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ay
자정. 적요하고 쌀쌀하다. 창문 밖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강 건너 상가의 붉은색의 간판이 어둠을 마주하고 있다. 창문에 어른거리는 내 분신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내 인생 후반부에 만난 꿈들. 그들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나는 행복했다. 2013-2023 DMZ PROJECT는 얼어붙어 있는 DMZ 상공을 떠돌아다닐 것이고, 오조영어나라는 지금 지친 몸을 달래며 종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 해 말이면 드디어 1, 2, 3중에 하나인 1단계가 완성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한 작업이다.
나밖에 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프로젝트다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나만의 작업이다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하는 옆지기도 이 작업을 도와주지 못한다
내가 만들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영어에 맥을 못 추는 나밖에 못 만든다
1단계가 끝나면 투자자를 만나 내 걸작품을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투자자다. 돈이 남아돌아가는 부자동네에는 돈이 되는 곳을 찾지 못해 돈다발을 쥔 채 방황을 하고 있고, 돈다발을 쥔 채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방황을 하고 있는 그들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당달봉사인 나는 숨을 내리쉬고 들이쉬며 변두리에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 며칠 전 무릎을 탁 쳤다. 아! 보였다. 물적 인적 인프라가 최강인 어느 한곳을. 그들과 손을 잡으면 최상의 Win-Win이다.
1단계가 끝나면 그들을 만나자. 그곳은 다른 곳에서 예산을 받아쓰고 있다. 나와 손을 잡으면 자체 수익으로 사업체를 꾸려 나갈 수도 있다. 양쪽 모두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 영어 프로그램은 어느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한 나만의 창작품이다. 내가 그동안 골을 싸맨 채 한 일은
이 세상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점들을 끌어 모아 하나의 선으로 연결시켰다.
차이점은 하나, Different!
내 지난한 작업의 동력은 무엇인가?
Stay hungry, Stay foolish
자신의 양부 차고에서 동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밤늦은 시간, 희미한 전등불 아래에서 추위와 싸우며 꿈을 그려나가는 그 신산스러움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쓸쓸하고 지난한지 모른다
2008년 그해 여름에 만난 두 프로젝트. 2013-2023 DMZ PROJECT는 그해 청계광장의 촛불집회에서 탄생되었고, 오조영어나라는 월남의 어느 오지마을에서 탄생되었다. 안개가 짙게 깔려 있는 월남의 어느 시골동네.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가난한 여자아이가 외국인들을 상대로 꽃과 장식품을 팔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그 여자아이가 영어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다. 그 장면을 본 나는 망치로 크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후다닥 일어나 앉기가 무섭게 내 입에서 터져 나온 따발총 같은 방언
dk, akdgkfrmrjrnsk!
강력한 스파크는 그렇게 일어났다. 하지만 눈을 감고 곰곰 생각해보니 지난 세월 우직하게 한 길로 걸어오면서 내 머릿속에 집어넣은 인문학적 지식과 나만의 상상력이 만나지 않았다면 이 프로젝트는 아마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완성이 되어 세상에 나오면 나는 대한민국의 초, 중, 고등학교에 오조영어나라를 무료로 제공할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초, 중, 고등학교는 오지는 물론이고 섬에까지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다. 교육적 인프라와 인터넷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내가 만든 영어 프로그램을 내보내면 된다.
단언하지만, 내가 만든 이 영어 프로그램으로 6년 간 공부를 하면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당당하게 표현을 하게 될 것이다.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 학생 수는 700여 만 명
오조영어나라로 하루에 3시간씩 공부를 하게 되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그리고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학교에서 한 시간, 학원에서 한 시간, 집에서 한 시간. 집에서 영어 공부를 할 때 가족과 함께하면 끊어졌던 대화와 소통이 동시에 이루어져 복이 안 들어올 수가 없다. 그런데 하나 안타까운 것은 집과 학원에서는 유료다. 학교는 무료이고, 집과 학원은 유료다. 몽땅 무료이면 내 존재가 허물어질지 모른다. 그동안 내가 쏟아 부은 노력과 땀과 지난함을 합하면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 대신 비용은 코끼리 눈물방울만큼 저렴한 금액이 될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제 더 이상 사랑하는 가족을 외국에 보내놓고 밤마다 홀로 차가운 소주를 들이키며 가족을 그리워하거나 신세한탄을 하며 어깨를 접는 기러기 아빠는 이 땅에서 사라질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제 더 이상 전국 어디에서든 영어가 안 되어 입이 얼어붙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영어가 안 되어 입이 덜덜 떨리는 나라가 있다.
일본과 한국
그 다음은 골이 아파 계산을 안 했다. 다만 내가 만든 이 사업으로 돈을 벌게 된다면 미국의 빌 게이츠처럼 그렇게 쓰고 싶다. 전국의 오지마을에 도서관을 지어줄 생각이다.
안 올까?
빌 게이츠는 말했다. 나를 만든 것은 어린 시절의 동네도서관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 인문학적 지식은 순전히 도서관에서 얻었다. 도서관이 내 지식의 살아 있는 스승이요 도장이었다.
나는 내 인생의 후반부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가치와 행복은 금고 속에 들어 있는 황금이 아니다. 가치 있는 삶과 행복한 삶은 나와 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어깨동무를 하며 해맑게 웃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
그런 세상을 그리면 마냥 행복하다
우리 인류는 세세생생 그렇게 살아야 한다
한평생 절대적 빈곤 속에서 살아온 내가 지금 당장 부귀영화가 찾아온들 무슨 행복이 있으리오. 행복은 천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 현실에 있는 것이다.
내 안의 검고 흰 그것이 지옥이고 행복인 것이다
뒷이야기-나에게는 부러운 대상이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주인공이다. 기름때를 얼굴에 묻힌 채 자전거 조립에 땀을 흘리는 사람, 귓등에 담배꽁초를 꽃은 채 대패질에 혼신을 다하는 목수, 아침 그 시간에 출근을 해 저녁 퇴근길에 직장 동료와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마감하는 월급쟁이, 정리해고가 뭔지 모른 채 트랙터를 몰며 수천 평의 밭을 가는 농부. 탕탕탕, 흰 연기를 내뿜으며 아침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바다로 나아가는 어부의 뒷모습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그들 앞에만 서면 내 존재는 마구 쫄아든다. 아! 조물주는 어쩌자고 나에게는 손재주 하나 주지 않고 죽어라 뇌를 압박하고 혹사시키며 하늘과 땅만 바라보게 만들었을까. 20111129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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