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가다
어제 12월 3일 토요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어머님이 계시는 상계동으로 갔다. 마을어귀에 있는 죽집에서 해물죽 한 그릇을 샀다. 아파트에 들어가니 올해 91세이신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아직 주무시고 있었다. 아침을 안 드신 것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4시간을 이웃 동네에 살고 있는 천사 요양사 아주머니가 어머니를 돌봐주신다. 어제 금요일, 어머니를 목욕시켜 드렸는지 얼굴이 깨끗했다. 며칠 전 대구 서문시장이 불이 나 다 타버린 그 시장에 그 옛날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번씩 올라가 양말과 속옷을 도매로 사와 포항 죽도시장 노점에서 팔면서 기울어진 우리 집을 일으켜 세우시곤 했다. 누워 있는 어머님을 보자 순간 가슴이 짠했다. 형수가 죽을 그릇에 담아 드리니 다 비우신다. 요즘 추어탕이 아니면 죽이다. 죽이 조금 나으신 것 같다 추어탕보다는.
맛이 있능죠?
야야, 맛이 있아가 묵나 그냥 떠 넣지.
하하하.
이 나이에 맛있는 음식이 있나?
그래도 내가 사 온 죽인데, 맛이 있어야지요.
니가 사 온 죽이라 이래 묵는다.
잠시 후 죽 한 그릇을 다 비우신 어머니의 눈이 감겼다 떴다 하신다. 주무실래요? 그래, 좀 누바야겠다. 어머니를 다시 침대에 눕혀 드리고 나도 바닥에 몸을 눕힌다. 우리 집에는 두 사람의 천사가 있다. 한 사람은 형수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요양사 아주머니다. 93세에 돌아가신 아버님, 그리고 올해 91세인 어머니를 돌봐드리고 있는 형수. 말은 안 해도 지난세월이 참 어려웠을 것이다. 30여 년을 돌봐드리고 있다. 1시에 몸을 일으킨 나는 배낭을 메고 나간다.
어디, 광화문에 가세요?
네, 가서 힘을 좀 보태주어야지요. 갈게요.
네.
배낭을 멘 나는 도봉산역에서 1호선을 타고 종각역에 내려 인사동 입구에서 미대사관 쪽으로 갔다. 여기저기 촛불집회에 나온 시민들로 거리는 벌써부터 넘쳐나기 시작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저 촛불집회가 대한민국의 현재이고 미래다! 나는 오늘 내 눈으로 광화문을 밝힐 촛불집회의 속살을 보고 싶다. 같이 가기로 한 옆지기는 중학생들 기말시험과 영어학원을 할 때 동료였던 선생의 아들 결혼식이 오후 6시에 있어 같이 못 왔다.
광화문에서 바라본 진보와 보수
광화문 촛불집회에 3회 참석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가 땅과 하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가 바라보는 촛불집회의 관점 또한 하늘과 땅 사이다. 근본과 현상은 하나이면서 둘이다. 해석의 그 차이가 너무 크다. 부패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시선을 둘로 압축할 수 있다. 한 때 나의 우상이기도 했던 두 소설가가 있었다. 한 사람은 내 고향 해병1사단 출신인, 그가 발표한 소설을 읽고 내 영혼을 늘 마사지하곤 했던 작가 황석영씨였고, 대구 매일신문 기자이면서 그해 겨울이라는 단편을 발표해 어느 날 이 땅의 피끓는 젊은 청춘들의 머릿속을 사로잡은 작가 이문열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작가 황석영 선생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 촛불집회는 썩고 부패한 대한민국을 갈아엎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려고 하는 우리 국민들의 거대하고 뜨거운 혁명이다, 고 했다. 작가 이문열은 토요일마다 광화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 촛불집회는 잘 조직된 북한의 아리랑 집단체조를 보는 듯하다고 폄하하면서, 정작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도시와 심지어 도서벽지에서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는 그 배경과 근원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문열이 바라보는 시대의 변에 헛 웃음이 나왔다. 늙어도 저렇게 늙으면 젊은 청춘들에게 대접을 못 받는다. 작가 이문열이 오늘 저렇게 배부르게 잘 사는 그 배경을 잘 모른듯하다. 민은 없고 권력자만 보는, 그리고 자격도 실력도 없고 안 되는 박근혜와 그 무리들의 썩고 부패한 고름덩어리를 보지 않는 작가 이문열은 더이상 젊은이들의 영혼을 떨게 만드는 눈푸른 작가가 아니다. 추하게 늙어가고 있는 보수집단의 한 조각일뿐이다.
전국 방방곳곳에서 타오르고 있는 저 촛불은 대한민국의 현재이고, 미래다!
부모님과 같이 나온 어린아이들을 본 나는 심히 부끄러웠다. 우리 어른들의 잘못으로 저 어린 아이가 광화문광장에 나온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아이를 보면서 그래도 자랑스러웠고,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는 듯했다. 텔레비전에서 세 살짜리 아이가 유모차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내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날 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기도 했다. 남녀노소 모두 한손에 든 저 분노의 깃발을 보면서 나 역시 두 주먹에 힘을 주어 흔든다.
박근혜를 즉각 구속하라!
박근헤와 새누리당, 그리고 꼭두각시 박근혜를 둘러싼 채 호위호식을하고 있는 저 간신배들을 대한민국 사대문 안에서 쫓아내어야 한다!
만약 12월까지 박근혜가 청와대를 나오지 않으면, 그리고 만에 하나 탄핵이 부결이 되면, 광화문에 국민의 이름으로 혁명정부를 세우자!
그래서 오늘보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자라나는 이세들에게 꿈과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자!
뒷이야기-나는 어제 광화문 광장에서 분명 보고 느꼈다. 저 뜨거운 우리 국민들의 분노의 함성과 깃발에 의해 박근혜는 머지않아 청와대에서 걸어 나오리라는 것을. 박근혜는 이미 수명이 다했다. 더 이상 버비고 버틸 언덕이 없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그 자체가 우리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솔직히 박근혜는 통장도 못할 실력의 소유자다. 인간이면 갖추어야 할 기본 인격만 있으면, 그리고 양심이 살아 있으면 부끄러워서 청와대에 못 있는다. 양심이 평균 이상이면 아마 벌써 청와대 뒤산에 올라가 목을 매었을 것이다. 지식이 너무 모자라고, 양심이 없어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기적 하나만을 기다리면서. 박근혜가 하루빨리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우리 국민들이 발을 쭉 뻗고 잘 수가 있다. 우리 국민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다시는 우리 대한민국에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 분노의 횃불은 우리 대한민국의 현재이고, 미래다! 2016124해발120고지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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