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오늘 점심으로 먹은 불린 현미쌀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담백했다. 꼭꼭! 야무지게 씹는다. 70번, 그리고 80번. 밥 같았으면 대충 씹어 넘기면 끝이다. 그러나 현미는 꼭꼭 씹는다. 20여 분. 구수하다. 오늘부터 1일 2식에 도전한다. 아침을 포기했다. 배도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칭얼대지 않았다. 서울을 떠날 때까지 1일 2식을 할 생각이다. 나는 안다.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식에 길들여져 있는지. 채식을 하면서 어긋난 우리 식단을 바로볼 수 있었다. 나의 교주인 황성수 박사. 그도 말랐고, 나도 말랐다. 나는 그 해 MBC 스폐셜에 나온 그의 말을 일백프로 믿었고 신뢰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채식주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8년 전의 일이다. '네 믿음이 저 협곡을 건너게 하리라!' 예수의 이름으로 나무간세음보살!
사실 어제 영풍문고에 갔다 이 책을 발견했다. 나왔네! 조금 읽다 샀다. 그리고 지하철을 탄 나는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고개를 드니 소요산역이었다. 1일 1식! 몸이 떨려왔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배를 굶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출산율이 높고 배가 고봉산 만큼 튀어나온 유럽이나 미국사람들은 오히려 출산율이 낮다. 그 이유를 이 저자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너무 먹어 숨을 쉬지 못하고 있는 선진국들, 너무 배가 고파 뱃가죽이 말라붙어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 그런데 뼈만 남아 있는 그들이 오히려 더 건강하다는 사실. 진실이었다.
6,70년대 우리나라
우리나라 6,70년대를 떠올려보자. 그 때는 너무 가난해 배가 늘 고팠다. 눈을 씻고 보아도 먹을 게 없었다. 보리 덩게떡도 귀했던 시절이었다. 그렇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성인병은 없었다. 당뇨도 몰랐고, 고혈압도 몰랐고, 심근경색도 몰랐고, 고지혈도 몰랐고, 없었다. 말라 비틀어져 있는 몸에 뭘 빨아먹겠다고 그런 고급스러운 병들이 붙겠나? 보리쌀보다 물과 시래기가 더 많았던 펄때죽 한 그릇에 긴긴 겨울밤을 보낸 그 때가 건강했네, 지금 생각해보니. 170, 60, 31. 이제 뼈만 남겠네요, 라고 옆지기가 어제 말했다. 뼈가 걸어다니면 난 줄 알아라. 고백하지만, 나는 마블링이 있는 쇠고기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 맛을 잘 모른다. 그 대신 시래기 맛은 누구보다 잘 안다, 얼마나 맛이 있는지를.
불편한 진실
돼지 껍데기와 마블링이 있는 쇠고기. 오지게 속고 있다. 돼지껍데기는 콜라겐이 많다. 그래서 다디어트를 하는 여성들에게 인기다. 남자들도 소주 안주로 많이 먹는다. 그런데 돼지껍데기에 붙어 있는 사분의 이가 지방이라는 사실. 삼겹살과 비슷했다. 15킬로에 2만 5천 원짜리 돼지껍데기를 1인분에 7천원에서 1만 2천원까지 받는 양심불량의 식당주인들. 1인분 원가는 고작 5백원. 그리고 마블링의 실체를 아직도 모른 채 쇠고기에 미쳐 있는 사람들.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마블링이 있는 쇠고기는 3등급의 저질 고기라고 한다. 그런데 유독 일본과 한국사람들은 마블링이 있는 쇠고기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한단다. 그 과정을 설명하는 현지인들은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블링이 끼어 있는 부위를 1등급이라 눈 속임을 하는 축산업자들과 식당주인들. 먹는 소비자들도 극찬을 늘여놓는다. 여기 육즙 한번 보십시오! 살살 녹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육접은 알면서 기름은 모르나? 이보시오, 여러분들이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고 극찬을 하는 그 마블링이 비계요 지방이라는 사실을 모르십니까? 입가에 기름칠을 한 어리보기들을 볼 때마다 내 눈은 저절로 감긴다. 비계를 먹으면서 극찬을 하는 그들의 그 비판의식 없는 사고는 도대체 어디서 학습한 것일까? 자본가의 탐욕과 마켓팅에 계속 속고 있는 것이다. 먹기 전에 한 번쯤 우리가 극찬을 하는 소들이 무슨 사료를 먹으며 또 어떻게 사육되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대중들. 그래서 오늘도 가짜가 참을 밀어내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1식 3찬
