는 오줌을 못 참듯.
언제인가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 하나. 몸속의 장기가 나쁘면 방귀가 많이 나온다고. 인터넷에 들어가 방귀가 잦으면 하고 검색을 했다.
1. 과민성대장증후군 1위
2. 설사와 변비가 2위
소화가 너무 잘 되고 있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 검색을 했다. 밑에 이런 글귀가 나타났다.
1. 콩을 많이 먹으면 방귀가 잦다
2. 고구마도 마찬가지
오케이!
이제 나왔다. 9개월째 먹고 있는 점심이 고콩이다. 고구마를 쪄 토막을 내어 도시락에 담는다. 그 위에 콩을 삶아 믹서에 간 것을 붓는다. 반찬은 없다. 이렇게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있을까?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하얀 쌀밥에, 망치 한 방을 맞고 0,1초 안에 윽! 하고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죽을 때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한을 자기 살 속에 집어넣고 죽는 엄메~의 고기를 태우고 조린 살코기, 김치, 달걀, 치즈, 햄 등등. 아니면 곰국.
웃음이 나온다. 불불불! 아가씨였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 정도로 심하게 방귀를 뀌면 혼삿길 막힌다고 봐야 한다. 누가 불불불 방귀를 달고 사는 아가씨와 살겠나.
닮는다고 한다. 옆에서 주야장천 빠앙! 따따따! 불불불 뀌며 살다보니 옆지기도 요즘 수류탄을 한방씩 터뜨리곤 한다.
뿅!
불불불!
보다는 나은 편이다. 불불불은 양반고을인 안동이고 7할은 입만 열었다 하면 입에 거품을 무는 포항 사람들의 빠앙! 따따따!이다.
소화가 왜 이렇게 잘 될까? 너무 잘 되어 고민이다. 오늘 아침 옆지기는 아침을 먹고 나서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다. 상한 걸 먹었나? 없었다. 쑥국은 어제 아침에 끓인 거고. 미역줄기는 어젯밤 삶은 거고. 톳은 이상 무였고. 채소도 이상 무. 된장은 오늘 아침에 끓인 거고.
‘식초나 매실을 좀 먹어라.’
내 내장은 음식물 처리장이다. 무슨 음식을 집어넣든 이상 무다. 심지어 여름철 약간 상한 음식을 넣어도 이상 무다. 상한 냄새가 나는 음식이 아까워 에이 하고 집어넣어도 댕큐! 이상 무다. 질이 아닌 양으로 배를 채우든 그 시절의 아픈 기억들을 내 내장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때 내 내장들은 약속을 했을 것이다. 우리가 똘똘 뭉쳐 주인을 돕자. 꿀꿀이죽이 들어와도 소화를 시키자. 그 길이 주인이 살고 우리가 사는 길이다. 우리가 사달이 나 주인이 돌아가시면 우리들도 꼽다시 가는 것이다. 만약 옆지기가 그런 음식을 먹으면 그날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없는 사람들이 내장까지 션찮으면 못 산다. 있는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으면 견디지를 못 한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궁상각치우냐!
하나가 약하면 하나가 강하다.
불불불.
오라는 전화는 안 오고 꼬리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저 소리.
불불불.
빠앙!
따따따!
워메, 이놈의 방귀가 사람 잡네!
어느 날 종로를 걸어가고 있는데 난데없이 좀머 씨 같이 생긴 사내 하나가 지나가면서 빵! 하고 대포 터지는 소리를 내든가, 아니면 따따따! 하고 따발총을 갈기면 아, 좀 머씨가 아닌 오 머씨 씨구나 하고 이해를 하시기 바랍니다. 저것은 병이여 하면서.
뒷이야기-요즘 낙이라면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마시는 일이다. 삼겹살을 먹어 본 지가 어언 9개월 전의 일이다. 회도 마찬가지. 진수성찬을 모르고 산다.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일까? 잃은 것은 오미를 감지하는 혓바닥과 맛난 음식이고, 얻은 것은 건강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몸에 나쁜 것은 희한하게 맛이 좋다. 꿀맛이다. 태우고 지글지글 구은 것과 펄펄 끓인 뜨거운 그 음식들. 침을 모으면서 먹거리에 빠져가는 사람들. 그래서 사람들은 식을 함부로 못 바꾼다. 신념이 태산을 움직인다고 했다. 신념이 뭔지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7할이다. 지구는 이상기후로 점점 멸망의 그 길로 가고 있고, 우리 인간들은 잘못된 음식 때문에 멸망의 그 길로 엉덩이를 함부로 실룩이며 그렇게 걸어가고 있다.2010423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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