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첫농사

오주관 2010. 4. 17. 20:54

 

 

오늘 오후, 밭에 갔다.

지개 작대기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4월.

오늘 하루 옛날의 농사꾼으로 돌아가 신나게 흙과 대화를 하자. 

진정한 농부라면 흙과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부는 바다와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목수는 대패와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첫농사를 짓기 위해 어머님를 모시고 작년 겨울에 얻은 밭으로 갔다. 고향에서 농사를 짓던 그 기억을 떠올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머님이 먼저 고랑을 파시더니 모종을 심으시기 시작했다.

 

 

 

 

상추를 두 종류 심었다. 

10일 후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물을 주고 바로 모종을 심었다.

 

 

 

 

적상추도 심고.

사이사이 쑥갓, 열무, 깻잎, 상추.

이놈들이 무럭무럭 자라면 올 여름 점심 밥상은 푸짐하지 싶다.

냇가에 자리를 펴고 앉으면 입안 가득 쌈 세상이 되지 싶다.

 

 

 

 

어머님이 안 계셨으면 올 농사 망칠 뻔했다.

무농약, 무비료로 키울 생각이다.

유기농으로.

밥은 현미.

반찬은 채소.

 

 

 

 

씨앗 6천 원.

모종 10000원. 

 

이모작이면 올 10월까지 채소를 먹을 수 있다.

올 여름 부지런히 땀을 흘려 농사꾼이 될 터이다.

 

 

 

 

여든 여섯인 어머니.

저녁에 숭어회를 사 드렸다.

막내가 며칠 전 보낸 회를 맛있게 드셨다고 한다.

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

나의 영원한 멘토이신 어머니.

 

 

 

뒷이야기- 땅이 좋은 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세상사를 보면 현기증이 일어난다. 거짓과 가짜가 세상을 도배하고 있다. 못 당한다. 속일려고 마음을 먹고 덤비는 자에게는 당하는 수밖에. 세상이 하 수상할수록 나는 땅에 내 뿌리를 박을 것이다. 그리고 땅에서 생각의 조각들을 완성시켜 나갈 생각이다.2010417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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