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목숨 걸고 편식하기-8

오주관 2010. 4. 12. 16:05

 

 

가난한 밥상이 우리를 살린다. 내가 황성수 박사의 '목숨 걸고 편식하기' 에 입문한 지 어느새 9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목편교에 입문을 해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 워낙 거친 음식을 많이 먹으며 자랐고 그리고 먹거리에 욕심이 없어서였다.

 

사실 사십 중반에 한 번 갈 뻔했다. 그 시절, 과도한 스트레스와 과한 식생활 때문에 내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 때 일시적으로 나를 살린 건 중국에서 건너온 우황청심환이었다. 하루에 보통 3개 내지 4개씩 먹으며 시도 때도 없이 스톱하려고 하는 심장을 달래곤 했다.

 

스트레스와 술 담배가 그렇게 만들었다. 흡! 하면 심장이 선 것이었다. 서보면 안다. 그 절박함을.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끊느냐! 산수갑산 갈 때 가더라도 계속 'go'이냐!

 

끊자! 더러워서 끊는다. 그렇지 않아도 원 없이 피웠다. 그렇지 않아도 마르고 닳도록 마셨다. 술도 끊고 담배도 끊었다. 당장 눈이 풀렸고 힘아리가 도망가버렸다. 기가 빠져 나가 사람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10년. 술과 담배를 10년 간 끊었다. 담배는13년째다.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메웠다. 달리기. 달리기가 내 종교였다. 기댈 곳은 달리기뿐이었다. 절밥을 많이 먹은 내가 아멘!과는 친해질 수는 없는 일.

 

 

 

 

 

 

 

 

세월은 흘러 2010년. 그러니까 지난 2009년 7월에 나는 다시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내 몸에 달라붙어 정신을 갉아먹고 있는 고혈압을 잡기로. 어떻게 잡느냐? 문제는 그것이 문제였다.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은 고혈압은 못 고친다.

 

한 번 해병은 영원히 해병이다!

 

혈압도 마찬가지. 한 번 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먹어야 된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혈압환자들은 그렇게 인식을 하고 있었다. 할 수 없지. 날만 새면 오늘도 머릿속의 압을 낮추기 위해 아스피린이 들어 있는 혈압약을 집어넣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리라!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가운을 입은 빠짝 마른 의사 한 분이 할머니들을 상대로 화를 내고 있었다.

 

'혈압약 이리 주소!"

'와 묵지 마라고 했는데 자꾸 감차놓고 묵능죠?'

하며 환자가 감추어놓고 있는 혈압약을 빼앗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일어났다. 시선을 고정시켰다. 교주께서 말씀을 이어 나가셨다.

 

'아, 좁아진 혈관이 넓어지면 혈압약을 안 드셔도 됩니다.'  

'누가 맬치를 묵우면 빼가 튼튼하다고 합니까? 다 거짓말입니다.'

'우유도 묵지 마소! 우유는 몸에 해롭습니다.'

'달걀도 묵지 마소. 억수로 몸에 나쁩니다.'

 

만세!

교주님, 만세!

 

나보다 나이가 적지 싶은 황박사를 예수님 보듯 우르러 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말한 이론들이 구구절절 맞았다. 하! 이 땅에 예수님이 강림하셨네! 언젠가 오신다던 예수님이 드디어 오셨네! 할렐루야!

 

예수는 진보 중에 진보다. 이 땅의 사람들의 의식을 갈아엎기 위해 오신 선지자다. 여러모로 나와 닮은꼴이다. 사람을 오래 만난다고 그 사람을 속속들이 다 알지 못한다. 사람을 짧게 만났다고 그 사람의 진면목을 모르는 게 아니다.

 

척들은 척 보면 안다.

내 앞의 그가 가짜인지 참인지를.

 

척 보니 참이었다. 황성수 박사가. 믿음이 갔고 신뢰가 갔다. 어느 영화에 나온다. 쫓기는 자가 절벽 끝에 다다른다. 추격자는 쫓아오고. 건너편으로 건너가자니 허공이다. 안 가면 죽고. 우리의 주인공, 고민이 깊어진다. 방법은 둘. 돌아서 싸우는 것. 아니면 허공에 몸을 내맡기는 것. 판단을 해야 할 시점에 내면으로부터 들려온 말.

 

'네 믿음이 저 허공을 건너게 하리라.'