현비밥, 된장, 채소, 그리고 두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된장, 마늘, 양파, 시래기, 양배추, 톳, 부추, 김, 두부, 콩, 미역, 다시마, 해조류, 그리고 쌈을 싸 먹을 수 있는 각종 채소. 그런 반찬을 만나면 내 입은 해복해진다. 너무 맛있고 멋있는 식단이다. 하나만 더 보태라면 고추장. 나는 워낙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부에 있다. 우리가 하루에 세 번 먹는 식단에서 그 적을 찾아야 한다. 너무 먹는데 집착하면 앞으로 넘어지는 게 아니라 뒤로 넘어진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첫번째 적은 식탐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적당하게 먹자. 분수껏 먹자. 너무 먹으면 결국 내 건강만 다친다. 우리 식단에서 육판대감들을 추방시키자. 과정이 수상한 당걀과 우유를 추방시키자. 생선도 한번쯤 깊은 사고를 해보자. 13억 대 중국의 항문이 어디 붙어 있는지, 그리고 작년에 터진 후쿠시마 원전의 바닷물이 어느 해역으로 흘러 가는지를 사고해보자.
우리 식단을 위협하고 있는 적들
우리 식단을 위협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소들과 돼지들이 먹어치우는 곡물들. GMO라고 유전자 조작을 해 키운 곡물의 수가 한둘이 아니다. 우유와 달걀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식단에 오는지를 눈여겨 살펴보아야 한다. 완전식품이라는 그 말에 현욕되어 무조건 먹지 말고! 과연 젖소의 젖을 우리 인간이 먹어도 괜찮을까? 하고 한번쯤 생각하는 로댕이 되어 보아야 한다. 콩기름은? 생선은? 닭은? 오리고기는? 그럼, 뭐, 먹을 게 없네? 라고 자포자기하는 것도 위험하다. 문제는 생각을 좀 하면서 살자는 것이다.
나는 안다. 고기 맛에 길들여져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판대감을 하루아침에 식단에서 추방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의 간곡한 메시지 역시 받아 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기 맛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에게 이 저자는 급진주의자요 좌파요 그리고 빨갱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도 하루아침에 변화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익숙함은 내 편이고, 변화는 적이다. 인고의 세월이 흘려야 한다. 답이 아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치지 않고 끌어안고 있는 것은 의식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우유가 가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 위험덩어리인 치즈. 알아도 지금 당장은 못 버린다. 시래기를 먹을래,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쇠고기를 먹을래? 오늘밤 당장 심근경색으로 숨이 꼴깍 넘어가도 육즙이 자르르 흐르는 쇠고기를 먹겠습니다. 10이면 9다. 그러니 진보는 더딜 수밖에. 그래도 생각하는 로댕이 되어야 한다.
우리와 우리 후손의 건강을 위해!
우리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뒷이야기-텔레비전이 가지고 있는 기능 중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역기능은 프로그램을 분별 없이 막 내보낸다는 것이다. 검증도 하지 않는다. 특히 먹거리에 부분에 대해서는 더더욱. 이 책에도 나오지만 유명한 중국 요리사에 물었다. 왜 집에서 만들면 식당의 그 맛이 나지 않느냐? 요리사가 웃으면서 말한다. 식당에서는 기름과 조미료를 많이 넣기 때문에 집에서는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웃을 일이 아니다. 가장 건강한 음식은 간을 많이 하지 않는 음식이다. 맛이 없는 음식이 최고의 건강식품인 것이다. 오늘도 맛을 찾아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는 객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건강을 해치는 최악이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134118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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