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그곳에 가다
밤 10시 30분. 들가방 하나를 어깨에 메고 1호선 지하철을 탔다. 독일은 요즘 7도에서 15도라 제법 쌀쌀하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의 낮은 아직도 여름이다. 지하철 역사 안도 더운 열기가 가득했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전광판에 열차가 전역을 출발했다고 알리고 있다. 광운대면 가고도 남는다. 나는 회기역에서 내릴 것이다.
지하철이 섰고, 나는 탔다. 빈 좌석이 있었다. 앉자 열차는 출발했다. 늦은 퇴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이 거세된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몇 십 년 전,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일 때는 저렇게까지 희망이 거세된 얼굴은 아니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나라가 열 손가락에 들기 시작하면서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고, 그리고 걸음걸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누구나 할 것 없이 뛰기 시작했다. 뛰어야 버스를 탈 수 있고 뛰어야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부터 팔자걸음이 사라졌고, 밥을 먹을 때도 양반다리가 사라져버렸다.
뛰어라, 살아남으려면!
언제부터인가 무조건 뛰어야 입에 풀칠을 할 수가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서민들은 죽어라 자기 등골을 후벼 파며 피를 빨아먹고 있는 흡혈귀들을 사랑하지 못해 안달이다. 어느 누구는 그런 현상을 두고 허위의식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물마시고 이빨 쑤신다는 이야기인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무지해서 그렇다. 무지는 죄악이다. 무지가 상전을 거듭 존경을 하면서 세세생생 모시는 꼴이다. 그러니 이 세상이 뒤바뀌지 않는 한 한번 해병은 영원히 해병이듯, 한번 노예는 계속 노예이고, 한번 상전은 영원히 상전으로 떠받들리는 것이다.
북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한국
북유럽은 왜 여유가 있고, 미국과 그 이웃사촌인 일본과 우리 한국은 왜 여유가 없을까? 북유럽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부 무상이다. 집도 무상이고, 학교도 무상이고, 병원도 무상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돈을 지불을 하면서 인간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조카를 만나다
얼마 전 계리사 시험을 준비 중인 조카가 있는 신림동 고시촌을 찾았다. 방을 얻을 때도 내가 있었다. 사시 합격, 행시 합격, 외무고시 합격! 이라는 방이 붙어 있는 집의 방을 얻었다. 혹시 이 집이 누나가 있었던 집이 아닐까요? 모르지? 사시에 합격한 조카 하나가 있다. 그 누나가 얼마 전에 고시촌을 찾아 동생에게 밥을 사주면서 위로를 해주었다고 한다. 조카와 저녁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찻집에 들어갔다. 조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긍정적 마인드와 자신감이다. 삼촌, 저 계리사 시험되면 미국 계리사 시험도 도전할 겁니다. 하! 저 자신감! 장학금까지 받으면서 다니고 있으니 믿어도 손해 볼 건 없다. 시험에 붙으면 홍콩이나 영국 그리고 미국지사에 나가 근무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럼 짜장면은 누가 사노? 이제 취직이 되면 삼촌과 누나에게 밥은 니가 사야지? 당연히 제가 사죠? 그런데 홍콩이나 영국지사에 나가면 밥 한끼 얻어먹기 위해 비행기 타고 가야 하나? 하하하! 그러네요. 그리고 이야기 끝에 조카가 한국은 땅이 너무 작아 더 이상 뻗어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피 튀기는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 네. 백 명밖에 취직이 안 되는데 삼백 명이 있다. 경쟁이 되나? 그리고 우리보다 땅덩어리가 작은 북유럽은 잘만 사는데? 아, 그런가!
이놈은 해병대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진보였는데, 해병대에 들어가고부터 보수 쪽으로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42통의 편지와 20여 권의 책을 보내주었는데, 우향우를 바꾸지 못했다. 망할, 안보교육 때문이었다. 강사들이 대부분 이북에서 온 탈북자들이거나 아니면 입만 열면 친북이고 좌파고 빨갱이를 입에 달고 사는 연사들이 강사라고 와 입에 거품을 물면서 나발을 불어대어 젊은이들의 뇌를 우향우로 돌려버린 것이었다. 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이 된다고 했다.
문제는 무한경쟁이 아니다. 적절한 인구분산과 경제정책이다. 가령, 서울이나 대도시에 인구가 유입될 수밖에 없는 근원을 차단해야 한다. 그 말은 3차와 4차만 육성할 것이 아니라 농업, 수산업, 임업, 그리고 도농 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을 골고루 개발해서 대도시의 인구를 전국으로 분산을 시켜야 한다. 그것을 정치권과 학자들이 개발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무한경쟁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어떻게?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불가마 그 동네의 밤 풍경
인터넷과 멀어 있었다. 광화문과도 멀어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극심하게 분열되어 있는 한국은 과연 올바른 길로 갈 수 있을까? 정의와 법치가 사라져가고 있다. 생각해보라, 인두겁과 밥버러지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와 행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사법부가 기울어져 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는 없다. 필요한 건, 혁명이다! 변방의 혁명가가 나타나야 한다. 희망은 그것뿐이다.
어젯밤은 겁도 없이 문수바지를 입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갔다. 2만 원을 주고 동대문에서 산 골프 바지를 입고 불 꺼진 내 단골식당을 지나갔고 그리고 147백 원만(이 아니고 어젯밤에 가면서 보니 14900원이었다) 내면 돼지고기가 무한리필이라고 방을 붙인 식당 앞을(한쪽 창문에는 임대) 지나갔고, 그리고 내 차가 이 도로에서는 최고다, 라고 미친 듯이 차체가 흔들릴 정도로 밤을 가르며며 질주하는 그 도로를 건너 마침내 지친 내 몸을 힐링할 수 있는 불가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뒷이야기-어두운 밤길, 벼가 익어가고 있고, 가을추수를 앞둔 작물이 익어가고 있는 그곳은 내게는 쉼터였고, 휴식을 안겨줄 수 있는 낙원이었다. 나는 깜깜한 다리 위에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일주일 내내 마시는 술, 어젯밤은 마시지 않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잠속으로 떨어졌다. 아마 그곳은 지옥이었을 것이다. 지옥 그 위는? 2014925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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