 

믿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나는 황성수 박사를 믿기로 했다. 그리고 당장 실천에 옮겼다. 나라는 사람은 독한 구석이 있다. 황박사 말씀 대로

 

1. 고기

2. 생선

3. 우유

4. 멸치

5. 계란

6. 인스탄트 식품

 

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그 대신 받아 들여야 할 식품은

 

1. 현미

2. 채소와 야채

3. 과일

4. 견과류

 

 

 

 

 

 

 

 

 

 

9개월째 이렇게 먹고 있다. 워밍업은 이제 끝났다. 이제 나는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목편교'의 전도사로 뛸 생각이다. 우리 가족부터 먼저 구하자. 며칠 전 황박사가 쓴 '목숨 걸고 편식하기' 를 두 권 샀다. 10일 포항에 내려갈 때 배낭 속에 넣었다. 다카는 잊어먹어도 현미밥과 책은 잊어먹지 않고 챙겨 넣었다.

 

 

 

 

 

 

 

 

포항에 내려간 우리 두 사람. 북부 해수욕장의 노천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신고를 했다. 포항은 내 젊음의 편린이 묻어 있는 역사의 고향이다. 그런데 늘 반갑지가 않고 즐겁지가 않다. 이 망할 포항이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철두철미하게 밀어낸다. 지난 여름에 나는 내 고향 사람들과 피 터지게 싸웠다. 그들은 한결 같이

 

'고향을 떠난 사람이 왜 고향 사람들을 못 살게 구느냐!' '당신 글을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다 모으고 있다. 자꾸 고향을 들쑤시면 구속시킨다고 하더라.'

 

협박과 공갈에 넘어가고 겁 먹을 내가 아니다. 내가 안타까운 것은 참이 대접을 못 받고 가짜들이 주인 행세를 하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바꾸어야 한다. 갈아 엎어야 한다. 걸레는 아무리 빨고 빨아도 걸레다.

 

임마들아, 출발이 좋아야지!

 

 

 

 

 

 

 

커피숍을 나온 우리는 방파제에 갔다. 그곳 벤치에 앉아 추억과 미래와 가능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 차이는 그것뿐이다. 해가 지고 있을 무렵 우리의 주인공이 저만큼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19일 해병대에 입대를 하는 조카. 우리가 포항에 내려간 것은 그 조카를 보기 위해서다.

 

군에 가기 전에 친구들과 사진 찍기와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조카는 밤에 친구들과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럼 밥 먹으러 가자. '뭘 먹을래?' '고기밖에 더 있능죠.' 북부해수욕장을 나와 우리가 간 곳은 고기집. 매제 부부와 조카 그리고 우리. 고기집에서 나는 현미밥 대신 파재래기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빈 속에 마시는 소주가 얼마나 맛있고 알딸딸한지는 마셔본 주당들은 대충 안다. 

 

외숙모가 사 준 고기 몇 점에 소주 한잔을 비운 조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기집에서는 계속 고기가 익어가고 있었다.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어 한 번 먹어볼래요? 라고 옆지기가 말했다. 아니. 나는 파재래기를 안주로 소주를 비워 나갔다. 푸짐하게 배 속에 소주를 넣은 우리는 북부해수욕장의 커피숍으로 가 대미를 장식했다.

 

하이라이트는 그날 밤. 집에서도 나는 소주를 비워 나갔다. 이상하게 술이 받았다. 매제 부부는 자정 무렵 방에 들어갔고, 거실에 남은 우리는 소주를 마시며 우리의 정신을 사납게 만들고 있는 그것들을 탈탈탈 털어 나갔다. 그리고는 의료기 쇼파에 누웠다. 

 

탕!

 

골이 깨지는 줄 알았다. 잠 속에서 차가 부딪쳤구나! 아, 이제 골로 가는구나! 얼얼했다. 불이 켜졌다. 지상으로 올라온 나. 입술이 아팠다. 쇼파에서 떨어진 나는 원목으로 만든 판 모서리에 입술을 부딪친 것이었다. 얼마나 심하게 박았는지 입술이 당나발이 되어 있었다. 봐라, 포항이 나를 밀어내잖아! 취해 있는 내가 겨우 한 말은

 

'살았네!'

 

이게 다 현미밥과 채식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그날 밤 한우고기를 죽으라고 집어 먹었으면 넘어지면서 뇌진탕으로 황천행 기차를 탔을 것이다. 몸이 가벼워 산 것이었다. 현미가 나를 살렸고, 채소가 나를 살렸고, 콩과 고구마가 땅 속으로 떨어져 가는 나를 건져올린 것이다.  

 

 

 

뒷이야기- 사람들은 왜 현미를 외면할까. 까끌까끌해서. 먹기가 쉽지는 않다. 백미는 맛도 좋고 모양도 좋다. 하지만 아무리 거칠어도 먹을 사람은 끝내 먹는다. 내가 가지고 간 '목숨 걸고 편식하기' 누가 내 전도에 감복을 해 목편교에 탑승을 할까. 당뇨가 있는 부산일까 식도락가인 포항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앎은 우리를 구원하지 않는다. 실천이 우리를 구원한다.2010412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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