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청계천에서 책을 읽다

오주관 2018. 4. 19. 11:07


어제 오후, 영풍문고에서 책을 두 권 샀다.

고도를 기다리며, 그리고 프랑스 작가 르 끌레지오의 사막을.

옆지기에게 줄 선물이다.

메말라 가는 감성에 기름칠을 하라고 샀다.


사고 보니l,

저 책 두 권이 지금의 나를 대변하고 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곳은 사막이다.

동서남북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는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에 나는 있다.

나침반도 없이 어제도 오늘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고도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나서고 있다.

그래서 하루종일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고도, 빨리 나를 만나야 한다.




타임!

잠시 쉬어 가자.

청계천에 앉은 나는 책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하루에 평균 16000보 정도 걷는다.

이틀 전에는 18000보 걸었고,

어제는 17000보 걸었다.

어제, 명함을 만들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뒤 어느 건물 지하에 내려가 물어보니 현금을 주면

3만윈이고, 카드면 33천 원이라고 했다.

로고를 부탁하니 디자인값이라고 3000원을 달란다.

이 부근에 우리은행이 있느냐?

나가면 하나은행이 있다.

나와 우리은행을 찾기 위해 도리뱅뱅 해바라기를 하다

결국 종각까지 가 5만 원을 인출했다.

돈을 주면서 지금 시안을 볼 수 있느냐?

지금은 안 되고, 메일로 보내주겠다.

시청에는 현장에서 보여주는데,

기술이 없는 것 같다. 

취소를 하고 시청으로 갔다.

양면에다 로고를 넣으면 얼마냐?

500매에 만 원이라고 했다.

2만 원을 벌었네.


Ok, 사인을 하고 걸어 청계천을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파란불이 들어왔다.

그런데 건너편에서 아우디 한 대가 파란불인데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기어들어와 중앙을 가르지르는 것이었다.

저게 또 미쳤네!

야 이놈아, 정신차려!

하면서 건너와 차안을 보니 핸들 밑에 얼굴이 보였다.

차는 가는데, 사람은 없는 그 꼴이었다.

중년의 여자였다.

개똥이소똥이들이 다 차를 몰고 나오니 저 모양이다.

저게 바로 이명희네!

하루를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마감한다는 할망구.

천민이 돈이 많으면 결국 개똥이가 된다.

천민의 딸들 낯짝을 보라,

단역으로도 못 쓸 하품들이다.

하기야, 어디 그들뿐이랴.

갑질을 넘어 인간말자 짓을 하는 대기업의 오너들이 많다.

원인은, 상속과 세습에 있다.

상속은 무겁게, 세습은 법으로 막아야 한다.

경영능력도 없는 인간들이 자식이라는 명분 하나로

경영을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

세습경영을 제도와 법으로 막아야 한다.




고도야,

어디에  있니?

우리 모두는 지금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며 한 평생을 하 세월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고도를 만나야 한다.

고도 역시, 나를 만나야 하고.






청계천을 걸어 도착한 종로5가 광장시장.

지글지글~

하, 저 빈대떡!

빈대떡, 하면 또 장수막걸리!

아, 나의 좋은 시절은 이제 가버렸네!

장수막걸리가 어떤 맛인지 나는 이제 모른다.

막걸리를 안 마시니 빈대떡도 먹을 일이 이제 없다.

그야말로 그림에 떡이다.

아, 옛날이여~

나로 말 할 것 같으면 아무나 보유하지 못 할 타이틀을 몇 개 가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술이다.

하루에 소주 16병 마신 사람 있으면 손 한 번 들어보시오!

그렇게 마시고도 나는 살아났다.

나는 반신반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식이 콘토롤 되니까?

나는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실천이 된다.

앎이 아니라, 실천이다.

실천이 안 되어 우리 사회는 분열로 들끓고 있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뒷이야기-저 책 두 권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책을 보고 아, 했다. 그래서 옆지기에게 주면서 보라고 하니, 안 그래도 어젯밤 저 책을 보고 읽었으면 했어요. 나는 당신이 읽으려고 샀나, 했어요. 아니다, 당신 주려고 어제 두 권 샀다. 고마워요. 안 그래도 저 책 읽으려고 했는데. 내가 기다리고 있는 고도, 당신도 마찬가지다. 한 번 기다려보자,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네, 기다려봅시다. 2018419해발120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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