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편식하기
채식주의자로 산 지 어언 2년. 7월 12일이면 목숨 걸고 편식을 한 지 2년째다. 그동안 채식주의자로 살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1. 정신과 머릿속이 맑아졌다
2. 몸이 가벼워졌다
3. 맛을 잃어버렸다
정신이 설악산으로 변했다. 서울에 살지만 정신은 맑은 바람이 늘 불어오고 있다. 정신이 맑으니 머릿속도 깨끗해졌다. 머리가 깨끗해지니 몸도 덩달아 가벼워졌다.
채식하기 전, 밤만 되면 팔다리가 구질구질하게 아팠다. 특히 다리가. 해서 틈만 나면 자기 전에
다리 좀 주물러 줄 수 있능죠.
네.
공짜는 없다. 되로 받고 말로 주기다. 하지만 채식을 하면서부터 다리를 주물러 달라는 주문이 사라졌다.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혈압 약을 먹을 때는 몸과 머릿속이 구질구질했다. 약을 먹어도 압은 사라지지 않았고 수치 역시 내려가지 않았다. 135 정도를 늘 유지했다. 그래도 내 주치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곤 했다. 정상입니다. 머릿속은 정상이 아닌데 그는 아주 만족한다는 듯 그렇게 마침표를 찍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주치의는 병원을 버리고 야반도주를 해버리고 말았다.
지난 목요일 아침 KBS 1텔레비전에서 왜관이 고향인 그러나 경상도 말을 전혀 쓰지 않는 홍혜걸 의학전문기자가 나와서 건강에 관해 강의를 했는데 그 강의의 주제는
여러분! 고기를 많이 드십시오!
여러분! 단백질을 고기로 채워야 합니다!
상식과 진실의 게임을 보는 듯했다. 상식은 무엇이고 진실은 또 무엇인가? 우리 내장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되게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누가? 채식을 강조하고 있는 의사들이. 고기를 먹으면 소화기관 속에서 부패하게 되어 있다. 고기를 소화시키면서 내뿜는 가스 때문에 대장 소장이라는 곱창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스는 썩음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 인간의 곱창은 원래 곡물과 채소를 소화시키게 되어 있다고 한다.
오늘 현대인들이 각종 성인병과 암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잘못된 식습관 때문이다. 미국을 보자. 미국 국민들의 정신과 몸을 망치게 만드는 세 가지가 있다.
1. 기독교
2. 햄버거
3. 콜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을 괴롭히는 것들 중에 넘버원이 있다.
고기!
6, 70년대 한국인들은 너무 못 먹어 탈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빼빼 장군들이었다. 너무 말라 바람에 날아갈 정도로 우리는 말랐었다. 그러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60년대가 지나갔고 70년대가 또 지나갔다. 그리고 80년대부터 우리는 고기와 친구를 하기 시작했다. 보릿고개가 지나고 살림들이 조금씩 피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시래기와 죽을 버리고 고기로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 때깔을 좋게 만드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햄버거, 피자 치킨 등등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이제는 너무 먹어 때깔은커녕 숨을 쉬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배불뚝이 비만들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이제
너무 먹어 탈이다
2년 동안 채식을 하면서 내 몸은 이제 바뀌어져 있다. 근본이 바뀐 것이다. 고기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난다. 얼마 전 둥지냉면을 하나 끓여 먹었는데 육수가 문제였다. 아마 쇠고기를 끓여 육수를 만든 듯 했다. 그 육수가 너무 역겨웠다.
1. 고기는 이제 냄새가 나서 못 먹는다
2. 회를 먹으면 비린내가 나 못 먹는다
3. 계란
4. 우유
5. 조미료
홍혜걸 기자는 말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힘을 못 씁니다. 천만에 말씀! 그날 그가 내 옆에 있었으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한 대 찰싹 때려주었을 것이다. 축산협회에서 압력을 넣었나? 그는 줄기차게 고기를 강조했다. 단백질을 얻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정말 그럴까? 고기를 먹지 않고도 얼마든지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현미와 콩 등에서.
사자와 말을 보자
사자는 주식이 고기다. 고기만 먹는다. 근육질을 자랑하는 사자는 그러나 먹이사냥을 할 때 혼신을 다해 달리지만 500 미터를 달리지 못한다. 잘 달리다가 300 미터 정도 달리면 숨이 턱까지 차 혀를 길게 빼물며 주저앉고 만다.
말을 보자. S라인 그 자체다. 건강이 철철 넘친다. 털도 몸도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마치 참기름을 바른 듯 찰기가 흐른다. 그런 말이 먹는 주식은 무엇인가? 풀이다. 말은 풀과 곡물만 먹는다. 그렇게 풀만 먹고 사는 말은 그러나 천 리를 달린다.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초원을 거침없이 달려가는 근육질의 그 말들이 고기를 먹지 않고 풀만 먹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채식주의 2년에 내가 얻은 결론은 이렇다. 얻은 것은 건강이고 잃은 것은 입맛이다. 서부전선 이상 무가 아니라 건강 이상 무다! 대신 먹는 재미가 사라졌다. 먹는 인생은 이제 종 쳤다.
원래의 맛을 알았다. 고유의 맛을 찾은 것이다. 조미료도 안 먹고 향신료도 안 먹다보니 음식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맛볼 수 있다.
백미와 현미의 차이는 무엇일까?
백미는 맛은 있지만 깊이가 없다. 현미는 혀를 만족시켜주지 못하지만 대신 깊은 맛이 있다. 고기는 눈과 혀를 떨게 만들지만 내장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야채와 채소는 혀에게는 왕따를 당하지만 내장들에게는 늘 환영이다.
진정한 도인은 음식을 혀로 먹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먹는다
내 정신과 몸을 살리는 음식이 무엇인지 우리는 고민하고 고뇌해야 한다
뒷이야기-얼마 전, kbs 박아무꺼시 작가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내 블로그의 글을 보았다면서 채식주의에 대해 방송 출연을 해줄 수 있느냐. 박 작가, 미안합니다. 그런 일로 방송 출연은 안 합니다. 통일에 대해 출연을 좀 해주십시오, 라고 했다면 맨발로 달려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20일 밤에 올린 「목숨 걸고 공부하기」라는 글을 어젯밤에 부랴부랴 비공개로 돌렸다. 지금 한국의 대기업들이 눈에 불을 켜고 돈이 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있다. 아차! 싶었다. 배가 터지도록 먹어도 늘 배가 고프고 어지러운 집단들. 생략하고. 음식과 건강! 결론은 이렇다. 음식은 혀로 먹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 단타와 장타만 알면 답이 보인다. 문제는 맛과 건강이다. 그것을 고민하면서 살아야 한다. 2011621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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