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포구, 5코스가 시작되는 곳
올레길 안내소에 들어가 지도를 하나 얻어 나오는데
집사람이 갑자기 내 안경을 놓고 왔네, 하며 허겁지겁
들어가는 것이었다.
안경을 끼고서.
안경을 끼고 있는데 무슨 안경을 찾노?
하자 헤헤헤 웃는다.
남원포구로 들어가는데 중국집이 하나 보였다.
식당 밖 테라스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빈 테라스가 하나 보여 앉으려고 다가가니 서빙을 하는
아주머니가 거기 앉으면 안 돼요.
라고 했다.
저런 문디가 있나?
집사람 팔을 잡았다.
가자, 이런 집은 반 그릇도 아깝다.
한마디 말이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문디야, 니는 가나다라마바사부터 다시 해라!
인성이 걸러먹었다.
동백꽃나무 밑에서 씨를 줍고 있는 할머니.
다가가 인사를 하니 반갑게 맞아주신다.
동백씨를 줍는 것은 이 씨로 기름을 짜 먹는다고 했다.
이 기름을 먹고 천식이 사라졌다.
집사람이 귀를 세우고 들었다.
90이 가까운 할머니는 어린시절부터 물에서 일을 하다
나이 40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뇌가 이상해 그만 두었는데,
그 때까지 돈을 벌어 귤밭 12,000평을 샀다.
아들이 둘이고 딸이 넷이라고 했다.
큰 아들에게 5천 평, 작은 아들에게 3천 평을 주고,
딸 넷이 있는데, 천평씩 주었다고 했다.
우리 두 사람은 박수를 쳤다.
50억이고, 30억이고, 사위들은 전부 10억 재산을 물려받았다.
"할머니, 사위들이 돈 벌었네요."
"도적놈들이지요."
순 제주도 말을 내가 번역을 해서 옮긴다.
언어는 될 수 있으면 현지인과 부딪치면서 배워야 빨리 배운다.
"할머니, 100세까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고맙습니다."
저 집이 제주건축물 대상을 받은 집이다.
위미 항구
밑에서 올라가는데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났다.
다가가니 젊은 아가씨였다.
"이 동네에 사십니까?"
아니라고 했다.
아가씨는 이야기를 했다
제주에 내려와 이 마을에 살다 지금은 애월에 살고 있다.
7년차라고 했다.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의 주인공 같이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렸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지난 연휴 때 법환에 갔을 때 서울에서 내려온 여자 사람과
GS25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연휴에 이태리에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갈 수가 없어 다시 제주에 와 어제는 5코스를
걸었고, 오늘은 이곳 7코스에 왔다고 했다.
5코스가 어디냐고 물으니 남원에서 쇠소깍까지라고 했다.
좋으냐, 고 물으니 너무 좋아 지금까지 4번 찾았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간 것이다.
걸어보니 그 사람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7코스, 6코스, 10코스, 그리고 9코스를 걸어보았다.
제주 올레길은 다 좋다.
이곳 5코스도 기가 막히게 좋다.
신례리를 걷고 있는데 집 앞에 벤치가 있었다.
집사람이 좀 앉았다 가자고 했다
가방을 놓고 담장 너머로 보니 할머니 한 분이 배추를 캐고 있었다.
아니 그 할머니였다.
'어, 할머니.'
'누구세요?'
집사람이 쳐다보고는 기겁을 한다.
'할머니'
밭에 건너가 내가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칠십아홉이라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다.
설명 끝에서야 우리를 알아보신다.
집사람이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 할머니 옆에 있었다.
젊은 시절 해녀 일을 해 귤밭을 5천 평을 마련했다는 할머니.
포항에서도 해녀 일을 했다고 했다.
할머니는 밭에서 캔 배추와 귤을 내 가방에 넣어주신다.
그러면서 빨리빨리 가라고 한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
고맙수다.'
'다음에 이곳을 걸으면 찾아뵐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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